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옆에서 시끄럽게 울리는 알람을 끄고 낮게 소리를 질렀다.

밤새 고양이 소리 때문에 잠을 이루지 못해 너무 피곤했지만 5분만 더 잠을 청했다간 속절없이 지각이었다.

툴툴거리며 씻고 나와 휴대폰을 확인하니 토요일이었다.

당연하지만 출근하지 않는 날이었다.


이미 잠기운은 전부 달아난 터라 나는 편의점에 갈 생각으로 집을 나섰다.

입구에는 1층 집주인이 담배를 피우고 있었다.

요즘 같은 시대에 60대는 청춘이라고 주장하는 그 노인은 거의 직각으로 굽은 허리와 새하얗게 센 머리를 가지고 있어 누가 봐도 세월이 버린 노인이었다.

새벽 내내 들린 고양이 울음소리, 토요일 아침에 올린 알람, 출입구를 막아서고 담배를 피우는 노인 시작부터 되는 일이 없는 최악의 하루였다.


노인은 나를 보고 조금 멈칫했지만 이미 불을 붙인 담배를 끄진 않았다. 아마 또 방에서 담배를 피우다가 아내에게 한 소리를 듣고 나온 거 같았다.

이런 날 이 노인은 마주친 나를 그냥 보내는 날이 없었다. 담배를 피우며 요즘 가장의 권위가 땅에 떨어졌다로 시작해서 자식교육으로 끝나는 노인의 길고 긴 푸념이 또 시작 되었다.


난 집주인의 심기를 거스르고 싶지 않다는 두려움과 일종의 죄책감 때문에 오늘도 노인의 말을 끊지 못했고

겨우 노인에게 해방됐지만, 식욕은 이미 저 멀리 달아난 뒤였다. 그대로 방에 들어가는 것도 싫었던 나는 집 주변의 공터로 향했다.


그리고 예상했겠지만, 그 공터에서 내가 발견한 고양이였다.

공터에 놓여있는 고양이 밥그릇과 상자들 거기에 놈들은 정말 바퀴벌레처럼 몰려 있었다.

요 몇 달 이놈들 울음소리에 고생한 걸 생각하면 그 상자를 찢고 밥그릇을 뒤엎고 들고 있던 책을 휘두르는 게 마땅했으나


난 아무것도 하지 않고 내 방으로 돌아오는 걸 택했다.

당연하지만 저 바퀴벌레들의 보금자리는 자연적으로 만들어진 게 아니라 누군가 인위적으로 만든 물건들이었다.

괜히 내가 저것들을 철거했다가 이상한 사람이랑 시비라도 붙는 건 싫었다.


하지만 또 저것들의 울음소리에 잠을 설치는 것도 싫었다. 고민하던 나는 공책을 뜯어 그곳에 쪽지를 써 붙였다.

내가 저것들 때문에 큰 피해를 보고 있으며 고양이에게 먹이를 주는 것의 해악을 인터넷을 뒤져가며 꼼꼼하게 써넣었다.

공들인 쪽지를 공터에 잘 보이는 곳에 부쳐두고 오자 하루가 거의 끝났지만, 내일부터 저들에게서 해방 된다고 생각하니 기분이 좋았다.

오늘 아침엔 끔찍하게만 보이던 저 털 덩어리들이 조금은 귀엽게 보이기도 했다.

한번 머리를 쓰다듬어 볼까 생각했지만 그만두었다.


난 예전부터 고양이를 좋아할 수가 없었다.

사람이라면 받은 은혜에 보답해야 마땅했다.

그리고 그 원칙은 동물도 지켜야 한다는 게 내 지론이었다.

개는 자기를 키워준 주인에게 평생 충성을 다한다.

하지만 이 고양이란 놈은 어떠한가? 저를 먹여주고 재워주는 사람한테도 지 좋을 때만 애교를 부리며

받아도 받아도 만족할 줄 모른다. 도저히 좋아할 수가 없었다.


결국 난 고양이를 쓰다듬는 걸 포기하고 도망치듯 내 방으로 돌아왔다.

어차피 내일이면 끝이다. 생각해보면 아침부터 아무것도 먹지 못했지만, 식욕이 없었다.

그 털 덩어리들을 생각하면 먹지도 않은 음식들이 속에서 올라올 것 같았다.

그 아기 울음소리를 내는 역겨운 놈들이 내 속에서 기어 나올 것 같았다.

그냥 본 것만으로도 이런데 저것들을 쓰다듬으려고 했다니 진짜 미친놈의 발상이었다. 지금 생각하니 믿기지가 않는다.


결국 그냥 자려고 불을 끄니 당연하지만, 방안은 어두웠다.

어두운 방안은 그것들의 검은 털 덩어리 같았다.

나는 결국 불을 다시 켜고 그것들의 울음소리를 들으며 잠을 청했다.

정말로 아기가 우는 소리 같았다.

새끼 고양이의 울음소리는 더 아기 같은 걸까? 나는 실없는 생각을 했다.


다음날 눈을 떠보니 카톡이 와있었다.

어머니다.

이번 달 생활비를 보냈으니 확인하라는 내용

이 나이가 되도록 부모님에게 생활비를 의지하는 자신이 한심했지만

정말로 부모님을 생각한다면 하루빨리 돈을 모아 이 방에서 탈출하는 게 먼저였다.


나는 우울한 생각을 떨쳐버리려고 다른 생각에 집중했다.

사실 생활비만큼 심각한 문제였다. 털 덩어리들의 울음소리가 전혀 잦아들지 않았다.

