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삐걱거리며 흔들리는 안내 전광판.
소천습지생태공원에 어서오십시오!
■■도 ■■시에 위치한 국내 최초 최대 규모의 습지생태공원은 언제나 여러분을 두 팔 벌려 환영합니다.
광활한 습지 안에서 살고 있는 다양한 해양생물 친구들을 관찰하거나, 바람에 흔들리는 갈대 밭 속에서 재밌는 술래잡기를 해보시는 건 어떨까요? 하늘에 날아다니는 철새들 또한 여러분의 친구가 되어 줄 거랍니다!
부디 이곳에서 즐거운 추억을 많이 쌓아가셨으면 좋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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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천습지생태공원 매뉴얼
> 매뉴얼에 앞서, 본 규칙서는 완벽하지 않다는 것을 항상 염두에 두고 행동하시길 바랍니다. 또한 각자 외근을 다녀오며 알아낸, 추가 · 수정해야 하는 정보는 즉각 보고해주십시오. 규칙 아래 첨언하겠습니다.
습지공원으로 외근을 나가기 전 해당 매뉴얼의 완벽 숙지를 권장하나 바깥으로의 무단 반출 및 훼손은 금지되며, 반출 이후에 일어나는 모든 일과 책임은 오로지 본인에게 있다는 점을 명심해 주십시오. 3팀 이선우 팀장(매뉴얼 작성자) 의 사무실 외에서 매뉴얼 발견 시 오염되었을 가능성이 있으니 신속히 폐기 및 보고 바랍니다.
↪회사 내 반복적으로 매뉴얼을 오염시키는 괴이를 확인. 직원 분들은 더욱 더 매뉴얼 관리에 힘써주시길 바랍니다.
1. 소천습지생태공원(이후 생태공원) 은 갯벌과 갯골, 일제강점기 시대에 만들어진 폐염전 지역을 다양한 생물 군락지 및 철새 도래지로 복원시킨 것입니다.
하지만 아이와 어른 가리지 않고 연이어 잇따르는 실종 사건과 불의의 사고로 2019년 11월 2일을 마지막으로 폐업하였습니다. 이후 생태공원의 소유주가 된 정부에서 제대로 된 조치가 되지 않아 당시 설치되어 있었던 모든 시설물이 그대로입니다만, 원인불명의 괴이 현상으로 인해 특정 조건을 만족하고 생태공원에 진입한다면 예전에 없어져야 했을 건축물 또는 자연 환경 일부가 복원하기 전 그대로 남겨져 있습니다.
주의하십시오. 폐업 후 특정 조건을 만족하지 못하고 생태공원에 진입한 사람들은 현재까지도 생태공원 내부에 있는 것으로 추정됩니다.
2. 생태공원에 진입하는 방법은 두 가지가 있습니다.
첫 번째. 생태공원 앞 매표소에서 성인용 표 한 장을 구입하는 것입니다. 조용히 땅에 시선을 고정하고 성인용 표 가격인 만 원을 손에 쥐어 앞으로 내밀어 주세요. 곧바로 매표소 내에서 "확인되었습니다. 소천습지생태공원에서 좋은 시간 되시길 바랍니다." 라는 음성이 들릴 것입니다.
이제 굳게 닫혀있는 자물쇠가 연달아 풀리고 정문이 활짝 열린 후 안쪽으로 진입하시면 성공입니다. 만 원권은 생태공원에 진입하는 순간 티켓으로 바뀌어 있을 것입니다. 티켓 분실 또는 훼손 시 일어나는 문제에 대해 본사는 일절 책임질 수 없습니다.
↪ 어떤 멍청한 신입사원이 매표소 안을 들여다본 덕분에 추가합니다. 매표소는 되도록 시선이 가지 않도록 하십시오. 매표소 직원은 과도한 관심을 두려워합니다.
두 번째. 바다나 갯벌에서 길을 헤메거나 일행 없이 혼자가 되었을 때.
