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 지금 네 발밑에 굴러다니는 그거 말이야. 걸리적거려서 문이 안 열리잖아. 눈알만 굴리지 말고 얼른 움직여. 그만 좀 떨어. 계속 여기 갇혀 있고 싶냐? 그냥 적당히 구석에 던져두면 돼. 다시 살아나지는 않을 거니까 걱정하지 마. 걔넨 그런 거 못 해.
걔 목에 걸려있는... 뭐랬더라, 암튼 네모난 목걸이 챙겨두고. 그거 없으면 못 나가니까 절대 잃어버리지 마라. 오른손 엄지손가락도 잘라서 챙겨. 아니, 반대쪽. 어, 그거. 짧고 통통한 게 엄지손가락이야. 우리랑 다르게 생겨서 거부감 들 순 있는데 비위 상해도 해야 해. 그래야 나갈 수 있어.
여기 너만 있는 건 아니니까 조심하고. 대부분 너한테 관심 없을 건데 혹시라도 살아있는 ■■이랑 마주치면 먼저 달려들어서 목부터 꺾어버려. 그러면 못 움직이더라. 처음이 어렵지, 몇 번 하다 보면 익숙해질 거야. 일단 살고 봐야지 어쩌겠어.
어느 쪽으로 꺾으면 되냐고? 왼손 오른손 구분도 못 했으면서 그런 건 왜 물어보냐? 편한 대로 해.
벽에 뚫려있는 구멍은 별거 아니니까 신경 쓰지 마. 뭐? 괴물이라도 튀어나올 것 같이 생겼다고? 하하, 농담할 시간 없어. 우선 앞에 있는 문부터 열고 나가. 네가 제일 늦게 나왔어. 걔네가 널 찾기 전에 빨리 움직여야 해.
그나저나 뭐가 그렇게 무서워서 웅크리고 덜덜 떨었던 거야? 뭘 맞은 것 같았다고? 으이그, 괜찮아. 아무도 널 해치지 못해. 내가 시키는 대로만 하면 되니까 그만 울고. 그렇게 마음이 여려서 밥 벌어 먹고살겠냐.
일단 막다른 길 나올 때까지 앞으로만 가. 이상한 냄새? 토할 것 같다고? 혹시 ■■ 피 냄새 처음 맡아보냐? 어휴, 그래. 너보다 먼저 나간 놈들이 과하게 하긴 했나 보네. 그래도 그 덕에 편하게 갈 수 있는 거야 인마. 역해도 조금만 참아. 너 걷는 속도 보니까 금방 나갈 수 있겠다.
거 봐. 벌써 다 왔네. 지금 엄지손가락 들고 있는 손 들어봐. 응, 이제 그쪽으로 꺾어지면 크기는 네 손바닥만 한데 하얗고 네모난 게 벽에 붙어있을 거거든? 아까 챙기라고 했던 목걸이 거기 갖다 대면 녹색 불 들어오면서 문 열릴 거야. 녹색이 무슨 색인지 잘 기억하고 열린 방으로 들어가.
방 안에 있는 모니터 중에 내가 있는 방 비추고 있는 것도 있을 건데 보이냐? 지금 손 흔들고 있어. 아, 넌 손 안 흔들어도 돼. 지금 중요한 건 그게 아니야. 난 여전히 여기 갇혀 있다는 게 중요한 거지. 보이지? 내 앞에 있는 철문 존나 단단하게 잠겨 있는 거.
너보다 먼저 탈출한 빡대가리들은 내 말 하나도 안 듣고 다 부수고 나가버렸어. 들었는데 무시한 건가? 어쨌든 내 말대로 움직여 줘서 고맙다.
사실 그 목걸이랑 손가락 없이도 여기서 나갈 수 있어. 거짓말해서 미안한데 내가 너 움직일 수 있게 도와줬으니까 너도 나 딱 한 번만 도와주라. 엄청 간단한 거야. 엄지손가락 앞부분으로 나 비추고 있는 모니터 바로 아래에 녹색... 잠깐만, 없네?
