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하노인(月下老人): 부부의 인연을 맺어 준다는 전설상의 늙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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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 나 괜찮아. 진짜로 별 일 없었어. 다친 데도 없고, 이렇게 멀쩡하게 살아 있잖아. 그날 진짜 별 일 없었어. ? 못 믿겠다고? 에이, 거 참. 괜찮다니까 그러네. 네가 그날 무슨 일이 있었는지 잘 몰라서 그래. 내가 지금부터 얘기해 줄게.


내가 집에 돌아갈 때 지나다니는 골목이 있거든? 근데 거기 길가에 저녁 때마다 꼭 할아버지 한 분이 앉아 계셨어. 행색은 되게 멀끔해서 노숙자 같은 건 아닌 것 같았는데, 뵐 때마다 어떻게 알아볼 수 있는 건지 궁금할 정도로 글씨가 작은 책을 읽거나 하늘을 올려다보고 계셨어.


그날도 평소랑 다를 바 없이 저녁 늦게 집에 돌아가는데, 그날은 왠지 그 할아버지께서 왜 거기 앉아 계셨는지 조금 궁금하더라고. 그래서 다가가서 여쭤봤지. ‘어르신, 어째서 여기서 하늘을 올려다보고 계십니까?’ 하고. 그러니까 그분은 대답 대신 나한테 질문을 하셨어. ‘자네, 태어나서 한 번이라도 연애를 해 본 적이 있나?’


질문에 대한 대답은 못 듣고 역으로 당혹스러운 질문을 받은 내가 얼타고 있으니까 알겠다는 듯이 미소를 짓고 고개를 끄덕이는데, 그 다음 눈앞이 깜깜해지면서 정신을 잃은 것 같아.


정신 차리고 보니까 낯선 시멘트 바닥 위에 누워 있더라고. 뭐 납치당했다거나 그런 건 아니야. 손발도 안 묶여 있고 문도 안 잠겨 있었어. , 핸드폰이 사라졌고 목에 빨갛고 굵은 밧줄이 감겨 있긴 했다. 그게 중요한 게 아니고, 하여튼, 그곳은 되게 깜깜했어. 처음에는 진짜 한 치 앞도 안 보였는데, 조금 있으니까 눈이 적응하더라고.


내가 있는 곳은 창고 비슷한 데인 것 같았어. 주변에 상자나 여러 가지 기자재들이 쌓여 있었거든. 쌓여 있는 모양이 딱 사람 모양인 것도 있더라? 근데 그 중에서도 제일 눈에 띄는 건 제사상이었어.


농담 아냐. 거기 진짜 제사상이 있었다니까? 향도 피워놨고, 음식도 대여섯 가지밖에 없었지만 차려놨고, 지방(紙榜)도 있었어. 거기에 내 목에 감긴 밧줄하고 똑같은 밧줄이 감겨 있어서 내용을 가렸는데, 무슨 내용인지 보려고 해도 밧줄이 풀리지를 않더라. 솔직히 누가 그런 데 제사상을 차려 놨는지, 밧줄은 왜 감아 놨는지 궁금했는데 말이야.


이리저리 두리번거리다 창고의 문을 찾았어. 아까 말했던 것처럼 잠겨 있지도 않았어. 그냥 열고 나오니까 우리 집 뒷산 깊은 곳이더라고. 뒷산에 이런 데가 있었나 싶긴 했는데, 그날은 너무 피곤해서 주변을 살펴볼 생각도 않고 그냥 집에 왔어. 나중에 다시 가 보니까 그 창고는 못 찾겠더라.


너 아까부터 자꾸 날 걱정하는데, 그 일 때문에 내가 피해 본 건 거의 없었어. 핸드폰도 집에서 찾았고, 귀가가 좀 늦긴 했지만 그 다음날이 휴일이라 괜찮았어. 그 할아버지도 그 뒤부터 안 보이시더라고. 그래, 그러니까 안심해도 좋아.


그나저나 그날 이후부터인가, 자꾸 밤마다 문앞에서 이상한 사람이 현관문을 두드리면서 뭐라뭐라 말하는데, 넌 이거 어떻게 쫓아내냐? 아무리 종교 안 믿는다고 말을 해도, 집에 아무도 없는 척 해도 갈 생각을 안 해. 내일 문 열고 우리 집에 오지 말라고 말해 볼까? 어떻게 생각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