이것은 다수의 실종자들이 생태공원에 진입한 방법이기도 합니다. 이 경우 첫 번째의 정문 진입과 달리 생태공원 내부의 갯벌로 이어지는 것이 확인되었습니다.
3. 첫 번째의 방법으로 생태공원에 진입하셨을 시 정문 너머로 나와 있는 여러 가지 산책길이 보일 겁니다. 저희가 다닐 수 있는 길은 오직 이 생태공원을 한 바퀴 빙 두르는, 풀숲 한가운데로 이어진 비포장도로(흙길) 이니 엉뚱한 길로 가는 착오 없으시길 바랍니다. 일단 특정한 길에 한 발짝이라도 들이면 더 이상 다른 길이나 정문으로 갈 수 없게 되니 주의 요망.
↪박 주임 자의와 상관없이, 홀린 듯이 붉은 꽃으로 가득한 벽돌길 진입했습니다. 바디캠에 보이는 것은 푸른 하늘에 직선 뿐인 길이었으나, 일부 녹취 기록을 들어 보면 길이 굉장히 구불구불하고 하늘이 붉게 물들었다 증언. 꽃길 진입 5분 만에 몸을 제대로 가누지 못하고 인지 능력이 현저히 낮아지는 것을 보아 꽃가루에 환각/인지 저하/매혹 등의 증세를 일으키는 성분이 있는 것으로 추정됩니다. 각별히 주의할 것.
↪이외 투입된 인턴 nn명의 조사 결과, 생태공원에 진입할 때마다 나오는 길의 종류와 갯수가 달라지며 매우 낮은 확률로 풀숲흙길이 나오지 않을 때도 있는 것으로 판명되었습니다. 이 경우에는 이제 규칙서 따위에 연연하지 마시고 소천습지생태공원에서 즐거운 시간을 보내시길 바랍니다.
3-1. 풀숲흙길을 걸을 때는 방심하시면 안 됩니다.
항상 주위를 경계하시어 풀숲에서의 이상 징후를 발견하십시오. 풀숲 안은 아직 본 회사조차 어떤 생물체가 있는지 전부 알지 못합니다. 되도록이면 풀숲에 다가가지 마시고, 길의 정가운데로 다니시는 것을 추천합니다.
↪김 대리가 쓸데없이 정상적인 길로 다니지 않고 풀숲을 헤쳐나가자, 야생 동물들의 이목을 끌어 배후가 좋지 못했습니다. 풀숲길을 지나시는 도중 풀숲 한가운데에 사람의 뼛조각으로 추정되는 것을 발견하신다면 그냥저냥 김 대리인가 보다 하시고 이 일을 교훈으로 삼아 풀숲에 진입하지 않으시길 바랍니다.
3-2. 풀숲길을 걸을 때 나타나는 괴이 현상은 총 일곱 가지가 있습니다. 적은 확률로 한 번에 두 개 이상의 괴이현상이 나오는 경우도 포착되었습니다. 이외 다른 괴이 현상을 발견하셨다면 보고 부탁드립니다.
하나. 분위기가 갑자기 스산해지고 매캐한 흙 먼지가 주위에 맴돌며, 본인의 뒤에서부터 무언가 바닥에 끌려오는 소리가 들릴 때.
소리는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가까이 들려올 것입니다. 몸집이 매우 큰 뱀(추정)이 당신과 놀고 싶다는 신호이므로 인지한 즉시 잽싸게 튀는 것을 추천합니다. 이 뱀은 술래잡기에 능숙하고 특화된 개체로서 바닥에 몸을 끄는 소리가 들릴 것이라고 해도 일반인은 잘 눈치채지 못할 만큼 작습니다. 그러니 소리로 구별이 되지 않아도 누군가 뒤에 있는 것 같은 쎄한 느낌을 받는다면 즉시 도주하십시오. 신속히 산책로 구간을 벗어난다면 뱀은 당신의 승리를 인정하고 되돌아갈 것입니다.
만약 뱀과의 술래잡기에서 패배하셨다면 이제 규칙서 따위에 연연하지 마시고 소천습지생태공원에서 즐거운 시간을 보내시길 바랍니다.
