왔다...드디어...


그토록 바라던 대기업, '에이노말리 코퍼레이션'.


세계 굴지의 대기업으로, 지난 15년간 급격한 성장세를 이룬 기업이다.


검은색 외관의 통유리로 만들어진 초고층 빌딩의 입구에 다다라서, 나는 한숨을 한번 쉬고, 힘차게 문을 열었다.


문을 열고 들어간 순간, 뭔가 잘못되었다고 느낄 수 있었다.


조용하다...너무나 고요하다.


3백 명이 넘게 근무라는 대기업 빌딩의 로비라기에는, 너무나도 고요했다.


입구를 열고 시야에 확인되는것은, 피처럼 붉은 카페트, 끝이 보이질 않는 엘리베이터, 그리고 무엇보다 길쭉하고 왠지 모르게 기분 나쁜 마호가니 테이블.


나는 한참을 두리번 거리다, 이대로 가만히 서있으면 안되겠다, 는 생각이 들어 마호가니 테이블로 다가갔다.


새빨간 카펫과 진한 마호가니색의 대비는, 내 흥미를 끌기에는 충분했고, 딱히 그 외에 관심을 둘 만한 물체는 없었다.


나는 발걸음을 옮겨, 홀린 듯 마호가니 위를 살폈다. 위에는, 넓은 테이블에는 맞지 않게 작은 명찰이 달린 갈색 서류봉투가 몇 개 놓여져 있었다.


그중, 익숙한 이름이 적힌 명찰에 눈이 갔다.


'박진수님' 내 이름.


이외에도 몇 개의 명찰이 있었지만, 전부 모르는 이름들 이었다.


나는 조심스럽게 내 명찰이 달린 봉투를 잡아 개봉했다. 두근거리는 손으로 봉투를 열어보니, 안에는 검은색 태블릿이 하나 들어있을 뿐 이었다.


당황스러운 점은, 검은색 태블릿에는, 어떠한 버튼도 존재 하지 않았고, 칠흑 같은 어두움만 감돌 뿐 이었다.


태블릿을 작동 시키기 위해, 이리저리 둘러봤지만, 전원 버튼이나, 흔한 충전 케이블 구멍도 존재 하지 않는다는 점을 깨달을 수 있었다.


'불량인가 뭐지?' 


미동도 하지 않는 태블릿을 계속 만지작 거리다가, 나는 이름이 새겨진 명찰 뒤에 새겨진 조그마한 글귀를 찾을 수 있었다.


"초기화를 위해서, 동봉된 전자기기에 손바닥 전체를 올려주세요."


아, 이렇게 조그마한 글귀를 어떻게 찾아으라는거야... 이렇게 생각하며, 나는 왼손바닥 전체를 태블릿의 액정을 감싸는 올려놓았다.


그 순산, 태블릿이 가동되며, 힘찬 빛을 뿜었다. 너무 밝은 빛에 잠시 눈을 감았다 뜬 나는, 기기에 출력된 문구를 살펴 보았다.



안녕하십니까.


저희 에이노말리 코퍼레이션에 입사하신 신입사원분을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저희 에이노말리 코퍼레이션 127기 신입사원 공채에는, 총 1,735명분이 지원해 주셨으며, 그 중 합격자는 5분 이십니다.


다시 한번, 귀하의 입사를 진심으로 축하드리며, 앞으로의 회사생활에 행운이 가득하시길 바랍니다.


127기 신입사원, 중앙정보팀 박 진 수 님, 첫 출근을 환영합니다.


< 경고 > 혹시라도, 이 글을 보시는 분이, 박진수님이 아니시라면, 지금 즉시 7층 인사관리팀을 방문해 주십시오. 그쪽에서 적절한 조를 취해줄 겁니다.


앞으로 충실한 회사생활을 위해, 모든 신입사원분들께는, 회사사원 규범이 지급되고 있습니다.


규범서는 총 120조의 항목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저희는 사우님께서 규범을 전부 외우고 첫 출근하는것을 권장하는 바입니다.


전부 외우실 때까지, 자유롭게 시간을 보내셔도 좋으며, 다 외우신다면 앞에 보이는 엘리베이터로 출근하시면 됩니다.


그러면, 시작하겠습니다.




1. 이 기기는 '코어'라고 부르는 것으로 에이노말리 코퍼레이션에 근무하시는 모든 사우분들께 지급되는 기기입니다.


코어는 여러 가지 기능을 가지고 있으며 우선...


'120조? 이게 대체 무슨 소리야.' 


도대체 세상에 어떤 회사가 첫출근 하기 위해서 120조의 규범을 전부 외워야 한다는 말인지, 도저히 이해가 되지 않았다.


