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 선생님께.


안녕하세요, 원이 엄마 되는 임아미라고 합니다.

가능하면 직접 만나 뵙고 이야기 드리고 싶었으나, 시간과 장소가 마땅치 않아 이렇게 편지로 찾아뵙습니다.

최근 목은하양 실종 사건으로 학교 내외가 혼란스럽고 바쁜 사실은 알고 있습니다.

이미 충분히 힘드실 선생님께 걱정거리를 하나 늘리게 만들어 죄송합니다.

하지만 원이에 대해 많은 학생과 학부모들이 고통과 피해를 호소하고 있다는 사실에

엄마 되는 사람으로써 가만히 있기 죄송스러워 이렇게 말씀 올립니다.


원이는 착한 아이입니다. 7반에서 친구도 많이 사귀고 좋은 학교생활을 보내고 있는 것으로 압니다.

저도 아침, 저녁마다 원이가 학교에서 있었던 재밌던 일을 말해주는 것을 들으며

아이를 와은초에 입학시키기로 결정한 일이 다행이라고 느끼고 있습니다.

다만 일반학급 학생들과 함께 있는 공간의 경우 원이의 통제가 다소 어렵고,

또 돌발적인 행동으로 인해 학생들이 겁을 먹거나 신체적 상해를 입고 있다는 사실도 숙지하고 있습니다.

저희 쪽에서 충분하게 금전적으로 보상하고 있으나,

학교에 보낸 아이가 다쳐서 돌아온 부모님의 심정은 어떤 방법으로도 보상드릴 수 없는 것을 압니다.


저도 더 이상 이런 상황이 지속되기를 바라지 않고, 최대한 원만하게 원이를 계속 등교시키고 싶습니다.

이번 은하양 사건으로 원이도 많이 놀라고 감정적으로 많이 격렬해진 상태입니다.

말씀드렸다시피, 원이는 착한 아이입니다.

제가 당부드렸던 몇 가지 사항만 지켜 주시면 원이도, 선생님도, 일반 학생들도 안전하게 학교생활을 할 수 있습니다.

제가 처음 뵈었을 때 서면으로 몇 가지 주의사항 부탁드렸는데,

아마 너무 길거나 중언부언하여 기억하시기 힘드신 것 같아 중요한 사항 몇 가지 다시 말씀드립니다.


전학 온 날 미리 말씀드렸듯이 원이에게 급식으로 우유, 생고기, 또는 덜 익혀진 고기를 주지 마세요.

원이 체질 때문에 완전히 조리되지 않은 동물성 식품은 일체 피해야 합니다.

우유와 생고기는 집에서 충분히 먹이고 있습니다.

또한 일반 학생의 피 냄새를 맡게 하거나, 가까운 거리에서 피를 보게 되는 상황은 최대한 피해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만약 그렇게 되었을 경우, 최대한 빨리 원이를 특수아동 상담실에 혼자 격리시켜 주세요.

아시다시피 원이는 각종 자극에 아주 예민하기 때문에, 가끔 한 두 시간 정도 혼자만의 시간이 필요합니다.

(상담실이 조용해지고 나서 문을 여시면 됩니다.)


원이를 직사광선에 장시간 노출시키지 말아주세요.

다른 7반 몇몇 학생들도 비슷한 주의사항이 있는 것으로 압니다.

햇빛에 아주 민감한 체질이라, 30분 이상 햇빛을 직접 쬐는 것은 위험합니다.

체육활동은 가급적 실내 체육관에서 진행하여 주시고, 불가피하게 햇빛을 쬐어야 하는 활동 시

계절 상관없이 긴 팔, 긴 바지, 장갑과 챙이 넓은 모자를 씌워 주시기 바랍니다.

이러한 조치를 해도 1시간 이상 햇빛에 노출되는 건 원이에게 위험한 일입니다.

원이가 운동장에 나가고 싶다고 우기고 떼를 써도 허락해주시면 안 됩니다.

원이 말고도 다른 일반학급 학생들에게 굉장히 위험한 일이 될 수 있으니 꼭 숙지하여 주세요.


원이가 “자기 것” 이라고 하는 물건은 뺏지 마세요.

하교 후 잘 타일러서 저희 쪽에서 해당 물건을 학교로 돌려보낼 테니

손에서 뺏거나, 다시 주인에게 돌려주도록 하는 일이 없도록 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원이는 착한 아이입니다. 하지만 고집이 센 것은 아빠를 똑 닮아 해결되지가 않네요.

