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가 내릴것만 같은 우중충한 날씨 속, 샌프란시스코 해변가에 위치한 링컨 거리에서 나는 초조하게 동생을 기다리며 손목시계를 보고 있었다.
"헨리, 늦어서 미안."
"아, 괜찮아."
내 어깨를 두드리는 동생을 향해 돌아본 나는, 무덤덤하게 답했다.
"그래서 윌리엄, 이번에 학회에서 발표한다는 내용은?"
"항상 급하게 구네, 일단 점심부터 먹자."
"그래. 씨푸드 레스토랑은 어때?"
잠깐이었지만 동생의 미간이 불쾌하다는 듯이 찌푸려졌다.
"아, 해산물 싫어한다 했지."
"아니야 괜찮아. 어차피 이번 발표내용 때문에 씨푸드 전문점도 괜찮을거 같으니까."
나는 동생이 무슨 이야기를 하는지 도저히 알 수 없었다. 그러나 나는 더이상 질문하지 않았고, 동생과 함께 레스토랑으로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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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문하신 크랩케이크와 베이컨 필라프, 그리고 화이트와인 입니다."
"감사합니다. 받아두세요."
동생은 얼핏보기에도 10달러에 달하는 팁을 웨이터에게 건내주었다.
"기분 좋은 일 있나봐?"
"곧 알게 될거야. 일단 식사부터 하자 헨리."
나와 동생은 식사를 마치고 화이트 와인을 음미하며 잠깐 조용한 시간을 보냈다.
그 사이에 밝은 레스토랑의 조명과는 다르게, 전면이 유리로 된 창문 밖에서는 샌프란시스코 특유의 우중충한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레스토랑 안의 사람들이 우산으로 비바람을 막으며 어둑한 하늘을 등진채 레스토랑을 떠나기 시작했다.
어느새 레스토랑 안에 손님이라고는 나와 동생밖에 남지 않게 되었다.
"자, 이제 이번 발표에 대한 이야기를 해야겠지."
"그래. 학회에서 뭘 발표하길래 그렇게 들떠서 연락했었는지 들어나보자."
"나는 게를 연구하고 있었어."
"게?"
"응. 그거 알아? 사실 우리가 알고 있는 많은 종류의 게들은 실제로는 게가 아니야."
동생은 와인을 한모금 들이키고 이야기를 이어갔다.
"그저 갑각류들이 계속 진화를 하다보니 게의 형태에 가까워지는거지."
"신기하네. 그게 이번 발표내용이야?"
나의 질문에 입꼬리를 씰룩이던 동생은 결국 웃음을 터뜨렸다. 아마 와인에 가볍게 취한것 같았다.
"하하하, 아니지, 여기서 끝났으면 위대한 발견이라고 호들갑 떨지는 않았을거야."
"역시 뭐가 더 있군."
"갑각류가 포함된 절지동물은 최초로 산소로 호흡한 육상동물이었어. 그것도 실루리아기에 나타났으니까... 첫 육상 척추동물이 등장한 데본기보다 거의 몇천만년 가까이 차이 난다는거지."
동생은 갑자기 씁슬한 표정을 지으며 말을 이어나갔다.
"내 교수님이 이끄시는 팀은 지난 여름에 웨일즈의 한 섬에 있는 실루리아기 지층 현장에서 재미있는것을 발견했어."
"안개가 자욱하게 낀 날이었어. 덕분에 나는 발을 헛디뎌서 동굴로 떨어지는 바람에 연구하는 내내 발목을 절뚝거려야 했지. 얼마전까지만해도 잘 못걸어다닐 정도였으니까."
"이런."
나는 동생의 다리를 힐끗 살폈다. 지금은 별 다른 문제가 없어보였다.
"그래도, 덕분에 떨어진 동굴에서 앞으로 역사에 길이 남을 무엇인가를 발견했어."
순간, 고개를 쳐든 동생의 눈은 조명때문인지 더욱 반짝였다.
"절지동물들의 전쟁 현장."
"뭐?"
나는 고개를 살짝 비딱하게 만들며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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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알아. 안믿기지? 처음에는 우리 탐사팀도 어리둥절했어."
동생은 어느샌가 양팔을 벌리고 있었다.
"생각해봐. 동굴 바닥에 수천개의 절지동물 화석들이 쌓여있는데, 한쪽에서는 게와 같이 생긴 갑각류만 몇백마리, 반대쪽에서는 거미같은 협각류만 몇백마리가 서로를 바라보고 있는거지."
"그리고 그 가운데에서는 양 진영이 맞붙는 기이한 장관이 펼쳐진거야."
"잠깐 잠깐, 그냥 무리생활을 하다가 부딪힌거 아니야? 요즘 동물들도 그런 장면은 있으니까."
내가 질문하자 동생은 벌렸던 팔을 다시 테이블에 갖다 두었다. 그리고 왼손으로 자신의 턱을 쓰다듬기 시작했다.
"아니, 양 진영이 서로를 정확하게 공격하고 있었어. 믿겨져? 개미가 등장하기 몇억년 전부터 종족전쟁의 개념을 이해하는 동물이라니!"
나는 말문이 막혔다.
"그리고 두번째로 놀라운 사실은... 전쟁을 벌이던 갑각류의 집게들이 너무 매끈하고 뾰족했다는거야."
"그게 뭐 어쨌다고?"
"가까운 갑각류 군락 화석에서 알과 함께 여러 돌들이 발견됐거든. 그 돌의 거친 부분들에서 갑각류 화석의 키틴 성질과 99%로 일치하는 성분들이 검출됐어."
