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바다가 보이는 곳에서 태어났다.

그렇기에 집에 있다가도 문득 고개를 돌리면 바로 바다가 보였다.

대부분 그냥 한번 보고 넘어가지만 어떤 날들은 이상한 감성에 사로잡혀 바다를 계속 보게 될 때가 있다.

멍하니 바다를 보면서 생각을 정리하다보면 공포스럽고 또 일상적이지 않은 생각들도 마구 떠올랐다.

지금도 그렇다. 나는 창문을 통해 바다를 내려다 보고 있다.

바다가 출렁거렸다. 물결이 만들어내는 기이한 무늬들은 모종의 수학 공식 같은 것을 따라 만들어지는 것 같았다.

저런 움직임이 정말로 바람 같은 자연적인 요인으로 발생할 수 있는 것일까.

물이 만들어내는 움직임은 일상적인 광경이지만서도 내게 알 수 없는 느낌을 주었다.

또 바다를 멀리서 볼 때면 음영이 진 곳이 있었는데 그 수면 밑에는 미지의 무언가가 도사리고 있는 것 아닐까.

물은 끝없이 움직이고 진동했다. 끝없이 출렁거리는 물은 마치 수없이 많은 작은 생명체들이 하나의 군집을 이뤄 득실거리는 광경처럼 보였다.

지구의 70%는 바다라던대. 그렇게 광대한 영역이 물로 되어있다니. 망망대해에 떨어졌을 때 느끼는 공포감은 상상할 수 없었다. 아니, 상상하기도 싫었다.

저 깊은 해저 밑바닥에서 무언가가 튀어나오는 생각까지 떠오르자, 오한이 들었다.

더군다나 인체의 70%는 물이 아닌가. 지구의 70%도 물이고 인체의 70%도 물이니 어쩌면 내 몸 깊숙한 곳에서도 끔찍한 것이 있을지도 몰랐다.

물은 순환하지 않는가. 내 체액들은 바다, 늪지대, 지하 등의 장소들을 전부 한번씩 겪어봤을 수도 있다.




이상한 생각은 여기까지 하자. 나는 떠오르는 상념들을 털어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