되도록 가지고 있게 내버려 두는 것이 선생님의 일신상 안전에도 최선의 방법입니다.


중요한 사항입니다. 원이의 부피와 질량이 증가하기 시작할 시,

놀라지 마시고 즉시 7반 전용 벌점카드를 원이에게 주시기 바랍니다.

원이와 같은 7반 아이들에게 벌점카드는 아주 좋은 경고 수단입니다.

물리적 힘이나 아이들 마음에 상처 주는 일 없이 위험상황을 정리할 수 있으므로 발견 즉시 벌점카드를 주세요.

되도록 선생님께서도 항상 벌점카드 한 벌을 소지하고 계시는 것이 7반 학급을 위한 일입니다.

원이는 원래 흥분하기 시작하면 팽창하는 체질입니다.

건강에는 아무 지장 없고 원이 자신도 아프지 않다고 합니다.


마지막으로 은하양 사건과도 관련 있는 주의사항입니다.

일반 학급 학생들과 과도하게 친해지는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조치해 주세요.

원이는 착한 아이이지만, 애정표현의 방법이 또래 일반 아이들과는 다릅니다.

원이는 너무 좋아하고 기뻐서 하는 행동이지만 일반 아이들에게는 굉장히 무섭고 상처가 될 수 있습니다.

되도록이면 7반 학급 학생들만 원이와 교류하게 해 주세요.

7반에서 이미 원만한 교우관계를 맺고 있는 것으로 압니다.

다만 유일진리 학생과는 가급적 분리하여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만약의 경우, 원이가 선생님의 말을 전혀 듣지 않을 때가 있을 지도 모릅니다.

이럴 때는 벌점카드도 소용이 없습니다. 이번 불미스러운 일도 그렇게 생긴 줄로 압니다.

말씀드렸다시피 부디 귀마개를 착용하시고 저번에 드린 피리를 불어 주세요.

피리가 조금 무겁고 불기 힘듭니다. 아무렇게나 소리만 나오게 부시면 됩니다.

7반 학생들은 괜찮겠지만, 교내 일반 학생들이 피리 소리를 들었을 때는 다소 당황하고 무서워하는 반응을 보일 수도 있습니다.

비명을 지르거나 쓰러지는 일반 학급 아이들의 모습을 보고 놀라지 말아 주세요.

자연스러운 현상입니다.

원이가 조용해질 때까지 계속 피리를 불어주세요.

원이의 갑작스러운 행동에 당황하여 대처법을 잊으실 수도 있기 때문에,

귀마개와 피리를 가급적 교탁 가까운 곳에 비치하여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와은초등학교 7반은 국내에서 유일하게 원이와 같은 아이들을 받아줄 여건이 되어 있는 학급입니다.

저와 원이 아빠도 와은초 7반에 대한 좋은 말을 많이 듣고,

원이 또래의 친구들과 어울리게 해 주고 싶어 와은초에 보내게 되었습니다.

지난 2년동안 와은초를 전적으로 신뢰하고, 원이에게 최선의 선택이라 믿고 있었습니다.

잦은 발령과 출장으로 아이를 자주 볼 수 없는 원이 아빠도 와은초를 다니기 시작한 후

많이 밝아진 원이를 보며 기뻐하곤 했습니다.

그러나 이번 일로 인해 원이 아빠가 많이 화가 난 상태입니다.

이러한 사건으로 7반 부모님들 사이에서도 말이 많아졌고,

와은초의 보안 대처 절차에 대한 불만이 터져나오고 있습니다.


부디 7반, 나아가 와은초등학교의 존속을 가능케 하기 위해

가급적 이 편지에서 말씀드린 사항을 숙지해 주시고 상황에 따라 적절한 대응을 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저희 가족도 원이에게 돌발 행동이나, 남에게 해를 끼치는 일은 최대한 피하도록 교육시키고 있습니다.

하지만 원이는 아직 11살이고, 그러다 보니 종종 실수하기 마련입니다.

원이는 착한 아이입니다.

부디 너그럽게 봐 주시고, 때로는 단호함도 필요하다는 것을 알아주세요.

그것이 원이에게도 좋고 선생님께도 좋습니다.

항상 신세지고 있습니다. 은하양 부모님께는 죄송하다는 말씀 전해주세요.

감사합니다.


20XX년 모월 모일

임 아미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