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하가 어쩌다가 이 종이를 발견하셨다면, 운이 좋은 겁니다.

연중 습도가 70~90%를 넘나들 정도로 습한 이곳에서, 종이가 형체를 유지할 수 있는 기간은 길지 않으니까요.


이것도 일종의 r-선택 전략이죠. 저희는 지금 이 순간에도 인쇄기를 돌려 이 종이를 찍어내고 있습니다. 그중 얼마나 귀하와 같은 불운한 희생자들에게 도달할지는 저희도 모릅니다만, 최소한 한 장은 운 좋게 여러분의 손에 들리기를 기원합니다.


덥고, 습하고, 어두운 이곳은 언뜻 태양이 없는 플로리다처럼 보이지만, 사실 그보다 더 끔찍한 곳입니다. 이곳은 다시는 해가 뜰 일이 없는 곳이니까요.


처음 저희가 이 허기진 공간을 발견했을 때, 저희의 법률 비서 제시는 자신도 모르게 이곳을 하수구라 불렀습니다. 다년간의 연구 끝에, 우리는 이 기괴한 공간이 결코 현실의 일부가 아니라는 사실을 파악했습니다. 그리고 마치 식충식물처럼 또아리를 틀고, 불운한 희생자가 그 안으로 떨어지기를 갈망하고 있다는 것도요.


운 나쁘게도 이번에는 귀하가 바로 그 불운한 희생자 배역에 걸린 것 같습니다.



그래도 너무 좌절하실 필요는 없습니다. 저희가 처음 확인했을 때와 비교하면, 현재 그 안쪽의 상황은 많이 정상화된 것으로 보입니다. 운과 의지가 있다면 충분히 살아나오실 수 있습니다. 아래의 몇 가지 수칙만 잘 지켜주신다면요.




1. 붉은불개미를 최대한 이용하십시오.


우리가 현재 하수구라 지칭하고 있는 그 무덥고 습한 공간을 보고 가장 먼저 한 생각은, 이곳에 살아가고 있는 온갖 기괴한 것들을 정상화해야겠다는 것이었습니다.

물론 그 어떤 보험사도 이런 종류의 보험을 들어주지 않았기 때문에, 애석하게도 저희가 직접 할 수는 없었습니다. 다행스럽게도 - 제시는 저희를 대신할 무급 테라포밍 요원들을 고용했습니다. 그녀의 뒷마당에서, 다소 사적인 이유를 곁들여서요.


제시의 오래된 애완견 해피는 너무 오래 산 나머지 개미보다도 빠르게 움직일 수 없는 노령견이었습니다. 너무 늙어 산책도 할 수 없었고, 그저 뒷마당의 그늘에서 플로리다의 뜨거운 햇살을 즐기는 게 할 수 있는 일의 전부였죠.

해피는 이 고장의 외래종 붉은 불개미가 보기에는, 음, 하나의 거대한 핫도그나 다름없었습니다. 어느날 수백 마리의 붉은불개미가 해피의 털을 파고들었고, 페로몬 신호에 따라 일제히 독침을 발사했습니다.


그날 이후 제시는 붉은불개미의 열렬한 반대자가 되었고, 그녀의 생각은 간단했습니다. 이 지옥에서 나온 개미들은 마땅히 지옥으로 돌아가야 한다는 논리였죠.

그녀는 기어코 중장비를 동원해 개미집을 파헤치고, 여왕개미 십수 마리를 잡아 하수구 안으로 버렸습니다. (경악스럽게도, 최근 미국에서는 한 집에 수십 명의 여왕이 사는 다여왕 군집이 우세하고 있습니다. 제시의 집 뒷마당에 있던 개미 군집도 그런 종류였습니다)


어디서 왔는지도 모르는, 도처에 존재하는 시체 더미들.

연중 습하고 더운 온도.

희미한 빛만이 전부인 어두운 천장까지도.

사람에게는 지옥인 모든 것들이, 붉은불개미에게는 오히려 좋거나 최소한 중립적인 환경 요소로 보였습니다. 제시는 실수를 인정하고 시말서를 써야만 했습니다.



첫 번째 세대의 여왕개미들은 하루에만 800개가 넘는 알을 낳으며 군집을 불렸고, 오늘날 우리는 거기 불개미가 몇 마리나 사는지조차 정확히 모릅니다.

