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이라는 족속들은 교활한 놈들이다.

 

낯선 곳에 끌려왔다는 불안감, 언제 자신의 목이 날아갈지 모른다는 초조함, 언제나 경각심을 갖고 주위를 둘러봐야 하는 피곤함에 찌들어 정상적인 상태가 아닌 인간들을 꾀어내기 위해서는 어떠한 짓도 마다하지 않는 놈들이라는 소리다.

 

개중에는 교묘한 연기로 인간을 기만해 속여먹는 악취미를 가진 이들도 만만찮게 존재한다.

 

예를 들어 지금 정원을 기어 다니고 있는 저 인간을 보라.

 

딱딱하게 굳어있지만 도저히 숨길 수 없는 여러 부정적인 감정을 지닌 얼굴하며, 저만치서도 들릴법한 심장소리. 굼뜬 행동과 거지꼴을 하고 있는 행색을 보면 운 나쁘게 이상 현상이 발생한 공간에 끌려 들어온 인간임이 자명하다.

 

그리고 그런 인간을 향해 다가가는 또 다른 무언가.

 

불안한 눈빛, 머뭇거리는 발걸음, 바닥의 인간과 비교해도 전혀 성해보이지 않은 복장. 역시나 인간으로 보이지만 저것은 이 정원을 마치 제 집이라도 되는 양 걸어 다니고 있다.

 

바닥의 인간이 자신의 기척을 눈치 채자 곧바로 자세를 낮춘 그것은 눈빛에 희미한 기대감을 띄며 인간에게 다가간다. 그 기대감이 자신과 같은 인간을 만났다는 동지의 기대감인지, 풍족한 식사를 기대하고 있는 손님의 기대감인지는 아무도 모른다.

 

인간과 그것은 짧은 눈짓 이후, 같이 정원을 기어서 횡단하기 시작한다.

 

둘이 함께 이동하는 거리가 길어질수록, 정원의 탈출구가 가까워질수록 그것의 눈이 번들거린다. 이는 인간도 마찬가지다.

 

이윽고 둘이 정원의 탈출구 앞에 다다랐을 때, 그것의 얼굴이 돌변한다.

 

눈동자는 가늘고 길게 찢어지고, 턱이 빠져 거대한 아가리가 돌출되고, 입술 사이에 숨겨놓던 날카롭고 촘촘한 이빨이 모습을 드러낸다.

 

방금 전의 모습이 조금 불쾌함이 느껴지는 인간이었다면, 지금은 인간의 거죽을 뒤집어 쓴 괴이, 그 자체였다.

 

짐승의 그것과도 같은 손톱으로 눈앞의 인간을 찢어발기기 직전, 인간의 고개가 180도 돌아간다. 괴이와 같은 얼굴을 한 인간이 아가리를 벌리고 달려든다.

 

 

“………?”

 

 

“………?”

 

 

손톱과 이빨을 서로에게 겨누고, 상황을 이해하지 못해 한참을 그렇게 가만히 있던 둘은 너나 할 것 없이 동시에 일어나 뻘쭘하게 옷에 묻은 흙을 털었다.

 

 

“그… 연기를 정말 잘하시네요. 제가 이 짓으로 먹고 살면서 이런 적이 한 번도 없었는데, 그만 깜빡 속아 넘어갔지 뭐에요. 하하…”

 

 

“아, 네…”

 

 

“………”

 

 

괴이의 세상에서 같은 인간마저 속일 정도로 교묘한 재능을 가진다는 것은, 때때로 이런 뻘쭘한 상황을 만들어내기도 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