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장은 집어치우라고? 아니, 꼭 이번 달에 고기를 먹어야겠어요? 채식 나치들의 집중단속 기간인 것도 잘 알면서 이렇게까지 하는 이유가 뭡니까. 우리도 많이 위험한 걸 알면서.

네. 사실 알빠 아니죠. 전화 끊지 마시고 식당 구석에서 조용히 통화하세요. 지금부터 지켜야 할 간단한 수칙 몇 개만 설명할거니 잘 듣고 전부 다 따라야 해요. 알겠죠?


1. 우리 업체는 그렇게 별일은 안 해요. 전면은 정상식, 그러니까 채식 전문점으로 위장하고 있긴 하지만 사람 욕망이라는 게 하지 말라고 하면 더 하고 싶잖아요? 뒷세계에선 타국에서 몰래 고기를 밀수입하고 있죠.

그냥 평범한 정육점처럼 보일 수 있겠지만 그럼에도 좆밥으로 보는건 많이 비추천해요. 걸리면 강제 교화형인 동네에서 이런 짓을 하려면 어지간한 능력으론 안된다고요.
한탕 하려고 밀고라도 하는 날에는 차가운 콘크리트에서 영원히 살아가게 될 거에요. 우린 그럴만한 능력이 있는 사람들이니까 절대 허튼수작 부리지 마세요.


2. 우리 업체에서는 오로지 돼지고기, 닭고기 단 두 종의 고기만을 판매해요. 소고기나 양고기 같은 고급 고기들은 채식 나치들의 단속이 심해 도저히 가져올 수가 없으니까요.

네? 팜플랫에 소고기가 적혀있어요? 그냥 무시하세요. 당신이 찾는 고기가 아니니까. 상상하는 것만큼 무시무시한 고기인 건 아니지만 히말라야 왕바람 도마뱀 고기같은 걸 금값에 먹고 싶지는 않잖아요?


3. 배송까지 걸리는 시간은 무작위에요. 육식이 합법화된 몇몇 국가들을 거쳐오는지라 세계 일주는 기본입니다. 최소한 일주일은 잡고 기다리는 걸 추천해요.

그렇게 오래 기다리다 썩으면 어떡하냐고요? 걱정마세요. 나중에 계약서를 찬찬히 확인하면 알겠지만 고기의 변형 및 손실은 일체 환불이 불가능합니다.
어쩌겠어요. 환불하려다 적발되면 우리 전부 좆되는건데. 다 목숨 걸고 하는겁니다.


3. 주문한 고기가 배송될 때까지 비정상식 검열 위원회의 단속을 더 조심하세요. 다시 한번 말하는 거지만 이번 달이 집중단속 기간인 거 아시죠? 일주일이면 3번까지도 찾아올 수 있어요.

그렇다고 너무 걱정할 건 없어요. 당신도 알겠지만, 그녀석들 육식 관련된 일 말고는 나름 친절하고 똑똑하니까요. 확실한 증거가 없는 이상 당신을 구속시키거나 강제 교화형에 처하진 않을 거에요.

정 안 되겠으면 돈이라도 꽂아 넣어 주세요. 그래도 검열 위원회 말단 녀석들은 신념이라고는 없는 경우가 많아요.


4. 아, 이건 3번이랑 다르게 정말 위험한 거에요. 초록색 약물 같은걸 든 사람들이 문 앞에 기다리고 있다면 이미 다 알고 찾아온거니까요. 그냥 바로 죽거나 차라리 정중하게 집 문을 여는 걸 추천드려요. 기절하고 강제로 끌려가는 것보단 낫잖아요.

초록색 약물이죠? 뭐, 당신한테 교화용으로 조금 주입하긴 할 건데 별건 아니에요. 어찌 보면 광합성을 할 줄 아는 신인류의 탄생 아니겠어요. 좋은 게 좋은거지.


5. 배송 완료 같은 문자들은 전부 무시하세요. 애초에 어둠의 경로로 오는 데다 수령인의 이름도 가명이라 문자가 우리한테 오면 왔지 당신한테 올 일은 없어요.

연락처 차단하고 채식 나치들에게 충성심을 입증할 만한 활동을 하세요. 냉장고에 있는 상추라도 개걸스럽게 먹는 것도 방법이겠네요.


6. 포장된 택배가 오더라도 다 끝난 건 아니에요. 택배를 받는 것까진 괜찮지만, 개봉할때는 적혀있는 배송물을 잘 확인하고 개봉하세요.

정상식, 전자제품 등의 제품이 적혀있다면 상관없지만 만약 고기, 육류라 적혀있다면 즉시 국가 정상식 진흥 위원회에 연락해 최대한 역겹다는 듯이, 가증스러운 것을 봤다는 듯이 택배를 신고하세요. 택배를 가져온 불쌍한 택배기사는 당신이 죽인 거니까 평생 속죄하라고요.


7. 혹시나 해서 말하는 건데, 육식이라는 단어 사용하면 절대 안 되는 거 알죠? 비정상식이라고 바꿔서 말하면 괜찮겠지만 그 단어만큼은 분위기에 타서 당신 친구들이랑 있을 때도 사용하면 안 돼요.

아직 당신은 경험이 없어서 모르겠지만 그 단어를 내뱉는 날에는 며칠 동안 제발 죽여달라고 애원하게 될거에요. 불쌍한 조던. 그 녀석이 조금만 더 똑똑했다면 좋았을 텐데.


8. 나갈 때 계약서에 주소랑 인적 사항 적는 거 잊지 마세요. 카운터에 놓여있는 종을 두 번 치면 당신을 접객하기 위한 직원이 나올 거에요.

그런데 가끔 우리가 육성한 직원들이 아니라 다른 사람들이 나온다는 이야기가 있더군요. 별일은 아니니 상황에 맞춰 행동하면 됩니다.

앞치마를 입은 여자 직원이 하나 나올 건데, 행동을 유심히 관찰하세요. 똑부러지고 일을 잘하는 사람이라면 아쉽게도 우리 직원이 아닙니다. 방울토마토와 사과 2개를 주문하고 기다리면 우리 직원이 죄송하다 사과하며 당신을 부를거에요.

이게 똑부러지는건지 아닌 건지 헷갈린다면 볼펜같은 걸 떨어트리고 주워달라 해보는 것도 방법이겠네요. 허둥지둥거리고 좀 어벙하게 행동하면 우리 직원이에요. 덜렁거리는 성격이지만 이 분야에선 프로랍니다.

9. 고기 냄새 조심하세요. 당연한 거라 짧게 줄일게요.



지켜야 할 수칙은 여기까지에요. 목숨 간수 잘하고, 맛있는 식사 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