가장 보수적으로 추산하더라도 최소 1200조 마리의 불개미가 아마 거기 있을 겁니다. 이는 귀하에게는 상당한 위협 요소지만, 하수구의 원래 거주자들에게도 대체로 그렇습니다.

그러니 하수구를 돌아다니시다가 몸집이 사람만하고 두 발로 걷는 쥐나 얼굴이 녹아내린 것 같이 생긴, 유리조각을 쥔 난쟁이를 보셔도 너무 겁먹지는 마십시오. 그들이 귀하의 위치를 알아차린 것 같다고 해도, 입이 찢어지는 것 같은 웃음을 짓는다고 해도 아직 방법이 있습니다.

근처의 시체를 찾아보세요. 틀림없이 그중 하나는 불개미가 바글거리고 있을 겁니다. 귀하는 그저 발을 들어, 우글거리는 군집을 한 번만 짓밟으면 됩니다.

붉은불개미는 많은 것을 따지지 않습니다. 즉시 귀하를 적으로 인식하고 쫒아오기 시작할 겁니다. 하지만 그들의 속도는 결국 개미 걷는 속도이고, 귀하는 그들보다 아주 조금 빠르게 앞서나가야 합니다.

뒤를 쫒는 개미 떼보다 딱 두 발에서 세 발 정도만 앞서세요. 눈앞에 보이는 것이 무엇이든, 당신을 물어뜯는 순간 자신도 개미에게 삼켜지겠다는 판단이 들 정도로 아슬아슬한 거리여야 합니다.


당신을 노리는 것이 무엇이든, 개미 떼는 그들에게 수지타산이 맞는 대상이 아닙니다. 뒤에서 붉은 덩어리들이 무리지은 것처럼 다가오는 불개미 떼는 그것들에게도 상당한 압박감을 줍니다.



넘어지거나,

적대적인 하수구 거주자의 원거리 공격에 당하거나,

다리에 힘이 풀려 더 걷지 못하게 될 경우 자율적으로 판단하세요.



2. 하수구 안에서는 전자기기의 정상적인 사용이 불가능합니다.


제시의 실수가 아직 두드러지지 않았을 때, 저희는 그 하수구 내부에 여러 가지를 시도했습니다. 위치를 알리기 위한 전광판을 하수구 곳곳에 설치하고, 종이 대신 태블릿 PC를 이용해 수칙서를 배부했습니다.

긴급통화가 가능한 전화선을 부설해 희생자들의 탈출을 도모하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어느날부터 모든 것이 잘못되기 시작하더군요.

전광판은 불이 붙고, 태블릿은 합선되어 꺼졌습니다. 전자장비들도 시간이 지날수록 오작동하기 시작했죠. 저희는 심각한 얼굴이 되어 회의를 개최했습니다.


귀신이 있다, 악령이다, 초자연적 현상이다, 하수구의 거주자들이 진화를 통해 전자전 능력을 가지게 된 것이다 등등 의견이 분분했습니다.

그 회의가 거의 끝날 때가 되어서야, 제시가 모기보다도 작은 목소리로 나지막이 실토했습니다. 그녀의 의견은 매우 단순했지만, 그 어떤 추가적인 가정도 필요하지 않았습니다. 오늘날 미국 남부에서 (그리고 제시의 집에서도) 이미 일어나고 있었던 일이었으니까요.


우리는 붉은불개미가 그 작은 뇌 (보통 신경절이라고 부릅니다)에 무슨 생각을 품고 사는지 알 수는 없으나, 그 작은 친구들은 이상하게도 전기 신호나 자기장에 끌리는 습성이 있습니다. 변압기, 신호등, 전기 제어반 내부에 집을 지어 합선을 일으키고 고가의 장비를 망가뜨리기로 악명이 높습니다.

제시의 집도 해피를 잃어버린 그날, 불개미에 의해 전선이 합선되어 전기가 끊겼습니다. 미국의 표준 주택보험 정책인 HO-3은 보통 "Insects, rodents, or vermin" 에 의한 손상을 보상하지 않기 때문에, 제시는 자신의 ‘법률 비서’ 자리를 가지고 보험사를 협박하고 나서야 합의금을 받을 수 있었습니다.

