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남성이 술을 마시고 있었다.
"야, 우리 고향에 있던 나무 기억나냐?"
"뭐?"
남성은 대답했다. 그리고 기억해 냈다.
유달리 이상한 규칙이 많았던 고향.
지켜야 할 게 여럿 있었던 이상한 마을을.
"당연히 기억하지"
"귀신들린 나무. 그거 철거됐다더라"
"거기 공사하면 사고 난다고 안 건들지 않았냐?"
"새로 부임한 이장이 불도저 같은 추진력으로 결국 다 밀어버렸다더라"
"미친..."
귀신들린 나무, 그 나무가 중간에 있던 언덕이 가팔라 계단이라도 공사하려 치면 사고가 줄줄이 터젔다.
결국 사람들도 그곳은 건드리는 걸 포기하고 피해 다녔었다.
무당을 불러서 제사를 지내고 별 짓을 다해도 안되던 일이었지만
포클레인을 동원해 기어이 밀어버린 모양이다.
"다 미신이었던 거지."
"미신 이야기하니까 어렸을 때 생각난다. 너 혼자 산에 올랐을 때"
남자는 술잔을 들이키며 어린 시절을 떠올렸다.
마을에 있던 규칙. 해가 지면 절대로 산에 혼자서 오르지 말아라.
그 어린 나이에 오기도 영웅심도 아니었다.
단지 그 아이는 호기심이 너무나도 컸었다.
쿵쾅거리는 심장을 움켜쥐고, 두려움에 온몸이 사시나무처럼 떨면서도
아이의 호기심은 공포를 이기고 산을 올라섰다.
밤중에 온 마을 불이 다 켜지고
아이는 종아리가 터질 때까지 매질을 당했다.
"그런 일도 있었지..."
"그래도 이제는 왜 그런 규칙들이 있었는지 이해가 되기도 해"
가파른 길이니 만큼 다치는 사람도 많았다.
전파가 안 터져 혼자서 산을 오르다 실종되면 구조 요청을 할 수도 없었다.
CCTV도 없어서 누군가에게 납치라도 당하면 찾을 수도 없었다.
현실적인 이유들을 그럴듯하게 포장해서 괴담과도 같은 규칙들을 만들어 냈으리라.
그때의 일들을 쉴 새 없이 떠들던 남성은 이윽고 무언가가 생각난 듯 입을 열었다.
"그러고 보니..."
"나 아직도 이해가 안 가는 거 하나 있어."
"...?"
"빨간 우물"
빨간 우물. 다른 집들과는 이상하리 만치 멀리 떨어져 있던 낡은 양철 지붕의 작은 집.
굳게 닫힌 철창 사이 너머로 보이던 빨간 벽돌로 지어진 작은 우물.
그 입구를 덮고 있던 커다란 철판. 그 위에 붙여진 부적들.
어린 소년은 호기심에 그 집 앞에 서있었다.
"야 그거도 뭐... 우물에 빠지면 위험하거나 그런 이유 때문이겠지"
"아니, 그렇다기엔 내가 그날 확실하게 들었어. 그리고 알잖아. 거기만 유독 이상했다는 거"
그 집 근처를 지나면 우물 안에서 새어나는 소리에 귀를 기울이지 말라.
반드시 귀를 막고 눈을 감고 그 주변을 벗어나라.
그 외에도 그 빨간 우물과 엮인 규칙이 여러 개 있었다.
어린 소년은 철창 앞에서 똑똑히 들었다.
비록 굳게 닫힌 자물 쇠 때문에 안으로 들어가지는 못했지만.
돌 같은 것을 긁는 소리. 사람이 흐느껴 우는소리. 쇠를 긁는 듯한 소리. 바람 소리인지 뭔지 모를 이상한 소리.
"짐승 소리였겠지. 고양이 같은 거"
"... 내일 쉬는데... 오랜만에 같이 가 볼래...?"
"뭐...? 됐어 인마. 이제 와서 무슨. 그것도 별거 아니겠지"
처음 마을 이야기를 꺼낸 친구는 고개를 저었다.
당연한 반응이다. 굳이 그런 미신 때문에 그곳에 다시 가는 것이 멍청한 짓 일 거다.
