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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니까, 수요일 새벽이었다.

좀 더 정확하게는 오전 5시 되기 5분 전쯤.



정기점검을 위해 게임 서버를 내리는 것을 확인하고,

새로 뜯은 담배와 라이터를 챙겨 일어난 후

자판기에서 제로 콜라 하나를 뽑았다.






당직 근무로 밤을 새느라 출출한 차에

마음 같아서는 핫바라도 하나 데워 먹고 싶었지만

사옥에서 가장 가까운 편의점은 12시에 문을 닫는다.



야근과 주출이 일상인 게임회사 직원에게

판교는 정말 엉망진창인 도시란 말이지.



어디 강남 쪽에 공고 난 게임회사 없나 되짚어보며

12층까지 엘리베이터를 타고, 다시 옥상으로 가는 계단을 올랐다.






여기까진 문제가 없었다.













흡연장으로 나가는 문을 열고 한 발을 내딛은 순간,

스마트폰을 쳐다보던 시야에 위화감이 느껴졌다.






"왜... 실내지?"






어둑어둑한 옥상 정원과 힘없는 가로등이 보여야 하는데,

나는 다시 실내에 들어와 있었다.



뭐지? 하고 뒤를 돌아보니











문이 없었다.

아니, 정확하게는 문이 달려 있어야 할 벽체조차 없었다.



문을 열고 들어오니 넓은 실내 공간 한 가운데에 서 있었다.

다음 순간 내가 깨달은 것은

손에 들고 있던 폰과 콜라조차 없어졌다는 것.






뭐지...

자리에서 깜빡 잠든건가?











내가 서 있는 곳은 거대한 오피스 빌딩의 내부 같았다.

하지만... 실내가 텅 비어 있다.



책상도, 의자도, PC도, 모니터도, 파티션도...

심지어 벽과 기둥조차 보이지 않는 이상한 공간이었다.

유리 통창으로 둘러싸인 비어 있는 공간.






띵-동-






"941번 방문자님. 안내를 확인하세요."






마치 "배달의 민족, 주문!" 같은 TTS 음성이 뒤에서 들렸다.

돌아보니 저 앞에 키오스크 같은 것이 있다.











띵-동-






"941번 방문자님, 화면을 확인해주세요!"



이게 꿈인지 이세계 전생인지는 알 수 없었지만

일단은 저 키오스크를 향할 수 밖에 없었다.











띵-동-






"941번 방문자님, 화면을 터치해 안내를 확인하세요!"






이 공간에 사람이 들어오고 입력이 없으면

5초에 한 번씩 메시지를 출력하게 세팅해뒀나 보다.






키오스크 화면에는 숫자 941과, '안내 확인' 버튼만 나와 있었다.

UI는 민원 번호표 발급기마냥 단순하고 투박한 걸 보니

공공기관에서 발주를 넣었나보군, 이라는 직업병적 추리가 앞섰다.






띵-동-



"941번 방문자님! 화면의 '안내 확인' 버튼을 터치해 안내를 확인하세요!"






동작 감지 센서를 넣어서 기기와 사람 간 거리에 따른

별도의 메시지 출력까지 구현한 것 같다.



어디까지 메시지가 길어질지 몰라 '안내 확인' 버튼을 터치했다.











"환영합니다. 구백, 사십, 일, 번 방문자님.



방문자님께서는 판교테크노밸리의

이스터 에그 공간을 구백, 사십, 일, 번째로 발견하셨습니다.

아래 칸에 방문 기록을 남겨주세요.

최대 3글자의 한글, 영문, 숫자 입력만 가능합니다."






화면에는 텍스트 입력 필드와 화상 키보드가 떴다.






2023. 07. 26. Wed. 05:00:05

941st. _ _ _



[ 재입력 ] [ 다음 ]











이게 무슨 병신같은 상황이지?

가만히 있으면 또 5초에 한 번씩 음성 메시지가 나올까봐

빠르게 AAA라고 입력하고 '다음' 버튼을 눌렀다.











"감사합니다. [에이], [에이], [에이] 님.

그러면 이 공간에 대한 설명을 이어가도록 하겠습니다.






해당 장소는 지번 주소 경기도, 성남시, 삼평동, 666, 다시 1로서

판교테크노밸리에 "실존하는" 건물의 내부이지만

관측 및 인지가 불가능한 공간입니다.



토지등기부등본 조회도 불가능하지만 분명 존재를 확인할 수 있으며,

판교신도시 조성 당시 건물도 정상적으로 시공되었습니다.



해당 공간에 대한 자세한 조사는 다수 국가 기관 및 연구기관이 참여한

경기남부특이공간합동조사위원회에서 담당하고 있습니다.

현재 중점적으로 검증 중인 가설은 해당 공간의 관측자 유무에 따라

지평좌표계의 부동소수점 변환에 오류가 발생하여

임의의 공간 전이가 일어난다는 내용입니다.






이상으로 공간 소개를 마치며,

다음으로는 이 공간에서의 탈출 방법을 안내드리도록 하겠습니다."











화면에는 버튼이 나타났다.


[ 다시 듣기 ] [ 다음 ]






이게 다 무슨 소리야?

나는 홀린 듯 [ 다음 ] 버튼을 눌렀다.






"감사합니다. [에이], [에이], [에이] 님.

다음으로 이 공간 탈출 방법을 안내 드리겠습니다.



경기도, 성남시, 삼평동, 666 다시 1, 번지의 주건축물제1동, 은

총 이십, 칠, 층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현 위치는 십, 삼, 층입니다.


출구는 일, 층과 이십, 칠, 층에 있습니다.

일, 층은 좌측 저층용 엘리베이터를 탑승하여 도달하실 수 있으며

이십, 칠, 층은 우측 고층용 엘리베이터를 이용 바랍니다.



이상 현상은 건물 외부의 지면에 접촉하면

즉시 해제되는 것으로 확인되었습니다.

탈출에는 어느쪽 출구를 이용하셔도 무방합니다.






이상으로 탈출 방법 안내를 마치며,

마지막으로 어느쪽으로 가실지 표시해주신 후 출발 부탁 드립니다.



부디 몸 성히 현실로 복귀하시길 기원합니다."











화면에는 두 개의 버튼이 나타났다.



[ 1F ] , [ 27F ]











여기는 판교...


탈출 방법은 외부 지면에 접촉...











나는 결정했다.





다음 순간,











나는 유리창을 깨고 바깥으로 몸을 던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