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독히도 비가 내리는 밤이었다.


"후우......"


당신은 우산을 접고 버스 정류장 안에 들어섰다.


집으로 가는 버스가 빨리 오면 좋으려만.


안내 화면을 보니 아무래도 족히 10분 이상은 걸릴 듯 싶었다.


바로 그때였다. 의자 위에 올려진 웬 이상한 것이 당신의 눈에 들어온 것은.


형체를 바로 알아볼 수도 없을 정도로 검은색 실에 칭칭 감겨진 채 세워져 있는 그것. 


그것을 보고 있자니, 당신은 왠지 모르게 기분이 나빠졌다. 


왜, 그런 이야기들이 많지 않나. 


정체불명의 물건을 잘못 건들여서 저주를 받았다던가 하는 괴담들.


평소에 그런 괴담 등을 믿는 편은 아니었으나, 그런 당신이 보기에도 그것의 생김새는 꽤나 무섭게 다가왔다.


어지간한 일이 아니고서야 굳이 그것을 건들고 싶지는 않다는 생각이 절로 들 만큼.

날씨 때문인지 몸이 으스스한 것도 한 몫 했다.


당신은 그것에 시선을 두지 않기로 마음먹고 고개를 돌렸다.


그렇게 추위에 떨며 버스를 기다리기를 한참.


왜 이렇게 늦는 것일까......


도무지 오지 않는 버스를 마냥 기다리며, 무심코 도로 건너편을 바라본 당신은 두 눈을 의심했다.


풀숲이 무성한 그 바닥에, 그것이 눕혀져 있던 것이다.


에?

분명 그 기분 나쁜 것은.......

방금 전까지만 해도 여기 이곳, 이 버스 정류장 의자에......


......있었다.


그것은 그 자리에 그대로 있었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그것이 갑작스레 그의 시야 밖으로 벗어나 어디론가 혼자 이동해있다던가 하는 일은 없었던 것이다.


눈의 착각인가보다, 안도하며 당신은 그것으로부터 최대한 멀찍히 떨어져 앉았다.


한 5분 정도를 더 기다렸을까.


번쩍번쩍!


갑작스레 쏟아진 광원이 그의 주의를 끌었다. 기다리던 버스가 온 것이다.


우산을 들고 자리에서 일어선 당신이 버스가 멈춰설만한 곳 앞으로 걸어가던 찰나.


......당신은 보고 말았다.


속도를 줄이며 다가오는 버스. 


그 옆차선 아스팔트 도로 위에 엎어져 있는 그것을.


휙!


당신은 고개를 돌려 의자 위의 그것을 확인했다.


그리고 다시 고개를 돌려 도로 건너편에 눕혀져있던 그것을 확인했다.


도로 위에 엎어져 있던 그것은 버스에 가려져 보이지 않는다.


하지만 왠지 모르게 알 것 같았다.


저 너머에는.


분명히……


오싹해진 당신은 황급히 버스에 올라탔다.


운전사의 표정이 어떻든간에 신경 쓰지 않고 단말기에 카드를 가져다대고는, 빠른 걸음으로 앞쪽에 위치한 아무 좌석으로 걸어가 바로 앉았다.


'잘못 본거겠지, 잘못 본거겠지……'


믿지도 않았던 신에게 기도하며 고개를 숙인 채 웅크린 당신의 몸에 덜컹거리는 충격이 고스란히 와닿았다.


규칙적인 버스의 진동을 느끼고 있자니, 조금쯤은 마음이 진정되는 것 같았다.


그러나 혹시나싶어 창문 밖을 살짝 내다본 당신은.


창문 밖 광경의 가장자리에서 목격하고만 것이다......


몇 번이고.

몇 번이고.

몇 번이고.


버스의 속도에 맞춰 왼쪽 끄트머리에 나타났다가 지나치고, 지나치자마자 다시 왼쪽에서 나타나 오른쪽으로 사라지는 그것의 모습을.


쿵쾅거리는 가슴을 부여잡은 당신은 애써 진정해보려고 노력했다.


가만히 지켜보니, 무언가가 이상했다.


그것은 분명히 움직이지 않는다. 미동조차 하지 않고 제자리를 고수하고 있었다.


그러나 시야 밖으로 사라졌다 다시 나타날때마다, 그 위치가 점점 가까워지고 있던 것이다.


"무슨 일이길래 그려?"


"저, 그게, 자꾸만 이상하게 생긴……"


버스 기사의 물음에 답하려던 당신은 얼어붙었다.


버스 기사의 운전석 그 바로 뒤.


분명히 아무것도 없던 승객 좌석의 머리 부분 위에.


그것이 홀로 서있었다.


올올히 풀려나온 불길한 검은색 실을 아직 반쯤 몸에 감은 채.


-이번 정류장은……


기겁한 당신은 하차 버튼을 연달아 누르면서도 그것에게서 시선을 때지 않았다.


뒤늦게서야 깨달았기 때문이다.


여기서 만약 내리든 내리지 않든간에, 이제부터는……


덜컹.


버스가 멈춰섰고.


죽음과도 같은 침묵이 흘렀다.


"......"

그 누구도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버스기사도, 당신도, 그것도.


이윽고.


문이 열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