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 대학교를 졸업하고, 한국을 떠나본 적 없는 평범하게 30살이 된 김지훈은 집과 회사를 반복하는 무료한 일상을 보내고 있었다.
어느 날 저녁, 김지훈은 평소 퇴근 길에는 볼 수 없던 작은 카페를 하나 발견하게 된다.
"신장개업이라도 한 건가?"
'희미한 추억의 카페'라는 이름의 카페는 무료한 일상에 지친 자신에게 색다른 활기를 불어넣어줄 것 같은 기분이들었다.
김지훈은 호기심을 안고 카페 안으로 들어갔다.
카페 안은 손님이 없어서 인지 묘하게 차가웠으며, 공기 중에는 불쾌한 향이 느껴졌다.
"콜록...아직 공사가 덜 끝났나보네."
김지훈은 마른 기침을 하고는 눈 앞에 보이는 자리에 앉았다.
"주문...하시겠습니까? 오늘의 커피..."
자리에 앉자마자 김지훈의 맞은 편에 밝은 표정의 직원이 얼굴과는 반대로 기운 빠지는 목소리로 말을 걸었다.
"어...그게 제일 잘 나가나요?"
김지훈의 말에 직원은 그저 미소만 지어보였다.
김지훈은 그런 직원의 태도에 약간 위압감을 받았다.
"아...네 그걸로 주세요."
이미 자리에 앉았으니 그냥 빨리 마시고 나가야겠다는 마음으로 오늘의 커피를 주문했다.
김지훈의 말에 직원은 한결 더 밝아진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이고는 빠른 뒷걸음질로 주방으로 들어갔다.
그리고는 잠시 후 김지훈의 앞에 약한 연기가 피어오르는 커피를 놓았다.
"오늘의 커피...8월 31일 입니다..."
다시 한번 직원은 기운 빠지는 목소리로 커피를 설명했다.
"아 네 감사합니다."
김지훈은 자신의 앞에 놓아진 커피를 바라보았다.
짙은 검은 색의 커피는 흡사 사약과도 비슷해보였다.
"이걸 먹으라고 준 건가?"
김지훈은 의심스러운 눈초리로 커피를 한참 바라보다가 빨리 마시고 나가야겠다는 심정으로 간신히 첫 모금을 들이켰다.
첫 모금을 마시자, 김지훈의 주변은 어둡게 변하고는 눈 앞에 영아의 모습이 나오기 시작했다.
김지훈은 이 상황에 당황했지만 잠시 후 자신의 어머니의 젊은 모습을 보고는 그 영아가 자신이라는 것을 알아챘다.
젊은 어머니와 아버지 그리고 어린 시절의 나, 한번도 제대로 본 적 없었지만 이 기억들은 마치 김지훈 본인이 옆에서 본 것처럼 생생했다.
김지훈은 영아기를 거쳐 유아기 그리고 유치원생이 되어가는 과정을 보았고 그렇게 조금씩 자신의 과거에 빠져들게 되었다.
초등학교에서 겪은 첫 땡땡이의 추억
초등학교 졸업식에서 정든 친구와의 이별의 추억
스위스 중학교에서 한 첫 고백의 추억
첫 데이트와 탈영의 추억
여자 고등학교에 입학 후 저지른 첫 살인의 추억
필리핀 대학교에서 저지른 다섯 번째 살인의 추억
오늘 저지르고 골목 한 구석 쓰레기 더미에 대충 숨겨둔 채로 도망 온 서른 번 째 살인의 추억까지
한참을 추억 속에서 헤엄치던 김지훈은 강렬한 두통과 함께 다시 현실로 돌아왔다.
그리고는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 계산대에 지갑에서 꺼낸 몇 장의 지폐를 집어던지고는 나가려고 했다.
"손님."
직원은 어느새 김지훈의 앞에 서 있었다.
"잊으신 물건..."
직원은 두 손으로 김지훈에게 15cm 가량의 칼을 건냈다.
칼을 본 김지훈의 두통은 조금씩 잦아들기 시작했다.
김지훈은 직원의 밝은 표정을 따라 지으며 칼을 받아들고는 카페를 나섰다.
...
"근 한 달간 대한민국을 공포에 떨게했던 연쇄살인범 김모씨의 사형이 오늘 8월 31일 집행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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