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그 방에 들어왔을 때, 안은 발 디딜 틈이 없었다.
벽마다 그림이 붙어 있었다. 별과 우주선, 여러 음식들, 괴수와용사.
서로 연관되지 않는 것들이 아무렇지 않게 나란히 걸려 있었다.
바닥엔 색이 요란한 카펫이 깔려 있었고, 구석엔 하고픈 것들이 의자처럼 잔뜩 쌓여 자리를 다투었다.
아이는 그 좁은 방을 비좁다고 여기지 않았다. 매일 무언가를 더 들여놓으려 했을 것이다.
그러나 변화는 서서히, 그러나 피부에 닿는 선명한 감각과 함께 스며들었다.
가장 먼저 내려간 그림은 괴수와 용사의 그림이었다. 누가 떼라고 한 것이 아니다.
어느 날 아이가 그 앞을 그냥 지나쳤고, 다음 날도 지나쳤고, 어느 순간에는 그곳에는 그림이 없었다.
요란한 카펫은 촌스럽다는 말을 한 번 듣고 말려 들어갔다.
의자처럼 쌓여 있던 하고 싶은 것들은 만지지도 못하고 하나씩 접혀 치워졌다.
방은 넓어졌다. 소년은 넓어진 방 한켠을 잠시 거닐었다.
남은 그림도 차례로 내려갔다.
여러 음식들의 그림이 내려갈 때 그 소년은 잠깐 손을 멈춰 그림을 바라보았다.
그 엉성한 그림을 한참을 바라보고는. 마저 내렸다.
별과 우주선의 그림은 가장 오래 버텼지만, 결국 그 자리엔 못 자국만 남았다.
그 사람은 그 자국을 흠집이라고 적어두었다. 한때 거기 무엇이 걸려 있었는지는 적지 않았다. 그 누구도 모를것이다.
이제 방에서는 아무 냄새도 나지 않았다.
무언가를 너무 갖고 싶어 잠 못 들던 밤의 열기도, 안 될 걸 알면서 들여놓던 미래들의 소란도 없이 깨끗했다.
그는 방 한가운데 누웠다.
한때 심장이 시끄러운 시계처럼 매달려 있던 자리 아래.
시계는 오래전에 멈춰 떼어냈고, 못 자국만 벽에 남아 있었다.
그 사람은 그 아래 웅크려, 자기 숨소리가 빈 벽을 타고 돌아오는 것을 들었다.
고요했다. 바라던 방이었다.
다만 바닥 한 군데, 카펫이 말려 나간 자리에 그늘 같은 얼룩이 남아 있었다.
걸레질로도 지워지지 않았다. 그 사람은 몇 번 그 위를 쓸어보다가 그만두었다.
무엇이 깔려 있었는지 기억나지 않았는데도, 그 자리를 밟을 때마다 발바닥이 따뜻했으며 목 안쪽이 뻐근했다.
그는 오래된 자국쯤으로 여기고, 그 위를 피해 걷는 법을 익혔다.
그는 의자 하나와 거울을 들였다.
거울 속에는 벽이 있었다. 벽에는 자국이, 자국 앞에는 어떤 형체가 있었다. 형체는 자국을 들여다봤다.
자국은 무엇이었던가. 무엇이었기에 자국으로 남았는가.
형체는 더 가까이 갔다. 비쳐진 것 너머를 보고싶었다.
그러나 거울은 앞만을 돌려줄 뿐, 뒤를 알지 못했다.
한때 무엇이 있었는지, 그것이 누구의 것이었는지는 모르는 일이었다.
이것이 나인가. 아니면, 나였던 것의 자국인가. 물음은 벽에 닿아 흩어졌다.
거울은 답하지 않았다.
텅 빈 방은 답하지 않았다.
한참을 거울에게 물었으리라.
몇번씩이고 의자 위에서 되뇌었으리라.
그렇게 결국
그방에는 아무것도 남지 않았다.
좀 찝찝한 것을 원했는데 생각만큼 필력이 못 받쳐주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