↪박 사원이 술래잡기 도중 뒤를 돌아보자 순식간에 바디캠이 뱀의 입 속으로 들어가는 장면을 확인하였습니다. 되도록 뒤를 돌아보지 마십시오. 뱀이 본인의 등 뒤에서 쫒아오고 있다는 사실을 모른 척 하십시오.
둘. 갑자기 해가 지고 밤이 찾아올 때.
부디 오늘이 보름달이 뜨지 않는 날이길 간절히 바라십시오. 생태공원에 진입하는 순간 현실의 날짜 따위는 무의미하니 보름달이 뜨지 않을 날을 계산해서 진입하여도 소용이 없습니다.
보름달이 뜨지만 않는다면 그저 어두운 밤일 뿐이므로 시야 확보에만 영향이 미칠 뿐 별 것 없습니다. 이때 산책로를 벗어나지 않도록 주의하십시오. 너무 어두워 시야 확보가 되지 않는 상황이라면 잠시 멈춰 서서 눈이 어둠에 적응할 때까지 휴식을 취해도 좋습니다. 이 현상은 당신이 생태공원을 나갈 때까지 계속 유지됩니다.
만일 보름달이 뜬다면 이상하리만치 붉은 빛이 하늘을 물들인다고 합니다. 이 경우에는 이제 규칙서 따위에 연연하지 마시고 소천습지생태공원에서 즐거운 시간을 보내시길 바랍니다.
셋. 길을 걷는 도중 갈래 길이 나오는 경우
기본적으로 풀숲흙길 산책로는 산책로가 끝날 때까지 갈림길 따위가 나오지 않습니다. 그러나 낮은 확률으로 갈림길이 나올 때가 있는데, 이때 길 바닥을 잘 살펴 주십시오. 주위의 작은 돌멩이 하나를 집어 각각의 길에 던져본다면 평범하게 굴러가거나, 혹은 늪에 빠진 것처럼 길바닥 속으로 돌멩이가 빠지는 것을 확인하실 수 있을 겁니다. 반드시 평범하게 굴러가는 쪽의 길로 진입하셔야 합니다. 갈림길은 최소 2개, 최대 30개 정도로 나뉘어집니다.
↪신 주임이 뱀과 술래잡기를 하던 도중 갈림길을 마주했습니다. 이처럼 돌멩이를 주워 던질 시간이 없는 경우 자신의 운을 믿고 앞으로 나아가길 바랍니다만, 길을 잘못 선택할 바에야 차라리 술래잡기에서 지는 편이 여러모로 더욱 깔끔하다는 것을 기억해 주십시오.
넷. 본인 이외의 다른 방문객
생태공원은 당신만 이용할 수 있는 공간이 아닙니다. 가끔 놀거리와 구경거리들이 만연한 생태공원에 흥미를 가지고 돌아다니는 사람들을 볼 수 있을 것입니다.
정확히 말하자면 그것들을 살아있는 사람이라고는 지칭할 수는 없겠지만, 그래도 별것 없습니다. 그저 따듯한 눈 인사나 손을 약간 흔들어 주신다면 만족하고 각자 제 갈 길을 갈 수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쿵쾅거리며 뛰어다니거나 얼굴을 자세히 보려는 시도를 하는 등 무례한 언행을 그들 앞에서 내보이지 말아주십시오. 불쾌해하며 일본 군장을 입은 관계자에게 항의를 표할 것이고, 부름을 받은 관계자가 당신이 한국인이라는 것을 알아챈다면 규칙서 따위에 연연하지 마시고 소천습지생태공원에서 즐거운 시간을 보내시길 바랍니다. 최대한 온갖 방법을 동원하여 달아나십시오. 관계자에게 무력을 가해도 상관없습니다. 또한 순찰 중인 관계자를 마주칠 시에도 동일합니다.
↪유 차장이 산책로 진입 도중 진압봉을 들고 있는 관계자를 조유했습니다. 힘든 결투 끝에 무기를 빼앗아 관계자를 행동불능 상태로 만들었으며, 그대로 다시 외근을 진행하였습니다.
