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를 뒷뜰에 묻었다. 녀석이 출근한지 16일 쯤 되었다.


씨발. 병신같은 새끼. 4층 계단에서 쪼그리고 있을 땐 소리를 내지 말라고 강조까지 해놨는데. 이번엔 정말 기대했단 말이다. 201호 문단속도 제깍제깍 적어준대로 하고 목이 왼쪽으로 꺾인 그 노친네한테 자신감 넘치게 화장실을 알려주던 그 패기와 철저함은 어따 버린거냐고. 놈을 묻을 무덤을 파면서도 계속 아쉬워서 욕을 내뱉었다. 뭐 어차피 바싹 익은 오징어마냥 온몸이 말라 비틀어진 채로 쪼그라진 무언가를 묻을려면 그렇게 깊게 팔 필요도 없더라. 아쉽긴해도 뒤진 놈한테 호소해봐야 별 소용도 없으니까. 적당히 묻어주고 기도 한번 해주고 왔다.


직원 배부용 책자는 싹다 회수해서 태워버렸다. 어차피 싹 수정해서 다시 뽑아야 하니까. 괜히 옛날꺼 놔뒀다가 잘못줘서 엄한 목숨 버리게 할 순 없으니. 다시 뽑는 김에 4층 청소는 신규 직원한테는 아예 가지 말라고 조항을 바꿔야겠다. 좀 버티겠다 싶은 애들은 싹다 4층에서 뒤져버리니 원. 점검 차 4층으로 가서 복도를 한번 싹 닦아줬다. 그 새끼는 체액이니 뭐니 빨아먹을거면 제대로 쳐 빨아먹어야지 항상 바닥에 질질 흘리고 다니니까. 그 악취가 1층까지 올 정도니까 대낮에도 클레임이 끊이질 않는다. 걍 번거롭더라도 내가 계속 청소하는게 낫겠다.


새삼 4층 바닥부터 벽까지 구석구석 닦아내면서 느낀 자아성찰인데. 대체 왜 사람들은 이딴 호텔에 지원하는걸까? 시급이 많아서? 수당이 빵빵하니까? 돈 좀 벌겠다고 목숨을 내놓나? 야간 경비 겸 청소라서 그닥 어렵지 않을 줄 알았나? 생각보다 위험한 일이니까 신중하게 지원하라고 사장 몰래 사이트에도 적어놨고 면접 볼 때도 말했고 힘들면 당장이라도 말하고 그만둬도 좋다고 책자에도 줄줄줄 써놨는데도 꼭 와서 아까운 생명을 버린다. 주간 파트는 이딴 일 일어날 일도 없고 그쪽도 꽤 짭짤한데 그쪽이나 하지. 왜 자아성찰이냐면 내가 등신 같이 이 생각을 안하고 여기 지원했다가 지금 이러고 있기 때문이다.


청소 끝내고 여기로 오는 길에 403호 여자랑 눈이 마주쳤다. 처음엔 내가 지나가도 보는 척도 안하더니 요새는 하도 봐서 반가운지 나한테 손인사를 하더라. 손이 맞나? 뭔가 손가락 같은게 주렁주렁 달린걸 흔드니까 손이겠거니 생각했다. 체크아웃은 죽어도 안하면서 돈도 안내는게 괘씸해서 마음같아선 쌍욕을 뱉어주고 싶었지만, 괜히 내가 트집을 만들면 새로 들어오는 사람들한테 해코지를 하니까 그냥 나도 반가운 척 인사해줬다. 책자에도 맞인사해주라고 적어야겠다. 쭉 보니까 그게 살 확률이 높더라고.


요즘 기대하는건 ++씨다. ■■이가 온 지 얼마 안돼서 연달아 들어온 신입인데. 내가 맨날 카운터에 있으니까 나보고 여기서 먹고 자고 지내냐고 묻더라. 관심이 많아보이길래 그렇다고 답해주니 무슨 길거리 거지 보듯 쳐다보는게 영 탐탁치 않았지만. 주간 파트에서 야간 파트로 넘어온다길래 책자를 줬는데 대부분 신입들이 그렇듯이 책자만 쭉 읽어도 표정이 썩어버리곤 나도 무슨 귀신인줄 알고 쳐다보던 그 눈빛이 아직도 눈에 선하다. 그래도 야간 들어온 뒤엔 무단결근 3일 이상 절대 하지 말라고 하는 말은 잘 지키더라. 이틀에 한번이라도 제깍제깍 와주는게 어디냐.


맞다 층간소음이 짜증나는건 이해는 가는데 야밤에는 제발 밖에 나오지 말라는 당부를 굳이 깨가면서 위층에 가서 항의를 하는 손님은 대체 내가 어떻게 해야할까? 최소한 카운터에 와서 나한테 짜증을 내라고. 내 기분이 좆같아지긴 해도 그게 지 목숨 지키는 일인건 왜 모르지? 201호에서 다 뒤져가는거 끌어내서 구급차까지 겨우 들쳐메고 인계해주는 것보단 손님 짜증 잠깐 듣는게 훨씬 낫다.


++씨는 제발 오래 해줬으면 좋겠다. 딱 한달이면 승진하는데 그걸 못버틸까. ++씨가 승진해서 카운터로 와야 나도 해방이 되는거다. 내일 월급날이니까 ++씨 힘내라고 저녁식사라도 사줘야겠다. 일기를 다 쓰고 생각해보니 아무래도 사람이 더 지원하는게 나한테도 이득인 것 같다. 사이트에 적어놨던거도 수정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