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갑다 신입아
현장을 뛰고 살아서 온 베테랑이자
직장선배로서 충고하나 한다.
수칙서 너무 믿지 마라
“목숨을 살려주는데 믿지 않다니 병신인가?”
라는 생각인 든다면 내 말을 좀 들어봐라
니가 현장에 뛰게 되면 작업해야하는
현상이 10개가 넘어가는데
외울 시간도 안 주고 작업에 넣어버려서
외우고 싶어도 못 외운다.
그리고 수칙서 자체도 개 같은 점이 많은데
수칙이 20개씩 넘어가는 건 기본이요
그 수칙마다 세부사항은 5개 많으면 10개가 넘어가고
막상 필요하면 오염돼서 읽지도 못 하는 데다
갑자기 읽고 싶어지는 충동이 생기는 것처럼
(당연히 이때 읽으면 ㅈ 된다)
수칙서를 보면 문제가 될 때도 빈번하고
제일 큰 문제는 현상이 은근 자주 변해서
수칙서를 자주 수정해야하는 거지
그럼 수정을 누가 하겠냐고
당연히 수칙서는 현장직들의 피로 쓰이는데
믿음도 없는 수칙서를 누가 외우겠냐
그냥 곁들이는 느낌으로 보는거지
그리고 현상에 몇 번 들어가다 보면
수칙서 같은 건 보지도 않는다.
수칙서를 다 외워도 눈치 없는 놈들은
몇 번 들어가지도 못하고 뒤져버린다.
그니까 니 눈치가 제일 중요하다.
수칙서 볼 시간에 니 눈치나 더 키워라
그게 생존확률이 더 높다.
ㅡㅡㅡㅡㅡㅡ
'0번 수칙이 뭐였더라'
나는 몽롱한 머리를 굴리며 생각했다.
'뒤를 돌아보지 말라였나?'
열심히 머리를 굴려봤지만 떠오르는 생각은 없었다.
수칙서는 또 수정하겠네 나름 눈치 껏 행동한 거 같은데
내가 생각한 것 보다 눈치가 더 없었나 보다.
'아 0번 기억났다.'
맨 뒷 장을 보지 말라는 거였다.
나는 검지 손가락만 남은 오른손으로 마지막 장을 펼쳤다.
편안한 수면
딱 한 줄이 적혀있다. ‘다른 건 더 없나?’
그렇게 생각할 때 쯤
심장에 약간의 통증이 느껴진다.
아 편안한 수면 이런 뜻이구나
진짜 편안한 느낌이 드네
별다른 고통도 없고
약간 몽롱한 느낌
눈이 감긴다
편안하다
…….
….
.
ㅡㅡㅡㅡㅡㅡ
주변이 시끄럽다가 조용해졌다.
다시 시끄러워졌다.
시끄러움은 계속 됐고
나는 잠에서 조금씩 깨어났다.
“신….”
….
“신입.”
누구지? 날 부르는 건가?
“신입아”
날 부르는 게 맞았다.
무거운 눈을 뜨자
내 눈에 보인건 새하얀 병실과 선배였다.
“신입아”
그가 나를 다시 불렀고
“예”
약간의 갈증을 참으며 대답했다.
“신입아 너 ㅈ됐다”
“예?”
“이제 너 정직원이다.”
이건 좋은 소식 아닌가?
“그리고 빚 10억도 함께 생겼다.”
“….”
아 씨발 ㅈ됐네
그렇게 나는 정직원이 됐다.
10억이 더 무섭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