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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 위에 사람 있고
사람 아래 사람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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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걷는 이 길에서 나는 어디까지가 사람이고 어디까지가 길인지를 도저히 알 수가 없었다.
누군가 내 모습을 본다면
애초에 길이라 할 것이 없다고 말하겠지만
나또한 그렇게 생각해버린다면
이 빌어먹을 장소에서 영원히 빠져나가지 못하게 될 것이 틀림이 없기에
고집스럽게 내가 밟는 것은 길이요, 길을 밟는 것은 사람이다. 이리 생각하는 것이다.
그런데 가끔 신음을 토하는 녀석들을 보면 화가 치밀어 오른다.
사람은 말을 하고
길은 말을 하지 않는다.
그래서 나는 길을 길답게 만들어 주곤 한다.
이것이 내가 길을 걷는 방식이다.
사실 길을 걷는 다기보다는 오른다가 맞는 표현이다.
이곳은 사방이 벽으로 막혀있는 곳으로
출구를 찾길 원한다면 올라가거나 내려가야 한다.
내려가는 것은 땅이라 불리는 곳에서 비집어 내려가야 하는데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볼 수 있다.
모두가 그렇게 생각했는지 땅에서 위로 솟은 길은 끝도 없어 보이지만
땅 아래로 파인 굴은 며칠이면 금새 끝에 도달한다.
땅 위로 솟은 길을 사람들은 '나무'라고 부르는데 나는 그중에서 가장 큰 나무에 오르고 있다.
길에는 언제나 끝이 있다.
끝에 도달하면 우리에게는 휴식이 주어진다.
그것이 길을 걷는 이유이며
길이 존재하는 이유기도 하다.
세상에는 정말 다양한 길이 존재하지만
모든 길에는 이러한 원리가 깃들어 있다.
목적지가 없는 막다른 곳에서 막다른 곳으로 향하는 길 따위가 어디 있겠는가?
있어서는 안된다고 생각했다.
나는 있어서는 안된다고 여겼다.
정말 오랜만에 사람을 만났다.
가끔 길이 움직이는 일도 있지만
이 녀석은 명백히 사람이었다.
아직 정신이 붙어있는 사람이었기에 대화를 해보았는데
다른 의미로 정신 나간 사람이었다.
그는 길을 사람으로 보았고
간혹 보이는 아름다운 형체의 길을 사랑했다.
길을 오르면 오를수록
그의 마음에 드는 여성 형체의 길들은 늘어갔고
그는 그것들로 여러 추잡한 일들을 하곤 했다.
그것이 그가 길을 걷는 이유가 되었고
그로 인해 내가 있는 이곳까지 도달하게 된 것이었다.
그는 이곳에서 정말 자신의 이상형과 꼭 맞는 형체의 길을 발견했고
그것과 결혼식을 올렸다.
그가 소개한 그의 아내는 이미 아름다웠을 시절의 모습을 전혀 간직하고 있지 않았다.
한 사람의 욕망이 어디까지 사람의 형체를 망가뜨릴 수 있는지 보여주는 듯 했다.
그는 이 이야기를 하며 양손으로 두 여성 형체의 길에 가슴을 주무르고 있었다.
나도 내가 제정신이 아닌 것을 어느 정도 인지하고 있지만
이 녀석은 정도가 심하다.
나는 녀석이 보이지 않을 때까지 평소보다 빨리 길을 올라갔다.
여기선 먹지 않아도 죽지 않고
끔찍할 정도로 다쳐도 금방 몸이 회복된다.
다만 생각을 멈춘 채 오랫동안 가만 있으면
길이 된다.
내가 주절대는 것은 이 때문이다.
이건 분명히 악몽이다.
깨려고 해도 깰 수 없는 꿈,
내가 무엇을 하다 이곳에 오게 되었는지 기억이 나지 않는다.
이곳에 오기 전에 무엇이었는지도 기억나지 않는다.
다만 이곳이 비정상적인 곳이란 것을 느낄 뿐이다.
길은 차갑다.
길은 딱딱하다.
넘어지지 않기 위해서는 뼈 부분을 제대로 밟아야 한다.
이미 익숙해질 대로 익숙해졌지만 가끔 실수해서 넘어질 때가 있다.
그럴 때면 길이 날 안아주는 것 같다.
잠시만 생각을 멈추고
이곳에서 쉬고 가라고 그렇게 말하는 것 같다.
길은 따뜻하다.
길은 부드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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