증언에 따르면 관계자는 알아들을 수 없는 일본어를 사용했으며, 도주 이후 관계자는 일정 시간 이후 다시 일어나 그가 생태공원을 빠져나갈 때까지 눈에 시퍼렇게 불을 켜고 본인을 찾아다녔다고 합니다.
다섯. 푸드트럭과 노점상
산책길에 가끔씩 먹거리나 골동품을 판매하는 불법 노점상들이 나타납니다. 어떤 경로로 이곳에 출입하는지는 모르겠으나 여러모로 꽤 유용한 물건들을 판매할 때도 있으니 주의 깊게 관찰하시길 바랍니다. 본인이 보유 중인 수명으로만 물건을 구입할 수 있습니다.
먼저 푸드트럭은 솜사탕, 팝콘, 닭강정 등의 간단한 요깃거리나 아이들이 좋아하는 군것질을 판매하고 있습니다. 마주할 때마다 판매하는 음식 품목이 달라지며, 아직 섭취해도 괜찮은 것인지 진위 여부가 불분명하기 때문에 구매를 권장하지 않습니다.
그렇지만 매우 희박한 확률로 나타나는 뽑기를 판매 중인 것이 확인된다면 한 번쯤 구입해도 좋습니다. 1등 상품인 대왕황금잉어 모양 뽑기에 당첨되셨다면 잘하셨습니다. 추후 아주 중요하게 쓰일 곳이 있으니 조심히 보관해 주십시오.
↪신 주임이 푸드트럭에서 닭꼬치를 사먹는 장면 목격. 맛은 꽤 훌륭했다고 증언했지만 이후 오한/배탈 증상 호소했습니다.
↪주 차장이 약 일곱 번(28년 소모)에 걸친 뽑기 구매 끝에 1등 상품에 당첨되었습니다.
↪아니 시발 배고팠다고요 점심도 안 주고 외근 나가라 명령하는 회사 탓임 그런 거임
↪강 과장이 약 세 번(15년 소모) 뽑기 구입 시도했으나 실패. 시간이 지날수록 뽑기 가격이 점점 상승하는 것으로 추정됩니다.
다음으로는 노점상입니다. 괴팍한 인상의 노파가 노점상의 주인입니다. 마치 예전부터 알던 사이처럼, 친하게 지내는 이웃집 주민처럼 친근하게 대해 주십시오.
노점상에는 아직 사용 의도를 알 수 없는 물건부터 낡은 골동품, 생태공원에서 유용하게 쓸 수 있는 것까지 다양한 것들을 판매하고 있습니다. 마주할 때마다 판매 물품이 갱신되니 유의해 주십시오. 대부분은 쓸모없는 것들이니 괜히 수명을 단축하고 싶은 게 아니라면 무시하세요. 주의해야 할 것은 매우 희박한 확률로 나타나는 금사화와 한 줌 정도의 소금을 판매하고 있는지입니다.
금사화는 단순한 봉선화꽃이나, 이 생태공원에는 나오지 않는 것으로 금사화를 구매해 몸에 지니고 있다면 생태공원을 거니는 동안 3-2의 괴이현상 중 하나인 뱀이 출몰하지 못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소금은 조사 결과 실제 매우 깨끗한천일염이라는 것이 밝혀졌습니다. 적극 구매를 권장하며 뽑기 1등 상품과 마찬가지로 아주 중요하게 쓰일 곳이 있으니 조심히 보관해 주십시오.
↪아예 처음부터 금사화와 소금을 지니고 생태공원에 출입하려는 시도가 있었으나, 매표소 직원이 반입금지 품목을 왜 들여오려고 하는 거냐며 화를 내곤 티켓 판매 자체를 거부했습니다.
