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편의점에서 아르바이트생을 모집합니다!


지원자격: 고등학교 졸업, 정신적으로 멀쩡할 것, 직립보행이 가능하고 손을 사용할 수 있을 것

우대 기준: 언어 구사 가능, 3대 500 가능, 눈빛으로 사람들을 압도할 수 있음, 할■스를 보고도 놀라지 않을 자신이 있음, 곱상함


오시는 길: 장수리 광장에서 북쪽 첫번째 큰길, 장승 지나서 왼쪽으로 3번 꺾기

면접 준비물: 물 1L, 붉은 실 한 뭉치 (두꺼울수록 좋음), 페놀프탈레인 미량




...


어어 그려!


왔어?


내가 그... 뭐라 카더라... 알바 모집 공고를 붙여둬갖고...

그거 보고 온거 맞제?


거 요새 젊은이들 참 빠릿빠릿하단 말여...


앉아 봐, 앉아 봐! 거기 멀뚱히 서있지 말구.

요 편의점은 좀 오랜만이제? 이 동네에서도 꽤 오래된 편이고 사람도 잘 안왔응께...


아무튼, 거 해야될 거 많이 없어 그려.

그래서, 우대조건 뭐 해당되는 거 있어?


아, 그래 그래, 3대 500, 언어 구사가능... 좋제, 좋제.

거 그럼 오늘부터 바로 여기서 일하는 거다잉?


자 젊은이, 여기서 해야 할 거 많이 안 복잡혀.

일단 젊은이는 여기서 계속 앉아만 있음 뎌! 움직일 필요도 없구, 사실 움직이면 안되지마는.


거 일단 아침에 나오면 거기 앉아서 주변에 물로 원같은거 그려 두고, 페놀... 머시기 뿌려둬, 젊은이.


응? 내가 그거 이름 모르면서 어케 작성했냐고? 그, 우리 손주가 말여, 아주 용한 놈이여, 껄껄...

아 글쎄, 고놈 애비가 어저께 연락을 했는디, 서울대에 붙었다지 뭐여!


아 알써 알았어, 손주 자랑 그만할랑께.

아무튼! 우리 손주가 저거 다 써서 손수 붙여준 거여.


다 설명해주긴 좀 그렇고, 나도 이제 가봐야 되니께, 거기 그 종이에 다 써뒀으니 읽어라잉!

할배 간다!



(띠링~)



할배가 나가자, 가게 안에는 적막이 감돈다.

바깥에 새겨진 표지판이 끼익거리며 흔들리는 소리가 전부다.


"24시간 영업 행복 슈퍼-마켙편의점"


...가게 진짜 낡았네.




나는 카운터 위의 오래된 POS기 옆에 놓여진 안내문을 읽어본다.

...가만, 이것도 손주가 써준건가?



1. 웬만하면 페놀프탈레인 풀은 물로 그려둔 원에서 나오지 마세요.

가끔 걔들이 가게 안에 침입할 때가 있는데, 물이 시뻘겋게 변하는 걸로 알수 있습니다. 변한 부분에 물 추가로 더 뿌리시고, 반대 부분으로 의자 좀 당겨 앉으세요.


2. 붉은 실로 옷 한 부분 꿰어서 의자에 묶어두시면 가끔 사라지는 일을 방지할 수 있어요.

위로 못 날아가게 방지해줍니다.


근데 여러번 쓰진 못하니까 한 두번정도 지나면 갈아주세요.

가는 사이에 위로 납치당하지 않게 조심하구요.

저희 알바 구하기 힘들어요.


3. 손님들이 뭐 나와서 찾아달라고 해도 폰 보는 척 하면서 가지 마세요.

단, 본인 폰은 말구, 저희가 배치해둔 정상적 폰 있어요.

본인이 갖고계시던 폰은 애초에 정상적 몰골이 아닐 가능성이 높고, 어짜피 그분들은 그거 못 볼거에요.


4. 가게 주위에 보이는 빨간 소금으로 친 오망성? 그거 건드리지 마세요.

그거 건드리는 즉시 알바 해고됩니다.

사실 이 세상에서 해고가 더 빠르긴 한데, 저희 매장에서도 해고에요.

어짜피 손님들은 그거 건드려도 걍 지나가니까 상관 없구요.


성불하는게 목적이셨으면 그거 건드리는게 젤 빠르긴 합니다.

선행 쌓는거보다 한 100배?


5. 조용히, 가만히 계세요, 제발.

아무리 목말라도 여기선 가만히 계세요. 밖에선 아무리 악귀짓 하고 다녀도 모르지만, 여기선 당신이 저 사람들한테 보이고, 물리력도 통해요.

지난번에 살아생전 3대 500으로 백병전 승리하셨던 분이 진상이랑 대판 싸우다가 결국 얻어맞고 승천당하셨습니다.

가끔 술마시고 깽판치는 손님이 있을 건데, 그때 한해서는 허락해 드립니다.


혹시나 누가 목소리 듣고 알아채거나 할수 있으니 조용히 계시고, 가능하면 움직이지 마세요.

곱상한 게 우대조건인 이유가 저거입니다. 과하게 안면손상 안된 분이어야 의심 안받으니까요.

낡은 슈퍼 개조한거라서 어짜피 되게 작고, 손님들이 알아서 잘 찾으실 겁니다. 굳이 찾아주실 필요 없어요.


6. 유일하게 조심해야 할 사람들 명단입니다.

사실 알바 지원하실 분 쯤이면 보통은 다 무시해도 되겠지만, 혹시 몰라서 적어드립니다.

- 정장 선글라스에 큰 시가 물고계신 외국인

- 어정쩡하게 평상복 입어서 나 특수작전 나온 군인이오~ 하고 광고하는 사람

- 별 이상한, 당신 시대쯤에나 입었을 법한 알록달록한 한복 입은 사람

그사람들 당신이 뭔지 알아요.


가급적이면 다들 무서워서 조용히 구매하고 나가겠지만, 혹시 모르는 거잖아요?


20■년 ■월 개정: 가끔 뭔 이상한 복장센스의 알록달록한 하와이안 셔츠 아저씨가 오신다면, 저 위에 사람들보다 더 경계하세요.

저희도 아직 그사람 뭐하는 놈인지 모르겠어요.


7. 가끔 담배 찾는 손님이 들어오면 민증 보여달라고 해주세요. 

말 못하시는 분이시면 대충 멀쩡한 손 보여드리면 뭔 뜻인지 알 거에요.

제발 그 마스크는 벗지 마시구요. 요즘 시국에 그러면 나 이쁜지 안 이쁜지 묻기도 전에 욕먹습니다.


8. 창고 절대 열지 마세요.

그냥 그런 줄 아세요.


제발좀요.

저희도 아직 리모델링하고 개업할때까지 30년동안 해결 못했어요.


9. 즐거운 업무 되세요!

부디 많이 배우고, 얼른 성불하시길 빕니다.

저희 할아버지 좀 덜 힘들게 하시구...


화이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