그럴 리가 없는데? 있어야 되는데? 하... 좇같네 진짜. 이 새끼들이 잠금 체계 갈아엎었나 보다. 아니야. 너한테 욕한 거 아니야. 너는 잘했는데, 후... 잠시만.
어휴. 모르겠다. 난 좀 더 상황 지켜보다가 움직일 수 있게 되면 탈출할게. 혹시 모르지. 누가 더 와줄 수도 있고. 일단 넌 내보내 줄게. 처음에 문 열고 나왔던 방으로 돌아가. 왜냐고? 아, 이것도 속여서 미안하다. 가보면 알아.
야. 뒤는 돌아보지 말고 계속 가. 네 담력 수준에 봐서 좋을 거 없어. 뭐 질질 끌리는 소리 들리지? 너한테 해코지하러 오는 건 아니고 너랑 가는 길이 같은 것 뿐이야. 저놈이 제일 먼저 나갔는데 이제 다 놀았나 보다.
아까 봤던 그 구멍으로 들어가야 하는데 괜찮지? 그냥 눈 딱 감고 들어가. 외길이라 길 잃을 걱정 안 해도 되는데 혹시나 뭔가 이상한 느낌 들면 눈 바로 떠라? 너 눈 감는 동안엔 나도 못 보거든.
아이고. 괜찮냐? 헛구역질하는 건 또 처음 보네. 피 냄새가 진동을 하지? 그럼 거의 다 온 거야. 잘했어. 로비만 지나면 출입구 있으니까 거기로 나가면 돼. 목걸이랑 손가락 아직도 들고 있네. 이제 쓸모없으니까 대충 아무 데나 버리고.
야, 밖에 나가서도 잘 지내라. 등신같이 또 잡혀 오지 말고. 요즘엔 거처 하나씩 잡아 놓고 지내면 안전하대. 적당히 입에 풀칠은 하면서 살 수 있다더라.
나? 나는 같이 못 가. 아까 봤잖아. 난 너보다 더 깊은 곳에 갇혀 있고 빠져나갈 수단도 아직 못 찾았어. 이 건물 벗어나면 그때부터는 내 목소리 안 들릴 거니까 당황하지 말고. 아 또 울려고 그러네. 아까도 말했듯이 아무도 널 해치지 못해. 여기만 벗어나면 어디든 자유롭게 갈 수 있어. 잘 가. 기회 되면 또 보자. 덕분에 오랜만에 바깥 풍경 볼 수 있어서 좋았다. 고마워.
얼핏 보면 병원 같기도 한 건물의 출입구 차양 아래에 잠시 멈춰 섰던 무언가의 형상이 미끄러지듯 그림자에서 벗어났다.
한 손엔 누구 것인지 모를 손가락 하나를 꼭 쥐고, 다른 손엔 ++ 연구소 사원증을 들고, 또 다른 손으론 연신 눈가를 비비며 한 뼘도 안 되어 보일 정도로 짧고 다닥다닥 붙어있는 다리를 부지런히 움직였다.
그 뒤로 남겨진 건물 내부에는 하얀 가운을 입은 ■■들이 기괴하게 팔다리가 꺾이거나 뜯겨나가 온전치 못한 상태로 널브러져 있었다. 조금의 움직임도 느껴지지 않는 가운데 피비린내만이 감돌았다.
정체 모를 것이 먼 어둠 속으로 자취를 감춘 후에야 도착한 무장 상태의 ■■들이 경계 태세를 갖추고 건물 안으로 진입했다.
"++ 연구소 진입 직후 연구원 대다수의 사망 확인. 입구에 밀집된 것으로 보아 탈출을 시도했으나 모종의 이유로 실패한 것으로 보임."
"단 한 명의 연구원도 빠져나가지 못한 것으로 추정되나, 비정상적으로 크거나 작은 발자국들이 건물 밖으로 이어져 있는 것을 확인. 별도의 조사가 필요해 보임."
잘썻다 - dc App
아니 씹ㅋㅋ 호구같은 괴이괴이게이한테 어그로 다쏠렸노
왤케커여움..
와 울기도 하고 감정적이길래 완전 속았네 괴이게이 커엽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