어제 새벽에도 여전히 그 소름 끼치는 아기 울음소리가 들렸다.


내 쪽지를 보지 못한 걸까

어제 공터에 와보지 않은걸까

아마도 그랬을 것이다.

괜히 오늘 다시 공터에 갔다가 마주치면 일이 골치 아파진다.

그 쪽지를 내가 붙였다고 고백할 때의 어색함을 견딜 수 없을 거 같았다.

그리고 사실 무엇보다 그것들이 모여있는 광경을 다시 볼 엄두가 안 났다.


그렇게 난 그날 밤도 불을 끄지 못하고 아기 울음소리와 함께 침대를 뒤척이다 잠이 들었다.


다음날 대리님이 나에게 무슨 고민이 있느냐고 물어봐 주셨다.

내 몰골이 말이 아니었나 보다.

사실 만약 이때 대리님이 말을 걸어주지 않았다면 난 1층 노인에게 고민 상담을 했을지도 모른다.


대리님은 내 말을 듣더니 단호하게 캣 맘이 스스로 고양이 급식소를 철거할 일은 없다고 봐도 좋다고 말씀하셨다.


'캣맘이란건 결국 다른 존재한테 거절당하고 필요 받지 못한 자들이 말로 거절하지 못하는 짐승에게 매달린 사람들이다.

설 곳을 잃어버린 그 사람들에게 다른 사람에게 피해가 간다는 말은 아무런 효과도 없을 것이다.

만약 그 말을 듣고 멈출 수 있는 사람이라면 애초에 거기까지 몰리지 않았을 테니까'


대리님의 말이 전적으로 옳았다.

집에 돌아간 나는 곧장 2층 창고로 향했다.

창고로 가려면 뚱뚱한 여자가 사는 방을 지나야 했다.

난 말로 하진 않았지만, 그 여자의 뚱뚱한 살들을 혐오했다.

그것들은 날 규탄하고 있었다. 모두 니탓이라고


그런 내 혐오를 알아차린 걸까. 그 방문은 항상 닫혀 있었다.



창고에서 난 삽을 꺼내 들었다.

그대로 공터로 달려가 마구잡이로 휘둘렀다.

좀 제대로 살피고 했으면 좋았겠지만 난 그것들을 눈으로 보는 게 두려웠다.

결국 의도하진 않았지만 내 눈먼 삽에 그것 중 하나가 맞았다.

고양이는 날렵하다고 들었는데

죽은 고양이는 홑몸이 아니었다.

고양이는 한번에 여러 마리의 새끼를 밴다고 들었던 거 같다.

그 수만큼 아기 울음소리가 없어졌다고 생각하니 마음이 편안해졌다.


그날밤 나는 꿈을 꿨다.

난 고양이가 되어 있었다.

놀란 나는 비명을 지른다.

아기 울음소리가 났다.


응아아아아아

응아아아아아아


다음 날 도저히 걸어서 출근할 수 없을 거 같았다.

정말 오랜만에 난 내 차에 시동을 걸었다.

이상한 소리가 났다.

엔진룸에 고양이가 죽어있었다.


난 홀린 듯 공터로 갔다.

그곳은 평온했다. 마치 어제 아무 일도 없었던 것 같다.

그래선 안 됐다. 난 창고로 달려가 삽을 가지고 나왔다.


이번엔 눈을 감지 않았다. 눈을 감으면 이것도 꿈이 될지 모른다.

난 그 혐오스러운 것들의 대가리를 모조리 깨뜨렸다.


방에 돌아왔다. 이 작은방은 거실이자 주방이자 화장실이었다.

난 몸을 씻은 후 그대로 침대에 누웠다.

회사에 전화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너무 편안했다.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다음날 일어나니 문자가 와있었다.

회사일까 생각했지만 어머니였다.

'아들 요새 공부하느라 힘들지? 쉬엄쉬엄 해'


방문을 거칠게 두드리는 소리가 났다.

대리님이 날 질책하러 왔을까 하는 생각이 잠깐 들었다.

문을 여니 1층 노인이 파랗게 질린 얼굴을 하고 있었다.


공터로 나갔다가 고양이 주검을 보고 놀란듯했다.

어떤 놈이 장난을 친 건진 모르겠지만, 가만히 두지 않겠다며 거기에 CCTV를 설치하겠다고 했다.

반가운 소리였다. 대체 어떤 놈이 거기에 그런 끔찍한 것들을 놔둔 걸까 확인하고 싶었다.


저녁에 대리님에게 전화가 왔다. 상태가 많이 안 좋은 거 같으니 푹 쉬고 오라는 전화였다.

들 낯이 없었다.


다음 날 비가 많이 왔다.

나는 창고에서 우비와 삽을 챙겼다.


공터로 나가니 우비를 쓰고 있는 작은 어깨가 보였다.

우산을 여러 개 펼쳐두고 거기에 상자와 밥그릇을 깔아두고 있었다.

저렇게 해서 고양이가 밥을 먹을 순 있나?


나는 삽을 들고 달려가 우비의 대가리를 후려쳤다.

노인은 비명도 지르지 못한 채 쓰러졌다.

어렸을 때는 정말 커 보였던 그 어깨가 지금은 너무나도 좁아 보였다.


비명을 지르지 못하고 꺽꺽대며 죽어가는 노인을 대신해 내가 비명을 질렀다.

아기 울음소리가 났다.


설곳이 없는 캣대디와 갈 곳 잃은 고양이가 거기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