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한 번도 사람을 죽인 적이 없다


그래서 모두가 나를 선한 사람이라고 믿었다


나도 그렇게 믿었다


사람을 죽이지 않았으니까


칼도 들지 않았고


독도 타지 않았고


누군가를 밀어 떨어뜨린 적도 없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내가 지나간 자리에는 항상 한 사람이 사라졌다


처음은 초등학교였다


전학 온 아이가 있었다


말이 조금 느렸다


아이들은 웃었다


나도 웃었다


내가 먼저 웃은 것은 아니다


그 아이는 얼마 지나지 않아 학교를 그만뒀다


선생님은 적응을 못 했다고 말했다


나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사실이었다


그 아이는 적응하지 못했다


우리에게


중학교에서는 친구 하나가 따돌림을 당했다


나는 때리지 않았다


욕도 하지 않았다


대신 그 아이가 말을 걸면 들리지 않는 척했다


그게 더 쉬웠다


모두가 그렇게 했으니까


그 아이는 졸업사진에 없다


전학을 갔다고 들었다


사진 속 내 얼굴은 환하게 웃고 있다


고등학교에서는 한 아이가 옥상에서 떨어졌다


뉴스는 가정사를 말했다


인터넷은 우울증을 말했다


학교는 애도를 말했다


나는 국화를 들고 갔다


국화는 가벼웠다


내가 평소 모른 척했던 그 아이보다 훨씬


대학교에서는 누군가의 아이디어를 훔쳤다


그 사람이 말하기 전에 내가 먼저 말했다


교수는 나를 칭찬했다


그 사람은 웃었다


그리고 다시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회사에서는 후배 하나가 잘렸다


실수는 그 애가 했다


보고는 내가 했다


거짓말은 하지 않았다


사실만 말했다


사실은 언제나 가장 깨끗한 흉기였다


사람들은 나를 착한 사람이라고 했다


나는 법을 어긴 적이 없다


세금도 냈고


신호도 지켰고


헌혈도 했다


가끔 기부도 했다


누군가 울고 있으면 휴지를 건네기도 했다


사람들은 그런 나를 보며 좋은 사람이라고 말했다


나 역시 그 말을 부정하지 않았다


다만 이상한 점이 하나 있었다


내 인생을 떠난 사람들은 모두


나를 원망하지 않았다


끝까지


그들은 항상 자기 탓을 했다


그게 가장 편했으니까


나는 아무도 죽이지 않았다


그들은 스스로 무너졌다


나는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정말이다


나는 단지


고개를 한 번 돌렸을 뿐이다





자 보세요


인간은 우리를 괴이라고 부르죠


우리는 먹기 위해 인간을 죽이는 거지만....


저 인간이란 족속들은


살아가기 위해 다른 인간을 죽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