앞으로 외워야 할 규범들에 기운이 빠져갈 무렵, 그 순간, 코어에서 삑삑 거리는 소리가 크게 들려왔다.


그리고는, 화면의 내용이 규범서에서 다른 내용으로 한순간에 바뀌었다.


<<< Incoming massage : 김지현 대리 [jihyunK2755@A-normalli.com] >>>


Subject: 신입 사원 환영~!


여, 신입! 안녕. 난 김지현이다. 니 사수가 될 사람이지.


기존의 회사와는 좀 다르지? 세상에 로비가 이런데가 어디있냐고.


이렇게 만난것도 인연인데, 먼저 인사좀 할려고 이렇게 메세지 보낸다.


뭐, 신입사원 왔다고 이렇게 친절히 챙겨주는건 나뿐일 거야. 여기 규모가 좀 크냐? 근데 니가 일할 우리 중정팀 말고 신경 안써도 될거야. 아 코어에서 120항 외우


던? 크, 첫날와서 규모에 눈 돌아가지, 로비는 썰렁하지, 그게 눈에 들어오겠냐고요. 그래서, 내가 좀 설명해 주려고 한다. 거기 다 못외우면 나가지를 못해요. 나오는


것도 들어가는것도 금지되있거든. 엘리베이터로 출근할떄, 아마 규범 몇조 물어볼텐데, 여기도 할 일 졸라 많고, 나도 막내 탈출 하고 싶으니까, 반드시 기억할 것


이제부터 눈 잘 씻고 집중해서 봐라. 내가 보낸 내용은 가급적이면 외우고, 다시는 보지마. 충고한다 다시는, 보지마. 아 시작하기전에 꿀팁 하나.


거기 테이블 보면, 니 이름 들어간 명찰이랑, 코어 들어있던 갈색봉투 있지? 거기 아마 잘 보면 한 명 이름이 '방문용' 이렇게 되있을거야. 하 병신들 쓸데없는


짓에 졸라 목숨걸어 진짜. 그거는 니 코어 잃어버렸을때 보험이야. 그 왜 야근이나 똥싸러 가면 가끔 폰 놓고오지? 그런거처럼 코어 놓고 오면 좆되거든.


말도 안되는 소리 같겠지만, 테이블 밑으로 가서 보면, 테이프랑 검은색봉투 붙여져 있거든? 방문용꺼 빼서 거기다가 넣고, 다시 테이블 밑에 붙여놔.


사람들 보기전에 먼저 붙이고, 나중에 너 코어 놓고 출근, 퇴근할때, 그걸로 인증하고 출퇴근 하면 된다 존나 개꿀팁이지.


암, 나도 2년밖에 안됐는데, 이런것도 알려주고, 크 존나 착하지 않냐? 그니까 앞으로 말 잘듣고 새꺄. 그리고 이제 좀 설명해 줄거야.


죽기 싫으면 똑바로 기억해. 120개중에 특히 중요한 몇개만 몇개 소개해 줄거야.


어..생각해 보니까, 그냥 회사소개는 그냥 나중에 만나서 해줄게. 그게 낫겠다.


당근, 이거 어디가서도 얘기하면 안된다 알겠지? 내 부사수니까 특별히 얘기 해 주는거야 새꺄.


장난은 이제 그만 하고 이제 시작해 보자.


나는 알려주는거는 잘 못 하니까 쉽게 설명해 줄게 다는 아니고 몇개만. 그래야 업무도 줄고 나도 좀 시발 정시 퇴근하고 사람 만나고 하지 않겠냐?크  존나 멋져 야 어디


가도 나같은 사람 없는거 명심해. 여기. 그. 어디에도.



항상 처음이 중요한거야. 뭐 이렇게 말 했는데 못 알아 들으면 죽어야 되는거고, 알간? 자 그럼 시작한다.


1조. 코어는 너도 생각하고 생활해. 이거 없으면, 출퇴근이고 뭐고 좆되는거야 그냥. 밥먹을 떄도 이거 쓰고. 아 너 개인적으로 가져온 스마트폰은 버려라. 그거 있으면 오작동 할지도 몰라. 오작동 하면...뭐 그냥 128기 온다고 생각해라.


그리고... 아 이거 물어볼거야. 3조. 에이노말리에 항상 충성하고 배신하지 않는다. 이게 아마 처음 엘베타면 물어보는 걸꺼야. 무슨 시발 북한도 아니고 좆같지 않냐? 나중에 엘베탈떄 장난치지 말고 똑바로 크게 대답해라. 어떤새끼 북쪽 돼지 따라하다가 엘리베이터에 삼켜졌단다. 어휴 무서.