이제 귀하께서도 왜 우리가 AI 시대에 종이로 수칙을 전달드리고 있는지 이해하셨으리라 믿습니다.


그것들은 적어도 종이는 건드리지 않습니다.



3. 공중전화나 눈을 보면 당장 도망치세요.


2번 항목에서 말씀드린 것처럼 공중전화는 이미 불개미 집이 되었을 가능성이 농후합니다. 여러분이라도 누가 집 근처에 다가와서 집을 흔들면 기분이 좋지는 않겠죠. 불개미는 기분이 좋지 않은 정도가 아니라, 매우 화를 낼 겁니다.

붉은불개미 무리는 마치 액체처럼 흐르듯이 귀하에게 몰려들어 턱으로 피부를 꽉 잡고 배 끝에 있는 독침으로 귀하를 쏠 겁니다. 일단 쏘이면, 말 그대로 ‘불’에 지져진 것 같은 고통과 함께 피부에 농포들이 생기기 시작합니다.

독침에 여러 방 당하면 아나필락시스 쇼크가 오거나 기도 부종이 생겨 숨을 쉬기 힘들어지며, 이는 실제 해피의 사인이기도 합니다. 여러분이 그 불쌍한 개처럼 변하고 싶지 않다면 근처에도 가지 않는 것이 상책입니다.


가끔, 하수구 곳곳에서 벽면에 명백히 눈알로 보이는 것이 존재할 때도 있습니다. 이는 예전에도 위험했지만, 지금은 다른 의미로 위험합니다. 벽면에 고정되어 움직이지도 못하는 유기물 덩어리는 개미들의 좋은 밥이기 때문입니다.

그 근처에, 혹은 이미 눈알 내부에 개미들이 둥지를 틀었을 가능성이 농후합니다.



4. 물가 근처를 피하세요.


저희의 오피스 매니저, 브라이언의 친가는 플로리다의 늪지에서 사육 두수가 수만 마리에 달하는 아메리카 악어 사육장을 운영하고 있었습니다. 브라이언은 거기서 악어 몇 마리를 빼돌려 하수구에 풀어넣을 정도로 수완이 있는 친구였죠.

우리가 확인한 바로, 하수구의 거주자들은 대체로 인간형입니다. 브라이언이 악어를 선택한 이유는 거기에 있었죠. 아메리카 악어의 골편은 하수구 거주자들의 조잡한 냉병기나 몽둥이, 혹은 이빨 등의 신체에 대해 충분한 방호력을 제공하는 것으로 보였습니다.


그게 귀하가 덥고 습한 환경에 목이 아무리 말라오더라도, 물웅덩이가 고여 있는 곳은 가급적 회피해야 하는 이유입니다. 그들조차 악어와 싸우는 것을 피한다면, 귀하는 더더욱 피해야만 합니다.

아메리카악어는 수면 위로 눈과 코만 올려놓은 채 잠수해있을 수 있으며, 빛이 밝을 때라도 통나무와 구분하기 어렵습니다. 하물며 어두운 하수구 속에서는, 귀하가 악어를 식별할 수 있는 가시거리가 상당히 짧아져있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일단 귀하가 악어를 식별한 순간 악어가 번개 같은 속도로 귀하의 다리를 물었다면, 문 즉시 몸을 돌리고 회전력을 가하면 귀하가 살아서 나올 가능성은 거의 없습니다.



5. 물은 덩굴로부터 확보하세요.


그래서 목이 마르다면, 귀하가 찾아야 하는 것은 고인 물이 아니라 팔뚝 굵기 정도의 굵은 줄기입니다. 햇볕이 들어오지 않는 어두운 하수도에서 자라는 식물들은 굳이 캐서 좋을 것도 없고, 먹어서 좋은 것은 더더욱 없지만 그 덩굴만이 현재까지 저희가 발견한 유일한 예외입니다.

줄기를 V자 모양으로 자르면 깨끗하고 투명한 수액이 흘러나오며, 이 물은 맛이 거의 없고 식수로 바로 마실 수 있습니다. 한 번에 흘러나오는 양도 많아서, 식수를 넘어 세안이나 샤워까지도 가능합니다.


이런 곳에서 위생을 따지는 것이 쓸모가 없다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하수구의 거주자들은 대체로 눈이 퇴화하고 후각이 발달했습니다. 귀하로부터 나는 피냄새가 더 강해질수록 그들은 귀하를 더 빨리, 그리고 강하게 식별합니다.

