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일 20XX_XX_XX-1.wav]


치지직- 치직. 툭.


(부스럭거리는 소리)


툭툭.


어... 됐나? 됐겠지? 아아. 음. 안녕 ++씨. 카운터 매니저 박++ 입니다. 아 이젠 전 매니저겠구나. 이거 들으실 때 쯤엔 전 퇴사했을테니까요. 원래 인수인계는 글로 하려고 했는데... 매니저 업무 보시면 앞으로 많이 심심할테니 이거라도 들으시면서 시간 보내시라고 녹음기로 녹음 해놓을게요. 마이크가 싸구려라가지고 좀 목소리 이상하게 들려도 이해해주고.


일단.. 어... 승진 축하드립니다. 크흠. 아마 승진하시겠죠? 내일까지만 나오시면 승진이니까요. 전 ++씨를 믿고 있었어요. 제가 매니저를 단지... 어... 한 945일 만에 저 말고 다른 분이 매니저를 달게 되네요. 하핫. 하... (작게 뭐라고 중얼거리는 소리) 진짜 딱 한달만 하면 바로 정직원 승진하는 꿀직장인데. 그쵸?


++씨도 아시다시피... 우리 호텔이 좀, 어, 뭐랄까. 독특한 손님들이 많잖아요? 사장님은 VIP 손님들이라고 극진히 대우해주라고 하는데. 아, 사장님 한번도 보신 적 없죠? 면접이고 뭐고 다 제가 했으니. 매니저라는게 그런 입장이에요. 그래도 돈은 더 많이 주니까. ++씨도 힘내서 일할 맛이 날겁니다 아마도. 사장님은 아마 매니저로 승진하시면 얼굴 한번 뵈러 오실거에요. 좀 험악하게 생기셨어도 마음은 착하신 분이니까. 이딴 호텔 운영하는게 착한 사람인지 아닌지는 모르겠지만. 씁 아니 사람이 맞나 애초에?


아니, 아니... (부스럭거리는 소리) 미안해요. 퇴사를 눈앞에 두니까 생각이 많아져서. 여하튼, 그 브이-아이-피- 손님들께서는, 우리랑 낮밤이 반대인건지 낮시간대에는 방에서 쳐박혀서 나오질 않아요. 제가 확인차 몇번 문 두들겨봤는데 안에 아예 없는 것 처럼 조용하더라구요. ++씨는 굳이 시도해보진 마시고... 어쨌든 그래서 주간 근무하는 직원이나 알바생들은 아마 별 탈 없이 일 할 수 있을겁니다.


그러면 이제 야간이- 아. 아 잠깐만요. 미안해요. (툭툭 거리는 소리) 영감님! 화장실은 2층 왼쪽 복도라고요! 직원 휴게소까지 오시면 곤란하다고 그렇게 말을 했는- (녹음이 끊겨있다)


[파일 20XX_XX_XX-2.wav]


(부스럭거리는 소리)


툭툭.


에휴... 하. 후우. 아 아. 오케 됐다. ++씨 미안해요. 노친네가 또 1층으로 내려와가지고. ++씨도 보셔서 아시죠? 그 맨날 화장실 찾는 목 꺾인 할배. 길 맨날 알려줘도 맨날 까먹고 뭐하는 짓인지.


뭐, ++씨도 아시다시피, 야간 근무자들이 가장 큰 문제겠죠? ++씨도 제가 준 책자 보셔서 아시겠지만. 뭔놈의 VIP 손님이라는게 직원들을 그리도 괴롭히고 싶어하는지. 저 야간 근무자 시절 때부터 당한게 많아가지고 제가 일일히 기록해놨거든요. 근데 매니저가 되고 나선 대놓고 활보해도 딱히 절 건드리진 않더라구요. 제 전 매니저도 그랬던 것 같고. ++씨도 아마 그렇겠죠. 매니저 직함 달고 다니니까 높은 사람 같아서 겁내는건지 뭔지.


(부스럭거리는 소리) (뭔가 씹는 소리) 쩝... 쩝. 배고파서 과자 하나 깠어요 미안합니다. 쩝... 그래서, ++씨도 매니저가 되고 나면 이 책자를 좀 관리를 해주셔야 할거에요. 원본 파일은 지금 이 컴퓨터 D 드라이브에 넣어놨고... 아 프로그램 이거 제가 겨우 받은거니까 업데이트 할거냐고 뜨면 하지마세요. 지웠다가 다시 깔아야하니까... (마우스 클릭하는 소리) 프린터는 최근에 제가 사장님 설득해서 컬러프린터로 바꿨으니까... 책자 디자인도 좀 이쁘게 해보시고... (키보드 누르는 소리)


어, 그래서. 야간 시간대는 야간 청소 직원 외에는 복도에 있으면 안되기 때문에, ++씨는 밤에는 여기 직원 휴게소에서 지내시면 됩니다. 왜 야간 직원 외에는 복도에 있으면 안되냐면... 어... 뭐라고 했더라? 아무튼 무슨무슨 현상 때문에 밤 시간대엔 직원 분들의 눈엔 매니저인 우리도 좀 이상하게 보이나봐요. 눈 앞에서 사람이 자살하는거 보기 싫으면 걍 조용히 휴게소에서 계시는게 나을겁니다. 어차피 호텔 밖으론 나가지도 못하고... 뭐 필요하시면 인터넷으로 주문하시고. 아마 제가 이것저것 사놨으니까 익숙해지면 집보다 편할거에요. 쩝쩝... 저는 아예 집 팔아버리고 여기서 호화 생활을 누렸다니까요? 하... 나가면 월세 알아봐야하나... (작게 중얼거리는 소리)


(종이 책을 펼치는 소리) 어... 엥간한건 책자에 다 써있으니까 새로 오는 직원들한테는 책자 주고 알아서 하라고 하면 되는데... (종이 넘기는 소리) 그, 제가 오늘 수정할거긴 한데, 201호 잠금장치 고장났으니까 야간 직원분한테 201호 문은 꼭 안에서 잠구라고 해주세요. 그렇다고 안에 들어가서 잠구면 아마 영원히 밖으로 못나올 수도 있으니까. 문만 살짝 열어서 안에 잠금장치 잠그고 닫으라고 하면 돼요. 되도록 안쪽은 보지 말라고 하고. 맞다 ++씨 맨날 궁금해하지 않았나요 201호? 매니저 달게 되면 함 가서 보세요. 더 이상 볼 마음 싹 사라질걸요?


그리고... 어... 잠시만요. 녹음 파일 크기 제한이 있- (녹음이 끊겨있다)


[파일 20XX_XX_XX-3.wav]


(파일 실행 중 오류가 발생하였습니다. 실행이 불가능합니다.)


[파일 20XX_XX_XX-4.wav]


(파일 실행 중 오류가 발생하였습니다. 실행이 불가능합니다.)


[파일 20XX_XX_XX-5.wav]


(노이즈 소리)


(부스럭거리는 소리)


아아. 아 됐다. 그래서 제가 진짜 궁금해서 물어봤어요. 그랬더니 얼굴에 달린 눈들이 붉으락푸르락하더니 노발대발 하면서 지 방으로 들어가더니 그 다음날 ++이를 그렇게 만들고... 아... 그래서 제가 ++이 묻어둔 데는 항상 가서 사과하고 그래요. 화는 나한테 났으면서 왜 직원들한테 화풀이를 하는지... 원... 어, ++씨는 그러지마시고... 어... 여튼. 승진 다시한번 축하드립니다. 이만 줄일게요. (마우스 클릭 소리) (녹음이 끊겨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