↪금사화와 소금을 구매할 때에는 각별히 주의해주시길 바랍니다. 노파가 물건을 대가로 어느 정도의 수명을 받아가는지 알려주지 않습니다. 자신이 짐작하기에 수명이 얼마 남지 않은 것 같다면 구매 즉시 사망할 수 있기에 충분히 고려 후 결정을 내려주시길 바랍니다.
또한, 앞에도 기재했듯이 '불법' 노점상입니다. 무작위로 관계자가 나타나 철거를 요청할 수 있으며, 그렇게 되면 노점상은 사라집니다. 구매해야 할 물건이 있다면 관계자가 오기 전에 재빨리 물건을 구매하고 자리를 뜨는 것을 권장합니다.
↪신 주임이 그놈의 결정 장애로 금사화를 구매해야 할지 말지 고민하는 도중 관계자와 조우했습니다. 이런 멍청한 불상사를 막기 위해 구매하실 거라면 되도록 빨리 해주시길 바랍니다.
↪아잉 팀장님 바르고 고운 말 쓰세용
↪다시 한 번 말하지만 매뉴얼 훼손 금지입니다.
여섯. 철새 여러 마리가 본인의 머리 위를 맴돌 때.
위험합니다. 관리자나 뱀 등 당신에게 위험하고 적대적인 것들을 불러오는 것입니다. 앞으로 찾아올 괴이에 대응하십시오. 이때 금사화나 소금, 티켓, 뽑기 1등 상품, 조사하며 얻은 해양 생물 등 당신의 소지품을 몰래 훔쳐가거나 파괴할 수 있으니 관리에 각별히 신경 써 주십시오. 이후 괴이를 불러오는 데 성공한다면 고생하라는 듯한 비웃음과 함께 제 갈 길을 떠납니다.
일곱. 소천 관광 버스 출현
국내 최대 규모로 넓은 생태공원을 걸어다니기 힘들고 귀찮으신 분들을 위해 준비한 소형 초록색 버스입니다. 이 열차를 타고 있을 때는 모든 괴이 현상이 나타나지 않으며, 각 구역마다 정차하며 생태공원을 돌아다니는 것으로 추정됩니다. 매우 희박한 확률로 정문 앞이나 각 구역 앞에 정차하고 있는 것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약간의 수명으로 값을 치르면 버스를 타고 다음 구역으로 편하게 갈 수 있습니다.
초록색이 아닌 붉은 색 버스에 탑승하셨다면, 탑승 중이던 초록색 버스가 붉은 색으로 물들었다면 규칙서 따위에 연연하지 마시고 소천습지생태공원에서 즐거운 시간을 보내시길 바랍니다.
↪팀장이 탑승했던 초록색 버스가 붉은색으로 변하려는 낌새가 보여 즉각 창문을 열고 뛰어내렸습니다. 완전히 붉은색으로 변하기 전 버스에서 벗어난다면 괜찮은 것 같습니다.
4. 산책로를 500미터 이상 걸어오셨다면 폐염전 지역이 보이실 겁니다. 최대한 염전에서 일하는 사람(추정)들과 눈을 마주치지 마십시오. 아예 염전 쪽을 보지 않게끔 고개를 피하십시오. 그들이 당신의 존재를 인지하는 순간 당신도 그들과 같은 존재가 될 것입니다.
이 구간을 지날 때는 거의 항상 비린내와 소금 짠 내가 진동합니다. 만약 이러한 냄새를 맡고 마치 그리운 고향에 온 것 같거나 매우 억울하고 분한 감정이 억누를 수 없을 정도로 심해진다면 잠시 숨을 참아 최대한 냄새를 맡지 마십시오. 더 이상 참을 수 없이 괴로워진다면 이제 규칙서 따위에 연연하지 마시고 소천습지생태공원에서 즐거운 시간을 보내시길 바랍니다.