음 그리고...또 뭐 있지? 아 17조, 이거 있지. 인명보다 채산성을 우선시 한다. 캬~ 시발 글로벌 대기업 마인드 좆돼요 아주. 저번에 우리 신에너지재생부, 식품갱신부 사고 났을때, 이새끼들 사람들 보다 <<<-REDACTED-검열됨->>> 우선하더라? 어 아 아직 권한 안받아서 안보이겠구나? 뭐 그냥 알아만 둬. 


나머지는 뭐 별거 없어. 똑같은 거지. 시팔거. 먼저 퇴근하지 않는다, 뭐 그런건데.


어차피 너하고는 상관없는 일이야. 자 이제 니꺼 방문용 세컨코어 봉투에 넣고, 엘베 타서 12층으로 와라. 엘베 문제는 3조고, 뭐 계속 물어볼건데, 네-네-아니오-네-네-네 이렇게 하면 됨. 야 존나 바쁘니까 빨리 와. 


<<<END>>>


아 사수였구나...다행이다. 들키지는 않은 모양이다. 나는 처음부터 다시한번 읽고, 내용을 암기했다.


메일과 함께 어두워지는 코어의 밝기에 나는 우선 120개의 규범을 전부 암기하지 않아도 된다는 생각에 안도했다.


그리고, 김지현이 시키는 대로, 마호가니 테이블 밑을 손을 더음어 찾으니, 곧 테이프와 검은 봉투가 보였고, 이를 다시 봉해서 테이블 밑 부분에 부착하였다.


'자 그럼 이제,' 나는 한층 가벼운 발걸음으로, 엘리베이터를 향해 다가갔다. '출근 해보실까, 잘하자 박진수, 힘내라 박진수'


엘리베이터에 들어서자, 높고 낮은 불쾌한 기계음이 들려왔다. 기계는 나를 향해 코어를 층수 버튼에 가져다 대라고 지시했다.


코어를 층수버튼에 접촉시키자, 다시한번 기계음이 들렸다. '언제나 최고를 위하는 에이노말리의 3조 규범으으은?'


'에이노말리에 항상 충성하고 배신하지 않는다'


한껏 경건한척을 하고 대답하자, 엘리베이터 문이 스르륵 닫혔다. 그리고 곧 이어, 다시한번 코어에서 삑삑거리는 소리가 크게 들려왔다.


<<< Incoming massage : 김지현 대리 [jihyunK2755@A-normalli.com] >>>


Subject: 이 씨발놈들이 보자보자 하니까 진짜


안녕, 박진수씨. 아니, 행정안전국 소속 권도현 수석요원님.


왜 영업 잘하는 남의 회사에 와서 행패야 행패는?


우리 중앙정보팀 좆으로 보는거야? 왜 우릴 얕보는거야? 진짜 모를줄 알았어?


경고 했잖아. 두번이나 했잖아.


돌아가라고. 경고했잖아. 왜 말을 안듣는거야?


하 씨팔진짜, 너 말고 바이퍼테크, 은색상회 스파이 새끼들도 오던데, 니네 행안국이 정보 흘린거냐?


이번 127기는 버리는 기수야. 아무래도 우리 기업비밀 캐낼라고 자아꾸 스파이가 기어들어 오는 모양이더라고.


그래서, 우리 자랑스러운 행안국 권도현 요원님과 다른 프락치 개새끼들은 아마 거기서 죽을거야.


시체 치우는거는 뭐, 다섯구 더 늘어난다고 바뀌는 것도 없고, 니들이 왜 우릴 좆으로 보는지 대체 모르겠네.


야, 우리 <<<REDACTED-검열됨->>>> 의 눈이 괜히 있는게 아냐. 니들이 무슨 생각하는지 다 보여.


물론, 우리세계..가 아닌것에 힘을 빌리고 있기는 하지만, 어차피 70억명이나 있는거, 그중에 몇 사라진다고 티도 안나.


그리고 너, 우리 원래 면접 통과자 박진수씨, 하 죽였지? 뭐 국가보안법 어쩌구어쩌구 하면서.


우리 회사 재산에 손실 냈으니, 우리도 너네 재산에 손실 내줄게. 한번, 경험해봐.



<<<END>>>


이 메세지를 끝으로, 엘리베이터가 꽝하는 소리를 내며 닫혔다.


그리고, 곧 소리가 울려퍼졌다.


<<< 인간사냥관리팀 7층 입니다. >>>


<<<인팀 5층 입니다. >>>


<<<인팀 2층 입니다.>>>


<<<팀 진입합니다.>>>


<<< 눈 앞 입니다.>>>


그리고 나는 정신을 잃었다, 











안녕하세요, 항상 맛있는 사료 먹어오다 저도 작성해봅니다. 디아 업데이트 하기전에 잠깐 써봅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