악어와 불개미 덕분에 - 그것들은 원래 자신들의 몫이었던 시체 자원의 상당 부분을 빼앗긴 상태입니다. 그들은 언제나 시체에 굶주리고 있고, 기꺼이 귀하를 그렇게 만들 준비가 되어 있습니다.




6. 식량은 풍부합니다. 하지만 시간은 그렇지 않습니다.


물과 달리, 식량은 정상적인 방법으로 하수구 안에서 구하기가 불가능에 가깝습니다. 그 안의 ‘정상적인’ 식량은 악어가 거의 전부일 것이지만, 귀하가 악어를 사냥하려는 것은 탈출을 포기하셨을 때에나 해야 하는 행동입니다.

*설령 주인 없는 악어 알이 보인다고 해도 손을 뻗기 전에 주변을 둘러보세요. 어미 아메리카 악어가 주변에 있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굶주림에 시달린 채 하수구를 걷다가, 시체 더미나 시체 구덩이를 보신다면 인륜을 저버리고자 하는 생각이 들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그 생각은 접어두시는 걸 권장합니다. 우리는 아직도 그 시체들이 언제, 어디서 나오는 것인지 다 파악하지 못했습니다.

추측컨데, 하수구는 다양한 세상과 연결되어 희생자를 초대하는 것으로 보이며 그들이 어떤 과정을 거쳐 시체 자원이 되는지는 아직 파악 중에 있습니다.

언제 부패하기 시작했는지도 모를 시신을 입에 대는 순간, 귀하의 위산이 독수리만큼 강한 것이 아닌 이상 귀하는 죽음을 예약한 것이나 다름없습니다.

이 문제를 조금이라도 해결하기 위해, 저희 조직의 우수한 요원들은 다시 한번 회의를 열었습니다. 저희의 행정 인턴 폴은 사체와 귀하 사이에 구더기라는 중간과정을 두어, 구더기가 사체 독소와 병원균을 어느 정도 중화하게 하자는 아이디어를 냈습니다.


최종적으로, 우리는 구더기보다 조금은 위생적인 동애등에를 하수구에 풀어놓았습니다. 귀하가 정말로 배가 고플 때, 정말 굶주려서 악어를 사냥하고 싶다는 생각까지 들 때, 귀하는 주변의 시체를 뒤져 등에등에 유충을 드시면 됩니다.

등에등에 유충은 시체를 파먹으며 어느 정도의 독소를 축적합니다. 이 방법은 결코 장기적인 대안이 아니며, 지속적인 섭취 시 심각한 건강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사실을 숙지하시고 굶주림이 극심할 때에만 시도하십시오.




7. 철도를 찾으세요.


(귀하께서 미국인이라면) 1950년대 이후 한동안 미국의 철도 산업이 쇠퇴했다는 것을 알고 계실 겁니다. 저희는 이렇게 파산하는 철도회사들의 법률 자문과 소송을 대행하며, 가끔 필요에 의해 레일을 구매하기도 했습니다.

그래서 귀하께서 하수구 내부를 걷다 노반도, 전차선도, 배수구도 없이 철도 레일만 이어져있는 것을 보신다면 이상현상이 아니라 저희가 설치해놓은 것입니다. 이는 그 안에서 출구를 가리키는 유일한 지표이기도 합니다.

철도 레일의 측면 부분에는 제조사, 생산 연도, 강철 종류 등이 양각으로 새겨져 있습니다. 항상 글자가 정방향으로 읽히는 쪽으로 이동하십시오.



하수구의 출구는 브라이언 친가의 악어 양식장과 연결되어있습니다. 귀하가 출구에 가까워질수록, 주변이 점점 밝아지고 햇빛이 멀리서부터 보이기 시작할 겁니다. 귀하는 사다리를 통해 그 햇빛이 들어오는 맨홀 출구로 나오신 후, 주변의 악어를 피해 양식장 인부들이나 911에게 구조 요청을 해주시면 됩니다.

이때, 탈출이 아무리 고프더라도 사주 경계를 철저히 하십시오. 출구 아래는 지상의 햇볕이 정상적으로 들어오는 유일한 곳입니다. 이곳의 철도 레일들은 낮 동안 햇볕에 달구어지며, 아메리카 악어들은 이렇게 따듯한 철도 레일만 보면 다가와서 엎드리곤 합니다.


