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 이런. 새로운 환자분이 오셨네요. 다행히도 최근에는 재고가 많이 쌓여있던 참이라, 운이 좋으십니다. 아닌가? 

이곳으로 들어올 수 있다는 건, 조상님이든 당신이든 아무튼 어떤 새끼든 공덕이 꽤 쌓여있었단 거겠죠. 당신의 큰 홍복입니다. 이하의 몇 가지 지침만 지키신다면, 건강한 몸을 가지고 새로운 출발을 하실 수 있을 테니까요!

1. 이 지침서는 전부 읽은 뒤에 반드시 삼켜주세요! 맛은 없겠지만, 약이라는게 보통 그렇죠 뭐.

다섯 개의 항목이 있어요.

다섯 개의 항목을 지켜요.

다섯 개.

2. 저희 병원은 현재 1층만이 개방되어 있습니다. 2층이나 지하로 내려가실 일은 절대 없어요. 가지 마. 데스크의 안내원이 보이시나요? 안 보여야 할 텐데. 그분은 최근에 퇴직하셔서요. 환자분께서 스스로 1층을 돌아보며 필요한 신체를 찾으세요.

안내원분이 계시다구요? 그거 안내원 아니니까, 말 걸지 마세요. 굳이 관심만 안 주신다면 유튜브나 보면서 당신따윈 신경 쓰지 않을 겁니다.

3.  1A 병동에서는 주로 수의근으로 이루어진 신체들, 치아, 머리카락 따위의 괜찮은 것들을 찾을 수 있어요. 내장이 싱싱하지 않은 것들이죠. 당신이 찾는 것이 거기 있다면 편하실 텐데... 병실에 구비되어 있는 도구들을 가지고 적당히 신체를 잘라가시면 된답니다. 필요한 부분만요! 그리고 반드시... 반드시 하나의 개체에서 무언가를 얻어왔다면, 다른 개체들은 손대지 마세요. 과유불급이라는 말을 알고 계신지요? 두 개 이상의 자아와 싸울 필요는 없으니까요.

찾으시는 물품이 없어? 2A 병동에서는 그 이외의 것들을 다뤄. 우리 병원에서는 주로 사람의 신체를 취급하지만, 가끔 불순물이 섞여 들어와. 사람인 척 하는 녀석들도 있어서... 병실에 들어갔을 때 강한 불쾌감이 든다면, '곧 파수꾼이 옵니다. 지하로 대피하세요.'라고 나지막히 말해. 과격한 놈들은 아니라서 투덜대며 나갈 텐데... 걔들 몸에 닿지 마라. 네가 치료를 위한 소재가 되고 싶지 않다면.


아무튼, 2A 병동에서는 네가 원하는 신체 부위를 얻기 위해서는 반드시 각 병실에 있는 방법대로 필요한 것들을 채취해야 해. 가끔 병실에 간호사들이 있는데, 그 사람들이 시키는 대로 하지 마. 그냥 무시해. 걔네들은...음... 그래. 신참인데, 아직 뭘 좀 모르면서 오지랖만, 어? 아니, 뭐야? 또 누가 사고 쳤어! 아이 씨팔. 내가 2층 올라가기 전까지 2층 계단 절대 열지 마!


4. 음, 아무튼... 원하시는 물건을 찾으셨나요? 이제 지하로 내려가서


4. 오류.


4. 당신께서 들어오셨던 1층 입구의 반대편 끝에 104수술실 이라고 있습니다. 101, 102, 103수술실은 현재 공사중이기에 들어가실 수 없습니다. 누가 열어달라고 안에서 소리치며 문을 두드린다면, '곧 원장님께서 순회하러 오신대요. 침대 밑으로 숨어요.' 라고 문에 대고 말하십시오. 잠잠해질 겁니다. 


104수술실에 들어가시면 두 개의 침상이 보입니다. 입구에 가까운 쪽 침상에는 가져온 신체 부위를 두고 다른 침상에 편안한 자세로 누워주세요. 반드시 수술이 필요한 부위가 천장을 바라보도록 누워주셔야 수술에 지장이 없습니다.


눈을 감고 주무세요. 잠이 오지 않는다면, 자요. 그냥. 우리의 우수한 의료진들은 마취되어 있지 않은 환자를 수술하려 하지 않아요. 부디 당신을 재료라고 생각하지 않도록 잘 처신해주세요.


5. 수술이 끝났니? 집으로 돌아가렴. 2~3일 이내로 네 집에 영수증과 청구서가 도착할 거란다. 명심해야 할 것이 있는데, 네가 영수증과 청구서를 받았다면 우리들은 네게 다른 추가적인 연락이나 소통을 시도하지 않을 거란다. 그러니, 만일 우리 병원에서 온 어떤 신호라도 절대 응답해선 안 된단다.


청구서에 적힌 대로 계산을 치루지 않았다면 우리가 다시 널 찾겠지만. 나는 네가 그리 몰상식한 아이는 아닐 거라 믿어.




수술 후 한동안 적응을 위해 알 수 없는 통증과 정신이상이 생길 수 있습니다. 한 달 후 자연스럽게 사라집니다. 


1, 지침서를 다 읽었는데도 아직 먹지 않았나요?


저런. 다음 생에는 좀 더 착하고 똑똑한 사람으로 태어나길 바랄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