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을 떠 보니 웬 낯선 방에 누워 있었다.


방은 천장이고 벽이고 할 것 없이 온통 검은 벽지로 도배되어 있었는데, 문이나 창문 같은 것도 보이지 않아서 썩 기묘했다.


별다른 가구랄 것도 없어서 커다란 옷장에 사람 머리만 한 선풍기가 전부였다.


옷장은 잘 살펴보니 문이 조금 찌그러져 있었고, 선풍기는 목이랑 몸통이 분리되어 널브러져 있었다.


"난 분명히 컴퓨터로 무서운 이야기 같은 거나 찾아보고 있었는데... 이건 또 뭐야?"


옷장 문 앞에 빛바랜 종이가 끼어 있었다.


"검은 방에 끌려온 사람들을 위한 조언? 이 방을 말하는 건가?"


별다른 탈출구도 보이지 않았기에 나는 그대로 앉아서 그 종이를 읽어보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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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 뭐라고 써야 하지.


일단 네가 이걸 보고 있다면 좀 당황스러운 상황일 거야.


주위를 둘러봐, 방 안이지? 네 방 말고. 벽지고 장판이고 죄다 시꺼먼 방.


아니라고? 그럼 다행이고. 어쩌다 이 종이가 방 밖에서 나왔는지는 몰라도... 그 방보단 나을 거야.


아무튼, 지금부터 네가 이 요상한 방에서 살아나갈 방법을 써 놓을 테니 잘 활용해봐.


참고로 이거 내가 다 쓴 거 아니다. 이 사람들이 써 놓은 잡담도 있으니까 틀렸다고 나한테 뭐라 하지 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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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네가 여기 오게 된 이유를 생각해.


네가 여기에 어떻게 왔는지에 따라 탈출 방법이 완전히 달라질 거야. 그러니까 시간을 들여서라도 꼭 생각해내.

ㄴ시바 이 좇같은 상황도 이해가 안 되는데 이 종이는 뭐냐?

ㄴ위에 분은 탈출하신 건가요?

ㄴㅁㄹ? 아 이거 못 보는구나


2. 이유를 생각해냈다면, 다음 중에 하나일 거야.


2-1. 일상생활 중에 느닷없이 끌려온 경우

ㄴ나야 시발

ㄴㅋㅋㅋㅋ


제일 억울하고 또 제일 드문 경우야. 대신에 탈출 확률도 제일 높으니까 실망하지 말고.

ㄴ놀라운 건 이게 진짜라는 거임


탈출 확률은 어떻게 아냐고? 음, 사실 내 추측이야.


근데 너도 읽다 보면 이 방법이 제일 안전하다고 생각할걸.


별건 없어. 그냥 거기서 잠들면 돼.


잠들기 좀 어렵다는 게 문제지.


정 잠이 안 오면, 그냥 졸릴 때까지 막 뛰어다녀.

ㄴ이거 지랄이다 차라리 벽에 대가리 존나 박아서 기절하든가 해라

ㄴ맞아요. 방이 그렇게 크지 않아서 뛰기도 힘들어요.


어떻게든 잠이 들었으면, 다시 일어났을 때 하얀 문이 생겼을 거야.


그 문으로 나가면 돼. 나가기 전에 이 종이에 쓸 말 있으면 쓰고, 쓸데없는 말은 쓰지 말고.

ㄴ일단 난 이 문으로 나가본다 시발 설마 더 좇같은 곳은 아니겠지

ㄴ탈출한 거임? 후기라도 써놓지


2-2. 괴담이나 공포영화 같은 거 보다가 끌려온 경우

ㄴ비슷한 경우긴 한데...

ㄴ디시하다 끌려간 썰 푼다


위의 경우보다는 조금 위험해. 그것들은 아마 너를 자진해서 들어온 경우라고 착각할 거야.


여기부터는 조금 고통스러운 방법인데, 아마 방구석쯤에 사람 머리만 한 선풍기가 있을 거야.


미풍 약풍 강풍 버튼 있을 건데, 약풍으로 틀어놓고 아무 손가락이나 집어넣어.

ㄴ뭐요 시발?


꼭 약풍이어야 된다. 깔끔하게 잘려야 내가 붙여.

ㄴ제가 잘못 본 거 아니죠?

ㄴ네 아닙니다 난 좇됐어요


그러고 나면 아마 네 방에서 깨어날 거야.


앞으로 웬만하면 괴담이나 공포영화 같은 거 멀리하고.

ㄴ어림도 없지ㅋㅋㅋㅋ 념글각이다


2-3. 흉가, 귀신의 집, 자살 명소 같은 음험하고 위험한 곳에서 끌려온 경우

ㄴ저네요.


이 경우는 앞선 경우들보다 훨씬 위험해. 그것들은 이미 너를 표적으로 삼은 상태야.

ㄴ현우야 내가 오기 싫다고 했잖아 시발

ㄴ? 님 이름 뭐임?

ㄴ시발 이 좇같은 거 왜 쌍방향 소통이 안 돼


침착하고 내가 쓴 대로만 행동해. 방에 커다란 옷장 보이지?


그중에 가운데 칸을 열고 들어가. 왼쪽이나 오른쪽은 이미 가득 차 있을 거야.


들어가서 문을 닫고 숨을 참아. 이때 절대로 눈을 뜨면 안돼.


잘 버틸 자신이 없으면 이 종이를 구겨서 목에 처넣든지 해. 무슨 방법을 써서든 네가 사망하기 직전까지 숨을 참아야 해.

ㄴ유현우 개새끼 나가기만 해봐.

ㄴ유리야 미안해 내가 잘못했어


그러면 그다음부터는 내가 알아서 할게. 더 알려고 하지 마. 그냥 나를 믿어.

ㄴ시발련아 믿기는 지랄 유리한테 뭔짓거릴 한거야


평생 숨쉬기가 어려울 수도 있지만 그게 죽는 것보다는 낫잖아?

이 좇같은 방 다 부숴버릴거야 시발련아


2-4. 생각이 안 나?


내가 갈게. 기다려.


3. 물건을 부수지 마.


그러는 사람은 없을 거라 생각하지만 이 방에는 어떠한 손상도 가해져선 안 돼.


그것들은 너한테만 화풀이하는 게 아니라 그다음 사람에게도 화풀이를 할 거야.


안타깝게도, 그 경우는 내가 구해주기 어렵겠다.


4. 끝이야, 행운을 빌어.


참고로 너는 여기에 온 [4]번째 사람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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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4번째...?"


나는 이 종이에 쓰여 있던 낙서들을 떠올리며


내가 4번째라는 사실을 다시 깨달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