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상적으로 사는 건 생각보다 큰 축복이고 미치더라도 곱게 미치는 게 중요하다.


내 어린 시절

아직 전쟁의 흉터가 깊게 남아있던 그때 길거리에서 미쳐버린 사람들을 쉽게 만나볼 수 있었다.

분홍 비둘기는 그 광인 중에서도 특별했다.

그는 곱게 미치지 못했다.


나이는 한 이제 30살쯤 되었을까 추레한 복장으로 길거리를 돌아다니는 그를 마주치면 

아직 그가 아무것도 하지 않았더라도 불쾌했다.

그 지독한 악취 때문일까 아니면 이제부터 그 광인이 벌일 짓을 알고 있기 때문이었을까


그는 고개를 땅에 처박을 듯 숙이고 다니다가 길거리에 토사물이 있으면 고개를 더 처박고 그걸 비둘기처럼 쪼아 먹었다.

그러면서 '우시로!' '우시로!'라며 큰소리를 외쳐댔다. 그게 그 역겨운 조류의 울음소리였다.

길거리에 분변이나 토사물이 있어도 그걸 치울 사람은 없어 토사물이 널려있던 시대였고 

토사물을 먹던 본인이 토를 하든 그걸 보고 역함을 이기지 못한 구경꾼이 토를 하든 그가 지나다닌 길에는 새로운 토사물이 넘쳐나서

그 광인의 모이가 부족할 일은 없었다.


사람들은 그를 두고 분홍 비둘기라고 불렀다. 비둘기는 쉽게 연상할 수 있었지만, 분홍은 도대체 어쩌다가 붙게 된 거였을까

어쩌면 그때부터 이미 모든 게 정해져 있던 걸까? 그것만은 아직도 수수께끼다.


나는 또래들과 몰려다니며 그 비둘기에게 돌을 던졌다. 어른들도 그걸 적극 말리진 않았다.

그 비둘기는 마을 사람 모두의 골칫덩어리였다. 아무리 위생에 별 관심이 없는 사람들도 그 적극적인 역겨움을 반기진 못했다.


우리들이 돌을 던져도 그는 별 반응을 보이질 않았다.

마치 이 세상에 자기 혼자 존재하는 듯이 그는 비명 같은 소리를 지르며 그 역겨운 식사를 반복했다.

그 꼴을 보고 약이 바짝 오른 나는 돌을 날카롭게 갈았다. 그리고 그 날카롭게 간 돌이 그의 머리에 명중했다.

평소와는 전혀 다른 불길한 소리가 들린 후 난 처음으로 그의 얼굴을 볼 수 있었다.


"우시로니는 뒤에라는 뜻이야."

귀에 들린 소리가 분홍 비둘기의 입에서 나왔다는 말인걸 알아차리는 데는 시간이 걸렸다.


정신을 차리고 보니 그는 어디론가 사라진 뒤였다.

거리에서도 이 세상에서도 

다음 날 아침 본인의 집에서 목을 매단 그가 발견되었다.


그 다음 해 나도 고향에서 떠났다.

거리가 멀어지면 기억도 멀어지기 마련이다.

그러길 바랐다. 나는 그 역겨운 새와 악취로부터 도망치려 했다.


도시에 올라온 나는 공부에 집중했다.

책을 읽고 있는 그 순간만큼은 그 토사물 냄새가 옅어지는 거 같았다.


나는 명문대에 나왔고 좋은 직장을 나와 천사 같은 아내와 만나 천사를 낳았다.

그렇게 난 그 분홍 비둘기에게서 벗어났다고 생각했다. 


그가 나에게 남긴 말이 무슨 뜻인지 알게 되기 전까지는 


가족들이 나를 떠나기까지는 오래 걸리지 않았다. 이해한다. 

원망 하는 마음은 없었다. 그저 미안할 뿐이었다. 


토사물을 쪼아먹는 행위는 생각했던 것보다 끔찍했다.

생각하지 않으려고 해도 그 토사물의 원래 모습이 뭐였는지 생각하게 된다.

토사물을 먹지 못한날은 두려움에 떨었다. 그게 토사물 대신 무얼 가져올까 생각하느라 잠을 잘수가 없었다.


난 비명을 지르고 있었다. 아무 뜻도 없는 비명을 

딸아이는 아내 몰래 내가 있는 곳으로 찾아오곤 했다. 딸아이가 이해할 수 있는 신호를 주면 안 되었다.

가능성도 용납할 수 없었다. 이건 내가 끝까지 짊어지고 가야 했다.


정상적으로 사는 건 가장 큰 축복이고 그럴 수 없다면 곱게 미치는 게 중요하다.

둘 다 실패한 나는 오늘도 미치지 못한 채 산책을 나선다.


소리가 되지 않는 비명을 지르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