희박한 확률로 폐염전 지역을 지날 때 짠 내가 덜한 것 같고 곁눈질로 보기에 일하던 사람들이 사라졌다면 산책로에서 내려와 폐염전 지역으로 향하십시오. 근처를 살펴보면 낮은 확률로 매우 낡고 작은 소금 창고를 발견하실 수 있을 겁니다. 내부를 열어보면 한 줌~ 두 줌 정도의 소금이 흩뿌려져 있으니 어떻게든 한 톨까지 싹싹 긁어모아 주머니 등 적당한 곳에 조심히 보관해주시길 바랍니다. 이렇게 구한 소금은 노파의 노점상에서 판매하고 있는 소금과 동일한 효과와 성분을 띄는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지 사원이 소금 창고 조사 중 다시 일을 하러 나타난(추정) 사람에게 발각되었습니다. 그러자 눈물을 흘리는 모습이 바디캠에 찍히며 이후 연락 불가. 폐염전 지역으로 내려갈 때에는 본인 외의 사람이 한 명이라도 남아있는지 잘 살피시고, 소금을 못 챙기더라도 괜찮으니 자기 자신을 최우선에 두어 행동하시길 바랍니다.
↪주 차장이 폐염전 지역을 지나던 도중 지 사원과 비슷한 인상착의를 한 메마른 사람이 염전 일을 하고 있던 것을 목격했다 증언. 더욱 자세한 조사가 필요합니다.
5. 폐염전 지역을 무사히 지나셨다면 축하드립니다.
폐염전 기준, 다시 500미터 가량을 산책길로 지나오시면 갯벌 체험장이 나타납니다. 갯벌에 무조건 진입하십시오. 갯벌에 발이 빠지지 않도록 주의하며 갯벌에 분포된 해양생물 다섯 마리를 잡아 근처에 있는 안내 직원에게 보여주시면 됩니다.
해양생물을 잡는 것 자체는 어렵지 않습니다. 현실에서도 볼 법한 생물만을 잡으십시오. 이상한 빛깔과 모양을 한 것들은 아직 본 회사에서도 정체가 무엇인지 파악하지 못했으니 가급적 만지지도 말고 다가가지도 않는 것을 추천합니다. 또한 생물 채집 중 갯벌에 신체가 빠지는 현상이 간혹 나타납니다. 이 경우 규칙서 따위에 연연하지 마시고 소천습지생태공원에서 즐거운 시간을 보내시길 바랍니다.
↪ 병신 빡대가리 주임이 소금 창고에서 얻은 소금을 이용해 맛조개들을 잡는 모습이 포착되었습니다. 소금은 생태 공원에서 아무리 구하고 싶어도 천운이 따라주지 않으면 구하지 못하는 것 중 하나로, 제발 충분히 본인의 힘으로도 해낼 수 있는 일 따위에 낭비하지 마십시오.
↪아이잉 이런 식으로 응용할 수도 있죠~ 어떻게 써먹든 주운 사람 마음대로 아닌가요?
↪니 뒤질래 진짜
산책로에서 일어나는 괴이 현상 중 두 번째, 밤이 되었을 경우에는 밀물과 썰물의 영향을 받아 갯벌 체험장이 바다로 변해 있다고 합니다. 그렇다고 해서 해양생물 채집이 안 되는 것은 아니니 안심하시길 바랍니다. 바닷물 아래 있는 갯벌에서의 채집은 포기하시고, 어렵겠지만 잠수하여 물고기 등을 잡아주십시오. 이때 바닷속에서 누군가 발목을 잡아당기는 듯한 느낌을 받는다면 이제 규칙서 따위에 연연하지 마시고 소천습지생태공원에서 즐거운 시간을 보내시길 바랍니다. 어떤 식으로든 발목에 감긴 해초류나 손목 등을 떼어주십시오. 이 과정에서 무력을 사용해도 상관없습니다.
↪유 차장이 바닷속 채집 도중 발목을 잡고 있는 손목을 발견. 즉시 손가락을 꺾으며 극렬히 저항하자 손목은 유 차장을 놔주고 바다 아래로 사라졌다고 합니다.
