붉은 막이 오르고 무용수, 가운데에 서 있다.
검고 푸른 관객들, 냉철한 시선만을 보낸다.


조화 장미를 들고 어렸던 날의 춤을 추는 무용수,
장미가 가짜인 것을 잊은 듯이 진심을 드러내네.


장미를 잃어버린 무용수,
다리를 피고 팔을 굽히는 법을 잊은 것처럼 그는 아주 아프다.


관객들에게 절규하는 무용수,
아무리 호소한들 그들이 장미를 알 길은 없다.
당연하게도 연극이니까. 연출이니까.


붉은 노을 빛을 보며 사색에 잠기는 무용수,
오늘도 그는 장미를 맞이할 준비를 한다.
어두운 밤, 그의 가쁜 숨길만이 들려온다.


극을 끝맺고 언제 그랬냐는 듯 활짝 웃는 무용수,
박수와 눈물로 가득찬 커튼콜에 그는 만족한다.


가엾은 장미.
그녀는 매일같이 가쁜 숨길을 맞으며 서서히 말라가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