몸 길이만 13피트를 넘는 성체 악어들이 일광욕을 하고 있는 곳을 지나 탈출하려고 하는 것은 매우 위험할 수 있습니다. 밤이 되고 악어들이 떠난 후에야 탈출하십시오.




8. (귀하가 미국인이라면) 후속 대처를 시도하십시오.


끔찍한 하수구를 나와 탈출하셨다고 해도, 귀하께서는 앞으로 어떻게 살아가야 하실지가 막막하실 겁니다. 특히 악어나 불개미, 거주자들에 의해 신체의 손상이라도 당하셨을 경우, 당장 병원비를 어떻게 마련할지부터 고민스러우실 수 있습니다.

설령 신이 축복하사 건강한 몸으로 하수구를 탈출하셨다고 해도 그 안에서 보았던 온갖 끔찍한 것들은 귀하의 정신을 오염시키고, 정상적인 경제 활동을 하는 것에 악영향을 줄 수 있습니다. 하지만 저희를 만나셨으니 귀하의 운이 좋은 겁니다.



귀하는 탈출하시기 전, 하수구에 널려 있는 시체 자원을 가능한 한 많이 수집하셔야 합니다. 굳이 시체 한 구를 통째로 끌고 올라오실 필요는 없습니다. 오히려 서로 다른 시신들로부터 귀나 팔, 손 같은 가벼운 부위들을 가능한 한 많이 수집하셔야 합니다.

이 경우 귀하를 구조하려고 한 911 요원들은 귀하를 즉시 연쇄살인범으로 단정할 것이며, 매우 높은 확률로 귀하는 구치소에 수감되어 재판을 받게 될 것입니다.

하지만 에스텔 대 갬블 판결 이후 연방 교도소는 수감자에게 의무적으로 의료 서비스를 제공해야 하며, 소액의 진료비 분담금을 제외하면 귀하가 내야 할 돈은 없습니다. (물론 그 분담금조차 없을 경우라도 교도소는 진료를 거부할 수는 없습니다)



모든 치료를 받으셨을 즈음, 저희 측에서 귀하와 면회를 통해 접선할 것입니다. 이때쯤 CSI 역시 귀하가 가져온 증거품인 시신들의 DNA가 현대인에게서 나올 수 없는 것들이며, 절단된 흔적 역시 귀하 개인이 할 수 없는 일이라는 판단을 내렸을 것입니다. 그 시신 부위의 원주인이 누군지는 아마 그들도 모를 겁니다.

이때가 바로 저희가 나설 시간입니다. 저희는 연방정부와 경찰 기관이 귀하에게 무리하게 연쇄살인범이라는 오명을 씌웠다고 공격할 것이며, 높은 확률로 그들은 소송을 끝까지 이어가는 대신 거액의 합의금을 지불하고 상황을 마무리지을 것입니다.



이런 식으로 저희는 벌써 여러 불운했던 분들에게 각각 수천만 달러씩을 배상받도록 도와드렸습니다. 물론 배상금의 40%는 성공 보수 겸 변호사비로 납부하셔야 합니다. (그렇지 않고서야 저희가 무슨 돈으로 이 수칙서를 인쇄하고 배부하고 있겠습니까?)

이 분야에 한해서는, 그 어디를 찾아보셔도 저희만큼 만족스러운 법률 서비스를 제공하지 못할 것입니다. 꼭 살아서 나오시고, 다시 만나길 뵙겠습니다.



-Keys & Coast Law Firm

-Legal Assistant

-Tom Head Patterson







어디선가 들려오는 끄어어어 하는 소리를 들으며, 휴대폰 플래시로 종이를 비춰보고 있던 나는 한숨을 푹 쉬었다.

“나 토익 500점대인데.”

씨발 뭔 말을 하는지는 알아야지 무슨 상황인지 알던가 하지.

더듬더듬 문장을 읽어가며 걷다가, 뭔가 물컹거리는 것을 밟았다. 아차, 종이에만 너무 집중하다가 땅을 보는 것을 깜빡했다.


뭔가 둔덕 같은 걸 지나가다가 발로 찬 것 같은데?

어, 여기서 뭔가 붉은 것이 올라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