"윌리엄, 너 지금 그 원시 게들이 돌에다가 자신들의 집게를 갈아서 날카롭게 만들었다는거야?"
잠깐의 정적이 흘렀다. 비는 더 세차게 내렸고, 밖은 이제 푸른 색의 비구름들로 어두컴컴해졌다. 해변가에선 파도가 세게 치고 있었다.
"응."
"말도 안돼는 소리야..."
"더 안믿기는 이야기는 지금부터야. 내가 아까 말했던 갑각류들의 군락 말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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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이어지는 동생의 말을 들으면서 온몸에 소름이 돋았다.
이것은 위대한 발견, 그 이상이었다. 지구 역사에서 인류의 절대적인 위치를 부정하는 이야기였다.
동생의 말에 따르면, 그 군락은 그저 갑각류들의 알들의 흔적이 모여있는 곳이 아니었다.
그 고대 갑각류들은 일종의 도시를 건설하였던 것이다.
그들이 거주하는 지역은, 화산활동으로 인해 생긴 육각기둥 형태의 주상절리 암석들에 구멍을 낸 일종의 아파트 같은 곳이었다.
각 구멍에서 발견된 그들의 유체들이 그들의 거주공간이었음을 증명했으며, 전부 같은 구멍들의 모양이 그들이 직접 암석을 파내어 그곳을 "건설"했음의 반증이었다.
동생은 그 후 여러 이야기를 이어갔다.
군락 진흙에 흔적으로 남아있는 해초의 직물화, 높은 곳에 올라가기 위한 작은 계단으로 보이는 암석의 흔적, 심지어 수로를 연결한 흔적까지...
나는 동생이 하는 말을 믿을 수가 없다는 표정으로 바라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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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헨리, 우리팀은 이걸 지난 1년동안 확실히 하기위해 수많은 연구를 진행했어. 진심으로 하는 말이야. 믿지 못한다해도 좋지만..."
"아니, 그저 혼란스러울 뿐이야. 지금은 점심거리밖에 되지 않는 게들의 조상이 우리보다 먼저 문명을 이루고있었다는게..."
나는 와인을 좀 더 들이키고 취기를 이용해 혼란한 머릿속의 공명을 진정시켰다.
"그래서, 그렇게 잘나가던 그 게들... 아니, 원시 갑각류들이 왜 지금은 문명을 잃고 이렇게 퇴화했다 생각해?"
조금 진정된 나는 동생에게 평소였으면 절대 꺼내지도 않을 이상한 질문을 던졌다.
동생은 목덜미를 쓰다듬으며 이야기했다.
"글쎄... 강한 턱뼈를 가진 육상 척추동물이 등장하고나서 멸종했다 생각해. 그러니까, 우리들의 조상 말이야."
"그렇게 생각하는 이유는?"
"그 군락은 주상절리로 이루어진, 일종의 '성벽'을 가지고 있었어. 무엇인가로부터 자신들을 지키려 했던거지."
"그 '성벽'의 입구로 생각되는 곳에서 수많은 원시 갑각류들의 화석이 발견되었어. 그 앞뒤로는 원시 파충류와 단궁류들 몇마리의 화석이 발견되었고."
"갑각류들의 외골격으로는 턱뼈를 상대하기엔 역부족이었던거지. 절망적이었을거야. 지성과 문명이 있음에도 아무것도 지키지 못한다는거 말이야."
동생은 비어있는 와인잔을 바라보면서 이야기하고 있었다.
"결국 그렇게 문명은 무너지고, 갈수록 강해지는 다른 동물들에 의해 완전히 퇴하해버렸다 그런건가?"
"그렇게 볼 수도 있겠지. 완전히 퇴화한건 아니지만."
"그게 무슨소리야 윌리엄? 완전히 퇴화한게 아니라니. 맨 처음에 말했던 모든 갑각류가 게 모양으로 진화한다는 그 이야기야?"
"아니, 그냥 지금쯤이면 스스로 깨닫게 될때가 되지 않았나 싶어서."
동생은 알 수 없는 말을 한 뒤에 자리에서 일어났다. 나는 내가 계산하겠다 이야기 했지만 동생은 얻어먹을 수만은 없다며 나를 만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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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름으로 어둑해진 밖으로 나오자, 세찬 바람이 우릴 맞이했다. 비는 그쳤지만 바람은 아직 차가웠다.
그래도 바람을 좀 쐬자 정신을 또렸하게 잡을 수 있었다.
"하고 싶은 이야기도 다 했으니, 이제 가볼게 헨리."
"잠깐 윌리엄, 다리는 좀 괜찮아? 내가 태워다줘도 되는데."
아무도 없는 그 거리에서 동생은 나에게 되물었다.
"다리?"
"동굴에 떨어지면서 부러지는 바람에 얼마전까지만 해도 아팠다며. 지금은 다 나은거야?"
바람이 세차게 불었다.
나는 이어지는 동생의 대답에 많은 것을 깨닫게 되었다.
다만, 동생이 학회에 발표했을때, 과연 인류가 어떻게 받아들일지는 아직 알지 못한다.
"아 그 다리, 엊그제 탈피하면서 괜찮아졌어."
늬들이 게맛을 알아? - dc App
잘썼노 ㄷㄷ
근데 동생이 마지막에 갑자기 왜 게새끼가 되노
생물전공이노
ㄷㄷㄷ