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부터는 일기를 적어야겠어.
초딩 때 이후로 처음 쓰는 거라 잘은 못쓰겠지만
나밖에 안남은 지금 내가 있었다는 흔적을 남길 유일한 방법이야.

혹시나 내가 죽고 누군가 이 일기를 발견한다면 나를 기억해주길.


2일차

날짜를 세는 건 진작에 포기했기 때문에 그냥 2일차라고 하자.
이제와선 별로 중요하지도 않고.
다만 세상이 좆되고 난 지 대충 세달은 지난 것 같아.

무슨 일이 일어났다고 표현해야할지 모르겠어.
애초에 무슨 일이 일어나야 세상이 이렇게 되는거야?
뭐가 어떻게 되야 바다도 하늘도 온통 시뻘겋고
낮이나 밤이나 저런 것들이 돌아다니고
도대체 무슨 일이 일어났던 거야?


3일차

내일은 이 집도 버려야겠음. 밖에 있는 놈이 기어코 토악질을 해놨어.
저 지랄을 해놓으면 꼭 벌떼처럼 몰려오더라구.
귀찮게스리. 아는 얼굴만 아니었으면 진작에 죽였을텐데.


4일차

길고양이가 나를 보고 도망치다가 하수구에 붙잡혔어.
걔한테는 불쌍한 일이지만 그렇게 곤죽이 되어서 빨아먹히는 건 사양이야.
전에 같이 다니던 사람은 그 안에 있는 것조차도 한때 사람이었다고 했는데
나는 개소리 말라고 했어. 그게 사실인지 아닌지 생각하고 싶지도 않아.

적당한 은신처를 못찾아서 종량제 쓰레기통에 들어왔어.
최악이야. 테이프도 아깝고.


5일차

괜찮은 집은 찾았지만 한놈이 장롱 위에 차곡차곡 접혀서 숨어있었음.
저놈들 때문에 두명이 죽었는데 나까지 당할 순 없지.
아직 자고 있을 때 길고 뾰족한 걸로 최대한 깊게 찌르고 버티면 끝이야.
놈들이 발버둥치며 내는 소리는 이제 익숙해. 처음에는 속을 뻔 했지만.


6일차

아침에 일어나서 집안을 수색하려다가 기절할 뻔 했다.
거실 베란다쪽 벽이 온통 새까맣게 물들어있었어. 잘 잠갔다고 생각했는데 잠금장치가 고장나있었음.
밤에 다니는 것들이 뭐가 있나 보고 갔나봐. 수만 가닥이 틈새로 비집고 들어와서 훑는 걸 생각하니 구역질이 일어났어.
안방에서 자서 천만다행이야.


7일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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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일차


식량 찾으러 돌아다니다 느낀 건데, 요즘은 생존자가 코빼기도 안보여.
혹시 나 말고는 다 죽은 거 아냐?

돌아오는 길에는 가끔 보이는 버섯인지 나무인지 모를 게 있었어.
세상이 망했을 때부터 보이기 시작한 놈인데, 오는 길에 있던 것도 전신주마냥 크게 자라있었음.
버섯에 더 가깝다고 생각했는데 벚꽃 비슷한 자주색 꽃잎이 떨어지고 있었어.

그러고보니 벚꽃 구경도 한번 못가봤네.
세상이 이렇게 될 줄 알았으면 남친이라도 만들어서 가볼걸.


9일차

슈퍼마켓을 뒤지다가 진열대 사이에 떨어진 런천미트를 찾았어.
스팸이었으면 더 좋았을텐데 아쉽네.


9일 10일ㅊ 1|일자

11일차라고 하ㅣ야겟지? 어제는 몽이 너무 안좋0ㅏ서 비몽사몽으로잇었어.
머가 문제여지? 설마 런천미드가 헷나? 오늘도 곰작모하겟다.








씨발토할대마꼿잎이나와씨발시발씨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