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대가 내가 남긴 이 글을 읽고 있다는 것은
다시 이곳에 있다는 의미겠지요.
무수한 경고를 뒤로하고 그대는
어찌하여 되돌아 왔을까요.
처음은 실수였다하나
두번의 우연은 이 세계에서 허락되지 않는데.
이곳에 나를 두고 영영 떠난 그대가
읽을지 아닐지 알 수도 없는 편지를 남기며
나는 그대를 기대하고 있음을 알까요.
처음에 나를 만나 돌아간 것은 운이 좋았을 뿐이고
나는 그대를 어여삐 여겨 온 힘을 다해 돌려보냈죠.
이곳은 척박한 곳,
사방이 괴이한 것으로 들끓고
나는 이제 그대를 도울 힘을 잃었어요.
그대가 나를 만나러 온 것이고
우리가 나눈 것을, 나를 잊지 않아서라면
그래서 돌아온 거라면
우리가 함께할 방안을 적어 남깁니다.
그대 마음이 변했다 해도 원망치 않아요.
그러나 당신도 바란다면 기다리겠습니다.
1 . 돌담의 입구에 주머니 두개와 방울, 흰 끈, 가위와 빨간 반지를 남깁니다. 주머니와 방울은 쓰임이 있으니 잘 챙기고, 빨간 반지는 새끼 손가락에 끼워요.
그 후에 검은 가위를 들고 머리카락을 조금 잘라 “노인께 원래 것을 돌려드립니다“라고 말해요.
성공하면 이제 우리는 서로를 느낄 수 있을 거예요.
2. 당신이 나를 느낄 수 있다면, 돌담 길을 따라 걷기만 해도 서로를 만날 수 있어요. 우리를 갈라놓으려는 것들을 조심해야 해요.
3. 우리가 처음 만났던 나무 아래를 기억하나요. 당신은 우연히 길을 벗어나 있었고 끔찍한 검은 비가 내리고 있었죠.
검게 물든 주변에서 나무 아래 당신만 색을 가진 채 서있던 걸 기억해요.
당신이 나무 아래로 불러주지 않았다면, 나 또한 차가운 비를 맞아야 했을 거예요.
그 따스함이 당신의 사랑스러움이겠죠.
4. 돌담 옆에 서있는 나무로 다시 가세요. 빈 주머니 하나를 나무 아래에 묻고 “마지막으로 내어주시기를 청합니다.”라고 말하세요.
눈을 감은 다음 잠깐 서있어요.
나의 그대, 어떤 비명 소리가 나더라도 눈을 뜨지 말아요. 소리가 멎고 눈을 떴을 때 나무가 검게 변했으면 성공이예요.
나무가 있던 자리에 묻었던 주머니를 다시 파내어 구슬이 든 것을 확인하고 목에 걸어요. 내게 소중한 것이니 잘 지켜주리라 믿어요.
5. 방울은 필요할 때가 아니면 소리를 내지 않아요. 하지만 갑자기 소리를 낸다면 주의해야 해요. 앞을 똑바로 보고 등 뒤로 주머니를 던지고 절대 뒤돌아보지 말아요. 가능하다면 뛰어도 좋아요. 다만 절대 넘어지지 말아요.
이 일이 나에게도 큰 모험이라는 걸 알아줬으면 좋겠어요. 내 사랑, 우리는 금방 함께 할 수 있을 거예요.
6. 길 주변으로 당신을 유혹하는 많은 것들이 있을 거에요. 목이 마를 때 우물이 있고 너무나 발이 아플 때 의자가, 또는 당신을 부르는 많은 목소리들이 들릴 거예요. 그럴 때는 방울을 입에 물어요. 방울소리가 당신을 지켜줄 거예요.
7. 이제 거의 다 왔어요. 흰 끈으로 눈을 가려요. 당신이 내 말을 따라 돌담을 따라 잘 걸었다면, 눈을 가려도 우리는 만날수 있어요. 발에 물이 닿아도 놀랄 필요 없어요. 그대는 그저 내가 느껴지는 곳으로 걸으면 돼요.
처음 당신이 나의 세계에 와서 온통 부정적인 감정에 둘러싸여 있었던 걸 기억하나요. 두려움, 무서움, 슬픔.. 그런 감정들은 아주 억세고 쓰며, 맛이라곤 없어요.
아아 두번째 당신이 이곳에 오기로 결정했을 때는 어떠한가요, 나를 향한 기대, 설렘, 잘 익은 과일처럼 말랑하고 달콤한 감정들!
어서와요, 내 사랑
나는 그저 기다렸을 뿐이고 그대는 선택했죠.
그대를 기다리는 것이 내 일이라.
나폴리탄 + 규칙서임? 신박하네 재밌다
신선한 재미네. 잘 읽었어~
낭만적인듯 기묘한게 재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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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끄러운 글에 관심가져주고 신박하다고 해줘서 고맙다ㅋㅋ 윗댓 말대로 낭만적인 문체로 쓰려고 했고, 괴이한테 홀려서 스스로 돌아오는 인간을 상상하면거 씀 각자 해석하는 바가 있겠지만 기회가 된다면 내 해석도 댓글로 쓸게
약간 영시같다 잘읽었음
말투는 다정하지만 속내는 까맣다는 갭이 너무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