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ll of the void란 말이 있다. 정식 명칭까지는 아니고(애초에 이게 정확한 표기인지도 나는 모른다), 현 상황과 관계없이 갑작스럽게 드는 충동을 가리키는 말이다.


이게 실제 증명되고 연구된 현상인지는 모른다. 그냥 미친듯이 검색한 끝에 알아낸 말이다. 알고 나서는 다소 안심했다. 나 혼자만 겪은 게 아니었구나 싶어서.


그리고 경악했다. 나 혼자만 겪은 게 아니었구나 싶어서.


"저, 저 사람 지금 뭐 하는 거야?"


"위험해요! 당장 내려와요!"


주택가 골목에서 사람들이 모였다. 그들의 시선과 고개는 꺾일 듯이 위를 쳐다보고 있었다. 그들을 따라 고개를 돌리니 전봇대 전깃줄 위에 아슬아슬하게 줄타기를 하는 어떤 남자가 보였다.


"어떡해, 누구 담요나 보자기 같은 거 없어요? 가져올 사람?"


"신고한 사람 있습니까? 누가 119에 신고해줘요!"


시키고 부탁하기만 할 뿐인 태도는 둘째 치고, 나는 전깃줄을 아슬아슬하게 타고 있는 남자가 더 신경 쓰였다. 거의 신들린 듯 넘어질락말락, 고꾸라질락말락하며 관객들의 마음을 졸이는 게 어디 기인이 몰래카메라라도 하는 게 아닌가 싶었다.


아.


"꺄아악!!!"


"미, 미친 거 아니야?"


"신고! 누구 정말 신고한 사람 없습니까?"


뛰어내렸다. 그것도 정확히 사람들이 없는 곳을 향해, 되도록 머리로 떨어졌을 때 단번에 죽을 수 있는 곳으로.


사람들은 눈치채지 못했겠지만, 계속 남자에게 집중하고 있던 나는 알 수 있었다. 그는 두려워하고 있었고, 동시에 물색하고 있었다.


떨어질 장소를 찾은 게 분명했다. 그리고 그는 떨어졌다. 아스팔트 바닥에 떨어져서 그런지 소리는 크게 나지 않았다. 비명에 묻힌 게 더 크겠지만.


얼마 안 가 삐용삐용 소리와 함께 경찰차가 먼저 도착하고, 그 다음 구급차가 도착했다. 사람들은 순식간에 흩어졌다.


나도 괜히 경찰에게 붙잡혀 귀찮아지기 전에 집으로 돌아왔다.


집으로 돌아오고 한동안 전봇대, 줄타기 같은 것만 검색해서 언제 기사가 나거나 이슈가 될지 가늠해봤다. 정확히 1시간 22분만이었다.


영상은 순식간에, 폭발적으로 공유돼서 퍼졌다가 20분 만에 혐오 콘텐츠 경고를 받고 원본 영상이 내려갔다. 그리고 12분 만에 다시 새롭게 올라오고, 양산되고, 공유되고.......


기사가 나는 건 순식간이었다. 이만한 엽기도 흔치 않았다.


전봇대 줄타기남. 그의 정체는 무엇이었을까? 아니, 사실 정체는 생각보다 별것 아닐 것이다. 평범한 직장인, 아니면 취업준비생, 자영업자, 뭐 그런 것이겠지.


어떻게 전봇대에 올라 줄을 타게 됐는지도 별로 중요한 건 아니다. 근처 CCTV를 조회하면 엽기적인 행각이 나올 것이다.


주위에 담벼락도 많고 옥상 문이 열린 빌라가 한가득이니 아래에서 올라온 게 아니라 위에서부터 떨어져 중간에 매달렸다고 해도 불가능할 건 아니었다.


who도, how도 중요하지 않다. 진짜 파고들 건 why. 그가 왜 전봇대에 올라 전깃줄에서 줄타기를 했는지, 그 끝에 사람들이 없는 곳을 정확히 피해 떨어졌는지.


