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서: 당신은 정신을~ → 그녀는 정신을~ → 본편 → 귀하는 눈을 떠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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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대 소리를 크게 내지 마세요. 그들은 귀하의 정확한 위치를 찾고 있습니다. 작은 소리는 괜찮지만 목에 힘줄 정도로 소리 내지 마세요.
조력자를 제외한 이곳의 모든 것은 귀하에게 적대적입니다. 말도 안 되는 이유로 귀하를 해칠 것입니다. 부디 침착하게 정독하고 현명하게 행동하세요.
귀하의 육신은 이걸 읽을 때쯤이면 안전하게 병원으로 이송됐을 것입니다.
귀하가 하실 일은 본문을 자세히 읽고 조력자를 통해 이곳을 탈출해 깨어나는 일입니다.
당사는 귀하를 구출하기 위해 수칙을 작성해 귀하에게 배부했지만, 지면의 한계가 있습니다.
자세히 서술되지 않은 부분은 부디 수칙 아래에 현명하게 판단하여 행동하시길 바랍니다.
단, 수칙서는 절대적으로 귀하 소유에 있어야 합니다.
이제 뒷면을 펼쳐 이하 행동 수칙을 숙지하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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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 절대 소리를 크게 내지 마세요.
1. 방향과 관계없이 4시간을 "걸으면" 패스트푸드점이 나옵니다.
2. 키오스크만 있으면 들어가지 말고 가게 한 바퀴.
3. 조리실에 짐승의 우리가 있습니다. 부수세요.
4. 직원 휴게실에 귀하와 맞는 그림자를 찾으세요.
5. 우리 밑 지하실로 내려가 대합실에서 조력자를 찾으세요.
6. 복도에서 문을 보기 전까지 경첩을 찾으세요. 없다면 돌아가서 처음부터.
7. 조력자에게도 소리를 내지 말라고 당부하세요. 두고 와도 됩니다.
8. 안개를 두려워하지 마세요. 길을 잃어야 깨어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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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을 뜨니 생판 처음 보는 황야, 그것도 아무것도 없고 지평선엔 안개만 잔뜩 걸친 곳이었다. 그리고 내 손에 꼭 쥐어진 건 이 종이 쪼가리 한 장.
A5 메모지에 정자로 또박또박 적어놓은 게 딸아이가 생일 기념 편지 쓴 것 같기도 해 기분이 묘했다.
솔직히 그렇잖은가. 난 이게 꿈이라고만 생각했다. 좀 지독하게도 재수없고 의미를 알 수 없을 꿈.
물론 꿈 치고는 황야의 바닥 촉감이 지나치게 사실적이었고, 내 숨소리와 옷자락 스치는 소리를 빼면 어떤 소리도 들리지 않는 게 꿈이라는 느낌도, 현실이라는 느낌도 주지 않았다.
현실성이 증발해버려도 이렇게까지 증발해버리면 꿈이라는 생각도 안 드는구나 싶었다.
그보다 이 수칙들, 어린애 장난도 아니고 뭘 의미하는 건지 도통 알 수 없었다. 설명할 지면이 그렇게 없었나? 그냥 애들 장난 아닌가?
하지만 역시, 장난으로 치부하기엔 무언의 압박감이 느껴졌다. 그러고 보면 요즘 뉴스에서 이것저것 방송하지 않았던가.
그...... 잘 기억나지 않지만 무슨무슨반이었던 것 같다. 정부가 반국가적 테러 단체라 규정하고 전쟁을 선포한 것이 저번주 대서특필이었지.
아, 기억났다. 초자연현상처리반이었다. 뭐랬더라 어떤 현상들을 이용해 시민들을 납치한다고 하는데......
너무 비현실적인 이야기라 무시했던 것도 기억났다. 그렇게 생각하니 이곳에서 현실감이 증발한 것도 별것 아닌 것처럼 느껴졌다.
그럼 이 종이는 누가 쓴 거지? 정부가 쓴 건가? 근데 정부가 썼으면 '당사'라고 하진 않을 텐데.......
***
"삐끼―――――리――오―――로로――로로로롤――"
"시이이―――이이이이―――우우아―――리리리리리리리―――――"
"꼬꼬꼬꼬꼬꼬꼬꼬꼬꼬꼬꼬꼬꼬꼬꼬꼬꼬꼬꼬꼬"
귀를 틀어막아도 들리는 소리에 마음 속에서 닥치라고 외치고 싶은 마음이 절로 들었다. 하지만 고막을 전동드릴로 파내는 것 같은 놈들이 목이 270도 꺾인 채 벽을 보거나 두 눈이 사시처럼 벌어져 이상한 곳만을 쳐다보는 걸 깨달았을 때, 나는 내 호주머니 속 수칙 0번이 떠올라 입을 꾹 다물었다.
씨발, 여기까지 어떻게 왔는데. 하지만 이곳에서 어떻게 조력자를 찾으란 거지? 시끄러운 걸 넘어서서 말하면 들리나? 죄다 비슷비슷하게 생겼는데?
그보다 여기 있는 놈들, 조력자가 한 명이라면 나머진 도대체 누구야......?
