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아버지 생신 축하드려요!"
"아버지, 생신 축하드립니다."
"여보 생일 축하해요."
주변에서 축하의 말이 들려온다.
오늘은 나의 67번째 생일이기 때문이다.
손녀, 아들, 며느리, 아내.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이 모두 모여있다.
후-
촛불을 끈다. 박수와 환호소리가 터져 나온다.
눈시울이 붉어진다. 행복하다.
하지만 전에도 이 장면을 본 것 같다.
생일축하도 67번 받으니 그럴 수 있다고 생각한다.
케이크를 먹으며 이 순간을 잊지 않겠다고 다짐한다.
ㅡㅡㅡ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토끼같은 손녀가 절을 한다.
미리 준비해둔 세뱃돈을 손녀에게 건네준다. 활짝 웃는 손녀를 보니 뿌듯해진다.
가족들과 맛있는 음식도 먹고, 윳놀이도 하며 즐거운 시간을 보낸다.
아내를 본다. 늙었지만 예전의 미모가 여전히 남아있다.
아내도 나를 본다. 아내가 가볍게 미소짓는다.
내가 반했던 아내의 미소다.
눈시울이 붉어진다. 행복하다.
하지만 전에도 이 장면을 본 것 같다.
명절도 67번 보내니 그럴 수 있다고 생각한다.
떡국을 먹으며 이 순간을 잊지 않겠다고 다짐한다.
ㅡㅡㅡ
"공가가 정말 맑네요."
"아빠, 고기는 언제 먹어요?"
"고기는 저녁에 먹을 거란다. 음...텐트는 어디에 쳐야 적당할까."
차에서 내리자 가족들이 두런두런 이야기를 나눈다.
캠핑은 오랜만이기에 늙은 심장이 주책없이 뛴다.
주변의 녹림을 바라보고 상쾌한 공기를 마시며 가슴을 진정시킨다.
아들이 텐트를 치고, 아내와 며느리가 먹거리를 준비한다.
손녀는 개울가에서 물장구를 치며 논다. 혹여나 손녀가 다치지 않을까 노심초사하며 지켜본다.
"그만 놀고 이리 와서 저녁 먹으렴."
식사 준비가 끝났는지 며느리가 손녀를 부르는 목소리가 들린다.
손녀를 데리고 가니 맛있는 냄새가 솔솔 풍겨온다.
삼겹살과 소시지가 먹음직스럽게 구어져 있다.
손녀가 쌈을 싸서 내게 준다. 나는 한입에 그것을 받아먹었다.
맛있게 먹는 내 모습에 손녀가 베시시 웃는다.
눈시울이 붉어진다. 행복하다.
하지만 이 장면을 본 것 같다.
가족과 캠핑을 온 것은 매우 오랜만이기에 이상함을 느낀다.
젊을 적 캠핑을 자주 다녔기에 그럴 수 있다고 생각한다.
삼겹살을 먹으며 이 순간을 잊지 않겠다고 다짐한다.
ㅡㅡㅡ
"할아버지, 저기 보세요! 호랑이에요!"
가족들과 함께 동물원에 왔다.
67년 인생에서 동물원은 처음이라 가슴이 들뜬다.
손녀가 눈을 반짝거리며 도도도 달려와 자신이 본 것을 신나게 말한다.
나 또한 여러 동물들을 보며 세상이 넓다고 생각한다.
원숭이를 쳐다본다.
원숭이 또한 나를 쳐다본다.
원숭이가 나를 손가락으로 가리킨다.
이 장면을 본 기억이 있다. 이 다음 장면도 본 기억이 있다.
5초 후 아들의 츄러스가 떨어진다.
"으악! 아까워라."
10초 후 손녀가 코끼리를 보고 놀란다.
"와아! 코끼리 아저씨다."
너무나도 선명한 기억. 게다가 가족들과 동물원에 온 것은 오늘이 처음이다.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인가.
저벅저벅-
발소리가 들인다.
수많음 소음들 속에서 오직 한 사람의 발소리만이 들려온다.
소음들이 줄어든다.
재잘거림이 사라지고, 사람들이 정지한다. 구름이 멈추고, 물건이 허공에 머무른다.
이 공간에 오직 나와 저 사람만이 움직인다.
검은 정장의 여성이 내 앞에 멈춰섰다.
"안녕하십니까, 특이관리국 몽중몽 1팀 정유나입니다."
특이관리국. 무덤덤한 목소리 속에서 그 단어를 낚아챈다.
그래, 특이관리국이라면 이 현상을 만들기에 충분하다.
"지금 상황이 많이 당황스러우실 겁니다. 제가 다 설명해 드리죠."
모든 것을 설명해 준다는 요원의 말에 나는 고개를 끄덕인다.
...
...
...
화가 난다. 믿었던 가족들에게 화가 난다.
저 요원이 거짓말을 하는 것인가? 아니, 특이관리국이 날 속여서 무슨 이득을 얻는단 말인가.
배신감과 허무함이 머리와 가슴에 소용돌이친다.
당장이라도 아들과 며느리를 찢어죽이고 싶다.
하지만 난 어떠한 복수도 하지 못한다.
가족들은 이미 처벌을 받았고, 날 이 꼴로 만든 그 망할 회사는 풍비박산이 났단다.
무엇보다도, 나는 현실로 돌아갈 수 없다.
그 사실이 나를 절망의 구렁텅이로 빠트린다.
"두 가지 선택지가 있습니다."
"지금처럼 행복한 고통 속에서 살아갈지, 편안한 안식을 맞이할 것인지."
"저는 피해자 분들에게 이것을 물어보기 위해 찾아왔습니다."
나는...
나는 어떻게 해야...
ㅡㅡㅡ
할아버지 생신 축하드려요!"
"아버지, 생신 축하드립니다."
"여보 생일 축하해요."
주변에서 축하의 말이 들려온다.
오늘은 나의 67번째 생일이기 때문이다.
손녀, 아들, 며느리, 아내.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이 모두 모여있다.
후-
촛불을 끈다. 박수와 환호소리가 터져 나온다.
눈시울이 붉어진다. 행복하다.
케이크를 먹으며 이 순간을 잊지 않겠다고 다짐한다.
풍비박살이 아니다 풍비박산이다 게이야 끝쪽에 어떻게도 어떻개로 오타난 부분 있네
알려줘서 고맙다 고침ㅇㅇ
가족이 할배를 가상현실에 가둬버린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