엽기적인 행각에 '왜'를 따지는 것이야말로 who나 how보다 더 무의미한 것 같지만, 나는 오히려 그렇기에 더 직감했다.


그 남자도 분명 목소리를 들은 것이라고.


목소리는 아주 은밀하고 조용하게, 그리고 달콤하게 다가온다. 눈치채지 못한 속삭임이다. 마치 한눈 팔다 앞을 봤을 때 들이닥친 무신경한 보행자처럼, 무심결에 어깨를 부딪치고 마는 것이다.


나는 잠시 큰방을 쳐다봤다. 거실에서 보이는 굳게 닫힌 문. 아직 열면 안 되는 걸 안다. 하지만 언제까지고 숨길 수는 없다.


나는 한숨을 푹 내쉬었다. 그 남자는 죽는 게 나을 것이다. 목이 꺾인 채 살아봤자 전봇대 줄타기남으로 알려질 뿐, 병원비는 물론이고 엽기적인 행각으로 죽여버린 사회적 위신을 생각하면 더더욱.


어쩌면 그게 자비일지도 모른다는 생각마저 들었다. 충동은 언제 해소될지 아무도 모른다. 특히 그것이 자의에서 비롯된 게 아니라면 더더욱.


아, 애초에 충동에 자의니 타의니 떠드는 게 우습긴 하다. 언제 충동이 자의였던가? 충동은 변덕이고 심술이다. 본심과 진심과 거리가 멀다. 이성과 합리에 정면으로 배격되는 것이고, 인간의 불완전함을 온전히 드러내는 것이다.


충동에 빠진 순간에도 이성은 온전히 살아있으며, 충동을 행하는 자신도 이전의 나와 비교했을 때 완전히 뒤바뀐 인격 같은 게 아니다. 나의 고유성과 연속성은 한낱 충동 따위로 흔들리는 게 아니다.


그건 다시 말해 충동도 결국 나의 일부라는 뜻이다. 하지만 그게? 정말로?


나는 다시 큰방을 쳐다봤다. 굳게 닫힌 문은 잠겨 있지 않다. 언제라도 열 수 있다.


나는 과연 저 방문을 연다는 충동에 휩싸일 수 있을까?


아마 그럴 것이다. 언젠가, 갑작스럽게, 뜬금없이 큰방의 문을 열고 싶단 충동에 휩싸일 것이다. 그리고 무심결에 열 것이며, 그간 닫아두고자 했던 나의 과거를 매몰차게 배신한 결과를 쓰라리게 받아들일 것이다.


물론, 내가 열지 않을 수도 있다. 어쩌면 충동으로 열기 전에 내가 스스로 열 수도 있겠고.


목소리는 그때 이후로 들리지 않는다. 목소리가 다시 들린다면 묻고 싶다. 대체 왜? 왜 하필 그런 충동이어야 했을까?


왜 그 남자는 전봇대에 올라 줄타기를 했어야 했나. 왜 사람들이 없는 곳을 찾아 일부러 머리부터 떨어져야 했을까.


하지만 충동은 나의 일부다.


나는 이유를 안다.


그 남자도 이유를 알 것이다.


다만 그 이유란 게 지나치게 하찮고, 지나치게 약소하고, 지나치게 비약했을 뿐이다.


충동이란 본디 그런 것이다. 급작스럽게 일어나는 마음의 교통사고다. 이성을 치여 죽이고, 감정을 마비시킨다.


그리고 그 끝에 남는 건,


쿵, 쿵, 쿵, 쿵.


"경찰입니다! 신고 받고 왔습니다! 안에 계십니까! 문 좀 열어보시죠!"


극심한 폐허와 공허함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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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 시리즈로 오랜만에 씀. 상상해서 무서워지기 시리즈로 쓰려다가 이 소재로는 쵸큼 힘들어서 그냥 썼어.


읽어줘서 꺼마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