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소리 이상하지 않지? 충분히 공손했지?
최대한 침착하고자 하는 마음은 부질없이 다리는 인터폰을 쥐고 대화하는 그 짧은 시간동안 사시나무처럼 떨렸다.
인터폰 화면을 가리려고 붙여놓은 포스트 잇이 그 꼴을 비웃듯이 흔들렸다.

씨발, 월세 15만원 집에 살기 너무 힘들다.
윗층 층간소음에 대해선 이미 귀에 딱지가 앉을 정도로 경고를 들었다.
그래서 그냥 심한 날엔 집을 나가서 친구를 만나든가, 귀마개를 사서 틀어막고 자든가 했지만, 회사에서 이틀간 철야하고 내일 또 출근해야 하는데 이지랄은 정말 참을 수가 없었다.

집에 있는 거울은 어차피 화장실 거울밖에 없어서 바로 가릴 수 있게 옆에 달력을 하나 던져놓고, 소금도 미리 챙긴 후 인터폰을 들었다.
제발 쉬운 거 걸려라. 나 자야 돼. 자고 싶어. 제발...
그리고 운좋게도 전화를 받은 건 젊은 여자였다.
뒤에서 꺅꺅거리는 애새끼 소리...아, 살았다.

"철이 어머님, 제가 오늘 너무 피곤해서... 잠을 못 자겠는데... 조금만 조용히 좀 해 주실래요?"
"어머...어떡해...죄송합니다. 네 조용히 시킬게요."
사람인지 아닌지도 헷갈리는 주제에 공손하기는...
이걸로 됐다. 잘 수 있다. 귀신에게 죽나 수면부족으로 죽나... 별별 생각이 다 들며 나는 인터폰을 내려놓으려 했다.
"너무 죄송합니다... 지금 아이 데리고 내려가서 다시 한번 죄송하다고 말씀 드릴게요."
네?
무슨?
지금 뭐라고?
"아 아니 하지 마ㅅ...안 그러셔도 되구요, 저, 저, 저 이제 자려고 하니까..."
"잠시만요."
"잠깐!잠깐만요!!"
이  씨발, 뭐야? 내가 뭘 잘못했지? 왜? 왜 내려오고 지랄이야? 뭐야? 뭐지?
등 뒤에 식은땀이 비오듯 흐른다. 나는 베란다와 현관을 번갈아 보며 어쩔 줄 모르고 주저앉았다.
딩동-
초인종이 울리는 소리가 났다.
"안녕하세요, 윗층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