***
"도, 돌아가야......"
"?"
이, 이쪽을 봐버렸어! 봤다고! 조력자인 걸 알지만...! 알지만! 너무 무섭게 생겼어! 꿈에 나올 것 같아! 그것도 악몽에!
......근데 여기 꿈이었지. 내 육신은 병원에 있을 거니까.......
"우으......."
"......끼룩?"
"으으으......."
왜, 왜, 왜, 초자연현상처리반이란 곳은 사람 말도 똑바로 못 하는 걸 조력자랍시고 배치한 거야? 하는 게 뭐가 있다고? 심지어 생긴 것도 마치 눈코입 파츠를 얼굴 점토에 멋대로 붙인 것 같잖아! 어설픈 위치와 비율이 진짜 불쾌한 걸 넘어선다고!
"끼끼끼끼끼......."
즐겁다는 듯이 웃기까지 하잖아! 나한테 왜 이러는 거야? 응? 손에 뭔가가......
"경첩."
"어, 어?"
"경첩 차자따."
"어...... 고마워......."
"끼끼끼끼우끼끼끼."
아까까진 갈매기 소리 냈으면서....... 그, 그래도 경첩 찾았으니까 이제 안 돌아가도 되는 거지? 그 피투성이 대합실에 20번이나 돌아갔는데 또 돌아갈까 식겁했다고......
***
"입 닥쳐."
"......."
차마 손을 대는 일은 없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이 조력자란 놈의 감촉. 찰흙 같다. 진짜 찰흙이라도 빚어서 숨이라도 불어넣은 거야? 기괴한 것도 정도가 있지......! 돌아가면 손부터 씻는다. 무조건......!
"절대, 소리, 내지, 마. 알겠지?"
"......."
그래, 옳지. 잘했어. 후, 진짜 뒤지는 줄 알았네.
"......끼얏호우!!!"
아, 이 씨발.
***
안개가 자욱해. 이쯤이면 된 건가? 도대체 언제 탈출한다는 거지?
......설마 이게 다 함정이었다던가?
아니, 인제 와서? 4시간이나 걷게 하고 철근으로 된 걸 부수라고 하는데 소리도 안 내려고 얼마나 머리 쥐어 짜냈는데......!
그리고 그 좆같은 조력자랑 개좆같은 대합실도 빠져나왔고 복도 씨발거 33번은 왕복했는데......!
인제 와서 함정이면...... 난 어떡하지?
씨발, 이대로 가는 거 맞아? 지금이라도 돌아가야 하나? 돌아가면 어디로 가야 하지? 이것 말고 나갈 방법이 있나?
제발, 제발, 제발 누구라도 좋으니까......!
"헉!"
"환자가 깨어났습니다! 5번째 민간 생환자예요!"
"환자분 들리십니까? 초자연현상처리반 관측기록사무 2팀에서 나왔습니다. 귀하는 47일 간 의식불명 상태에 빠져계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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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걸 원한다고?"
"......."
"하지만 수칙서는 넘기면 안 된다고 했는데......."
"......."
"그렇게 귀여운 눈으로 쳐다봐도 안 줄 거야!"
"......정말?"
"어? 너 말도 할 줄 알아?"
"안 줄 거야?"
"......응."
"그럼 빌려주는 건? 아니, 보여주는 건? 그것도 안 돼?"
"응? 그건...... 그건 수칙서에 안 적혀 있는데......."
"그럼 되는 거네?"
"......조금만이다? 금방 돌려줘야 해?"
"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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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는 정신을~ 이거는 외전격이라 안 읽어도 되긴 함.
이혜령이 탈출 후 그곳에 존재하는 '그들'에 관해 큰 힌트를 얻고 매뉴얼을 상세하게 적어서 건네는 걸 포기함.(상세하게 적을수록 지면이 늘어나야 하고 그러면 아무리 종이라고 해도 부피 때문에 들킬 가능성이 높아짐)
그래서 최대한 부피를 줄이고 핵심적인 내용만 담아서 담은 게 본문 위쪽의 앞뒷면 내용. 강조 표시는 숨긴 게 아니라 한정된 지면 활용임. 숨기기 시작한 건 오염 이후임.
그리고 본문 마지막 이후 이 다음 편인 '귀하는 눈을 떠보니~'에 나온대로 매뉴얼이 통째로 바뀐 거임.
읽어줘서 꺼마워
그리고 십장생 안 버렸음... 보는 사람 있는지 모르겠지만 오늘 월요일 안으로 4편 청휘제약 불로초 수집 매뉴얼 씀.
난 연재물 중에서도 초자연처리반이 가장 좋더라 항상 재밌는 글 써줘서 고마워~ - dc App
ㅎㅎ고맙다
나도 이것만 즐찾해놧다. 요즘은 자기전이 즐겁다
ㅋㅋㅋ고맙다
조력자가 호의적이더라도 매뉴얼의 내용을 보여주는 건 위함하다고 생각되는데 나만 그런가? 어차피 내용이 중요한거 잖아 조력자도 결국엔 저기 속한 존재 잖아 다음 사람은 엿된거 같은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