오랜만의 편지네요, 잘 지냈는지 모르겠어요. 비록 잘 지내지 못했다고 하더라도 안부 인사는 중요하죠. 옛 성현들이 우리에게 붙인 '인간'이라는 이름처럼, 우리는 우리 사이에 있어야 살아갈 수 있는 존재니까요.
물론 우리 사이에 있지 않더라도 인간으로서 살아갈 순 있지만, 그건 너무 딱딱하니 넘어가는 게 좋겠어요.

어떤 말을 쓰면 좋을까..라는 생각으로 얼마나 시간을 보냈는지 몰라요. 알다시피 모인 머리가 여러 개라고 지능이 합쳐지는 게 아니라는 걸 당신도 알잖아요. 다만 당신에게 가진 감정은 우리 모두 똑같다는 점만 알아주세요. 측은함, 가여움, 불쌍함. 뭐 이런 것들이요. 아마 당신께서는 저런 감정을 품고 있었냐며 길길이 날뛰실지도 모르겠어요. 그러면 딱딱한 당신도 조금은 말랑해지실까요?

하지만 오랫동안 지켜봐 온 우리들은 알고 있죠, 당신이 감정을 밖으로 드러내지 않는다는 것을. 답답하진 않을까, 괴롭진 않을까 하는 걱정들은 다 필요 없다는 것도요. 당신은 그저 당신이 그렇게 감정을 드러내는 것이 필요 없다고 생각할 뿐이죠.

그렇지만 감정을 드러내는 것은 중요해요. 그건 상대방에게 당신의 상태를 알려주는 것과 동시에 당신 자신으로부터 얽매여 있던 것들을 해방하는 과정이거든요. 드러내지 못하고 곪아버린 감정은 내면에서부터 당신을 갉아먹을지도 모르니, 더 늦기 전에 조금씩이라도 연습하는게 좋을 거에요.

아, 쓰다 보니 벌써 가득 채웠네요. 항상 당신께 편지를 쓰면 이렇다니까요. 이번 편지는 얼마 만에 당신께 도착할지 모르겠지만, 부디 우리가 만나기 전에 도착했으면 좋겠어요. 그래야 우리가 만났을 때, 당신이 반가운 얼굴로 우릴 반겨줄 테니까요.

언젠간 만날 당신을 위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