티켓 등 바닷물에 젖으면 안 되는 소지품이 있을 경우 안내 직원에게 맡겨주시길 바랍니다. 생물 수집을 마치고 소지품을 찾을 때 직원이 "조금 전에 가져가셨던 걸로 기억합니다." 라고 대답하며 돌려주지 않는다면 이제 규칙서 따위에 연연하지 마시고 소천습지생태공원에서 즐거운 시간을 보내시길 바랍니다.
일련의 과정을 완료하셨다면 안내 직원이 갯벌 체험을 완료했다는 도장을 티켓에 찍어주며 투명하고 작은 비닐봉지에 담은 생물들을 건네줄 것입니다. 비닐봉지가 찢어지거나 터지면 물이 새어나오며 생물들이 빠른 시간 내로 죽어버리니 각별히 주의를 요합니다. 만약 어떤 이유에서든지 생물이 전부 죽는다면 갯벌 체험장으로 되돌아가 5번 지침을 처음부터 다시 수행하십시오.
이후 티켓과 비닐봉지 등 소지품을 잘 챙기시어 다시 산책로로 진입하십시오.
6. 갯벌 체험장에서 다시 산책로로 500m를 이동하시면 풍차 아래 바람을 받고 흔들리는 갈대밭이 나옵니다.
갈대밭에 함부로 들어가지 마십시오. 갈대밭 안 꺅꺅 떠들며 뛰노는 아이들(추정)이 당신과 부딪힌다면 곧장 울음을 터트릴 것이고, 이는 관리자를 부르는 행동과 다름이 없습니다. 아무리 조심한다 해도 높은 갈대밭 안의 조그마한 아이들은 잘 보이지 않습니다.
갈대밭은 이런 위험 덕분에 그냥 다음 지역으로 지나치셔도 책임을 묻지 않겠습니다만, 실종자들을 꼭 찾고야 말겠다는 마음가짐이 있으시다면 다음 순서를 따라 주십시오.
갈대밭 앞에서 "나도 같이 놀고 싶다" 는 뉘앙스의 말을 외치며 어린아이들을 불러세우십시오. 흥미를 느낀 아이들은 갈대 밭에서 나와 당신을 응시할 것입니다. 이때 아이들의 얼굴을 잘 기억해두시길 바랍니다. 희박한 확률이지만 본 회사에 등록된 어린이 실종자 명단 중에 아이들의 얼굴이 있다면 반드시 구조해야 합니다.
↪연 대리가 이때 막무가내로 아이에게 아는 척을 했더니 울음을 터트렸다고 합니다. 무언가에 씌인 듯이 그저 놀이에만 관심이 쏠려 있으며, 과거 아이가 아는 사람이라고 해도 일절 알아보지 못하는 것 같습니다.
아이들은 필시 술래잡기 놀이를 하자고 말할 것입니다. 흔쾌히 수락해주십시오. 그리고 아이들이 숫자를 세는 동안 갈대 밭에 뛰어들어 최대한 멀리 달아나십시오. 부디 잡히지 않기를 기도하며 여러 방향에서 포위망을 좁혀 오는 아이들에게서 필사적으로 도망치십시오. 고작 아이들이라고 해서 얕보시면 안 됩니다. 대략 10분 가량을 버티시면 됩니다. 중간에 버티지 못하고 아이들에게 잡히셨다면 이제 규칙서 따위에 연연하지 마시고 소천습지생태공원에서 아이들과 즐거운 시간을 보내시길 바랍니다.
↪강 과장이 술래잡기 도중 아이들에게 잡혔으나, 되는 대로 가지고 있던 뽑기 꽝 상품 몇 개(조그마한 잉어)로 아이들을 회유하여 갈대 밭을 빠져나왔다고 합니다. 등수 상품 종류 상관없이 뽑기를 가지고 있다면 한번 시도해보십시오.
