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작하기 전에, 이건 괴담이 아니라 그냥 괴담을 읽고서 내 심리상태에 대한 이야기야. 말이 많아서 좀 길어질수도 있어.

제일 먼저 나는 가위 눌리거나 귀신 보거나 하는 심령현상은 한번도 겪어본적 없는 것 같아. 부모님이랑 언니도 딱히 겪어본적 없어. 그만큼 나는 심령현상이랑 거리가 먼 것 같아.
근데 겁은 엄청 많아. 방 불 끄고 누워있으면 어둠 속에 뭐가 있을까봐 무섭고, 혼자 계단 올라갈때면 갑자기 뭐가 튀어나올까봐 계단도 엄청 무서워 할 정도로 겁이 많아. 공포 관련된것도 당연히 안좋아하지.

근데 나는 가끔 뭔가에 팍 꽂힐때가 있단 말이야. 보통 며칠에서 몇주면 흥미 없어지는데, 그게 소설, 영화,게임이 되기도 했고, 괴담이 된 적도 있어. 그리고 요즘은 괴담에 꽂혀서 엄청 찾아보고 있어. 특히 나폴리탄. 보면서도 무서워 죽겠는데 계속 찾아보는거지.

요즘들어 괴담에 꽂히면서 되게 힘들었어. 며칠동안 계속 불안했었지. 요즘 상황 몇 개만 얘기해 보자면
우선 일요일 밤부터 월요일 새벽까지 잠을 제대로 못 잤어. 일요일 밤에 폰으로 괴담을 찾아보는데 방에 불 꺼져있으니까 무서운거야. 그래서 이불 덮어썼는데 귀신이나 괴물이 이불 밖에서 날 바라보고 있는걸까봐 무서워서 다시 이불 걷어냈어.


그런데 이불을 걷으니까 어둠 속에 뭐가 있을까봐 무섭더라...그런데 불을 켜자니 어둠 속에 있을지도 모르는 무언가가 불 키면 보일까봐 무서웠어. 일단 그 상태로 괴담 열심히 읽는데, 어떤 괴담에서 귀신 부르는 생각? 그런 얘기가 나오는거야.(무슨 생각인지는 말 안할래. 누가 이거 읽고 그 생각 하다가 귀신 마주치면 어떡해...) 그걸 보고 나니까 눈을 못 감겠더라고. 눈 감으면 무의식중에 그 생각이 떠올라서 귀신 나올까봐 그 생각이 아니라 다른거에 집중을 하고 있어야됐어.

새벽 4시 반까지 그렇게 덜덜 떨다가 좀 재밌는 분위기인 유튜브 영상 좀 듣고서야 5시에 겨우 잠들었어. 거실에 가서 잘까 했는데 거실까지 가는 그 짧은 거리에 뭐가 있을까봐도 무서웠어.
그리고 오늘은 아까 화장실 간다음 볼일 다 보고 나오려는데 갑자기 거울에서 뭐가 날 끌고가면 어떡하지 싶은거야. 그래서 몸 덜덜 떨면서 화장실에서 뛰쳐나왔어.

내가 괴담에 꽂힌게 이번이 처음은 아니야. 전에도 몇 번 있었는데 그때 1주 조금 넘게 그러면서 내 상태가 진짜 안좋았던 것 같아. 심리적으로 엄청 불안했으니까. 그 시기에 있던 일들도 좀 말해볼게.
아빠한테 들은 얘기인데 내가 한밤중에 갑자기 현관에 주저앉아서 신발장을 뒤지더래. 그래서 뭐하냐고 물어봤는데 내가 아무 대답 없이 내 방으로 들어가서 잤대. 근데 난 기억이 없어.
그리고 그때 환각도 경험했었어. 그때도 누워서 불 끄고 괴담 읽는데 갑자기 누가 발목을 잡아당기는 느낌이 들었어. 근데 이걸 환각이라고 생각하는 이유가 괴담 읽으면서 귀신이 내 발목 잡아당기면 어떡하지 하는 걱정을 막 하고 있었고, 그렇게 걱정하니까 그런 느낌이 들었던 것 같아.
그리고 언제는 해 지고 나서 집 가고 있는데 나 살고있는 아파트 단지 안에서 걷고 있었거든. 그때 단지 어딘가에 귀신같은 어떤 흐릿한 형체가 보였어. 근데 눈 감았다 뜨니까 사라졌더라. 이것도 내 착각이라고 생각해. 그때 한창 괴담때문에 불안할때니까. 착각이면 좋겠어.

그리고 요즘에도 날이 갈수록 심리적으로 힘들어지는 것 같아. 위에서 말한 화장실 얘기도 있고, 오늘 엄마가 감자탕 해줘서 감자탕 먹었거든. 내가 맵찔이라 엄마가 국물 안맵게 해줘서 국물은 분명 주황색인데 순간적으로 국물이 새빨갛게 보였어. 매운 국물같은 그런 느낌이 아니라 진짜 피처럼 보이는 그런 빨간색이었어. 그래서 감자탕도 많이 못 먹겠더라.
전에 아는 언니 통해서 그 언니 아는 무당분한테 신점 보러 갔던 적이 있었어. 근데 오늘은 너무 무서우니까 그 언니한테 연락해서 혹시 그 무당분 나한테 귀신 붙었는지도 봐주시냐고 물어봤었어. 진짜 진심이었음... 그 언니는 그냥 내가 겁이 많은거라고 했지만 난 진짜로 무서워.

등교 시간이 1시간이라 버스에서 내내 괴담 읽고, 강의실에서도 시간만 나면 읽고, 집에 와서도, 자기 전에도 괴담 읽고 있어. 근데 옆에 사람이 많으면 별로 안무섭고 으스스하다가, 어두워지고 옆에 사람도 없으면 낮에 봤던 괴담까지 한번에 무서워지더라.

물론 이게 괴담을 안 보면 해결될 문제인 것 같긴 한데, 괴담을 계속 보게 돼. 내가 또 겁이 많으니까 이게 뭐에 홀려서 이렇게까지 시도때도 없이 보는건가 생각이 들기도 해.ㅋㅎㅎ... 근데 괴담을 보더라도 가장 큰 문제는 과몰입이겠지.

저번주는 공강 생겨서 다음 수업까지 1시간동안 강의실에서 괴담 봤는데 나중 가니까 뭐가 괴담이었고 뭐가 현실이었는지 잠깐 햇갈리기도 했어. 지금 내가 있는 현실이, 내 팔이 닿아있는 책상이, 내 발이 닿아있는 바닥이 꼭 나폴리탄 세계관이 된 듯한 느낌이었어.

지금도 괴담을 너무 많이 읽어버려서 방에 불을 못 끄겠어 잠들 수 있을지도 모르겠어 그 귀신 부른다는 생각이 계속 떠오르려고 해. 불을 안꺼도 무서운데 불을 끄면 얼마나 더 무서울까.

침대 옆에 소금이라도 뿌리고 자고 싶은데 강아지가 다 핥아먹을까봐 뿌리지도 못하고 있어.

나폴리탄이나 매뉴얼이 진짜 무서운 것 같아. 상상력을 자극하니까 각자의 상상 속에서 각자의 공포를 떠올리잖아. 내가 그 세계관에 들어갈까봐 걱정되는것도 있어. 이래서 백룸도 엄청 무서워 했는데...

얘기하다가는 끝도 없을 것 같아서 여기까지만 얘기할게. 그냥 너무 무서워서 주절주절 푸념 늘어놓듯이 글 쓰는건데 혹시 여기까지 읽어줬다면 정말 고마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