10분 동안 잡히지 않고 잘 버티셨습니까? 술래잡기가 끝나고 아이들은 당신을 보내 줄 생각에 아쉬워할 것입니다. 또다시 술래잡기를 하자고 졸라도 부드럽게 거절해 주십시오. 순순히 포기하고 갈대 밭으로 되돌아갈 것입니다. 이때 실종자 명단에 있는, 구조해야 할 어린이의 손목을 살짝 잡아 갈대밭으로 돌아가는 것을 멈춰주십시오. 그리고 의문을 표하는 아이에게 할 수 있는 최대한의 어휘력을 발휘해 "바깥에 나가서 같이 놀자" 고 설득하십시오. 이 과정에 거짓말이 섞여도 상관없습니다. 중요한 건 반드시 아이가 당신의 입 발린 말에 마음이 동할 정도로 유혹적이어야만 합니다. 혹은 푸드트럭에서 얻을 수 있는 1등 뽑기 상품을 아이에게 준다면, 100% 확정적으로 아이를 데려올 수 있습니다.
↪박 사원이 술래잡기를 또 하자는 아이들의 말을 여러 번 부드럽게 거절하였으나, 반복되는 거절에 화가 난 아이들은 박 사원을 ■■■■■■■■■■었습니다. 부탁이 여러 번 반복된다면 까짓거 한번 더 술래잡기를 진행해주십시오.
당신의 말에 충분히 관심을 가지지 못했다면 아이는 제안을 거절하고 갈대밭으로 다시 들어갈 것입니다. 이때 어떤 식으로든 갈대밭으로 되돌아간 아이들은 이후 두 번 다시 갈대밭 구역에서 나타나지 않으니 참고 바랍니다. 호기심을 가지고 당신을 따라 나가보겠다고 설득되었다면 그대로 생태공원을 나갈 때까지 아이와 함께 다니시면 됩니다.
↪주 차장이 1등 뽑기 상품을 이용해 아이를 데리고 갈대밭 구역을 떠나려 하자, 갈대밭에 있었던 다른 아이가 우릴 냅두고 어딜 가려고 하는 거냐며 순식간에 갈대밭 안으로 아이를 끌고 갔습니다. 이후 아이는 행방 불명. 이 같은 급작스런 불상사에 주의하시길 바랍니다.
주 차장은 이때 아이가 자신을 제대로 아빠라고 불렀었다고 합니다.
특이사항 조사 요함.
7. 갈대밭에서 산책로로 다시 500m를 이동하시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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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추폭탄 눌릴 거 감안하고 처음으로 글 썼다.
이게 잘하는 짓일까 모르겠지만. 평소 나폴리탄 읽기는 좋아하는데 쓰는 건 생 초짜라 비추 박혀도 할 말 없음. 나머지 부분은 반응 괜찮으면 또 써볼까 해.
가독성 떨어지는 건 글 정리를 잘 못해서 그런 거니 이해 좀 해줘.
그림은 주 차장 딸내미 갈대밭으로 끌려가는 순간인데
감사하게도 아는 사람이 그려줬어. 그냥 재밌게 봐 줬으면 좋겠다...
읽어줘서 고맙고. 피드백 하고 싶은 부분 있으면 언제든지 해 줘.
재밌다
재밌는데 좀 더 써줘 - dc App
그렇다면 다행이네. 좀 더 다듬어서 완성본으로 들고 와야지
흥미롭다
소래습지생태공원이 모티브임? 자주가는데 무섭노
와미친 어케알았누;; 맞아 생태공원에 대해선 별로 아는게없어서 그거 참고했어
와 주 차장 진짜 불쌍타....
재밌는데 갤에서 본 글들에서 본 스타일 따라한 거 존나 많이 읽허서 거북했음 모티브가 아니라 따란한 거 뭔말알?
무슨 말인지는 알겠음 내가 수색연합 같은 거 좋아해서 비슷한 방향으로 써보고 싶었던 거거든.. 거북하다면 미안해 다음엔 다른 것도 써보겠음
자신감을 갖고 남의 스타일 떠올리지말고 너만의 생각을 쓰렴
충분히 잘씀
스테이지식 전개 재밌넹 재밌게 읽었음. 다음편도 기대함. 주 차장 너무 짠하다.... 딸아이를 구하기 위해 수명 28년을 바쳐서 1등을 뽑았구나 그런데도 못구했다니 씁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