그러나 남자의 가슴속에 오랫동안 잠들어있던 호기심에 이미 불씨가 붙어있었다.
어린 소년은 두려움에 등을 돌렸다.
그 순간 들려온 소리에 그는 다시 한번 우물을 쳐다보았다.
"들어가라."
친구와 헤어진 후, 남자는 차를 타고 어디론가 향하기 시작했다.
그 방향은 결코 자신의 집으로 가는 길이 아니었다.
탕-! 탕-! 탕-! 덮어놓은 철판을 노크하듯 두드리는 소리. 소년이 떠나려 하자 그 소리는 확실하게 소년의 귓가로 들어왔다.
소년은 경직된 몸으로 그 우물을 바라보았다.
"하 씨... 이거 걸리면 면허정지일 탠데..."
남자는 어느덧 고속도로 위에 올라타 있었다. 그가 가는 방향은 고향 마을이었다.
그저 확인만 하고 싶었다.
어차피 그 문은 자물쇠로 잠겨 있다. 우물에도 자물쇠가 걸려있다.
만약 그때 그 소리가 정말 고양이였다면 지금은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으리라.
하지만 소년이 할 수 있는 일은 없었다.
담장의 벽은 너무나도 높았고, 자물쇠를 딸 용력은 소년에게 없었다.
결국 호기심을 풀지 못하고 영원토록 가슴속에 묻어둘 수밖에 없었다.
"이 마을도 많이 바뀌었네..."
두어 시간 정도 차를 몰아 마을에 도착했다.
예전에는 밤만 되면 캄캄했던 거리는 가로등이 쫙 깔려 환하게 비추고 있었다.
구불구불하고 사람 다니기 힘들었던 길들도 아스팔트로 말끔하게 밀어져 있었다.
나는 핸들을 돌려 그곳으로 향했다.
마을이 변했다. 하지만 모든 게 변해도 그 집만큼은 변하지 않았다.
여전히 이상하리만치 그 집만큼은 홀로 덩그러니 놓여 있었다.
녹슨 쇠창살, 부적이 붙어 있는 커다란 철판, 빨간 우물
차에서 내려서 그곳을 바라봤다.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그럼 그렇지 이제 와서 무슨."
그 순간 돌벽을 긁는 소리가 귓가로 들려온다.
그리고 뒤이어 흐느끼는 소리, 철판을 긁는 소리, 바람이 윙윙 거리는 소리가 우물 속에서 들려왔다.
나는 머릿속으로 그 이유를 찾기 시작했다.
동물이 들어 있을 것이다. 개나 고양이 따위가 이십 년을 넘게 살 수 있나...?
벌레가 들어 있을 것이다. 벌레가 저런 소리를 낼 수 있나...?
바람이 내는 소리 일 것이다. 그렇기엔 지금 바람이 불고 있지 않았다.
등을 돌려 차에 타려 했다. 그리고 어렸을 적 내가 들은 익숙한 소리가 세 번 들려왔다.
탕-! 탕-! 탕-!
그 소리에 나는 뒤를 돌아봤다. 그러지 말았어야 했다.
눈에 들어온 것은 쇠창살을 잠근 자물쇠가 풀어져 있는 것이었다.
떨리는 마음으로 쇠창살을 열고 집 안으로 들어섰다.
소리는 계속 들리고 있었다.
철판의 자물쇠 또한 누군가 풀어두었다. 수십 년이 지났을 터인데 부적들은 새것처럼 말짱했다.
내가 그 우물앞에 다다른 그 순간, 소리는 멎었다.
그날이 떠올랐다. 산에 혼자 오르던 그날.
심장이 쿵쾅거리고 다시금 팔이 떨리기 시작했다.
내 양손이 철판을 잡고 있었다.
빨간 우물은 어떠한 소리도 내지 않았다.
마치 내 선택을 기다리듯 고요한 침묵만이 맴돌았다.
분명 이건 자신감이 아니다. 용기 또한 아니다. 미신 따위 믿지 않는 확고함 또한 아니다.
단지 알고 싶었다. 나의 상식으로 설명할 수 없는 저 소리가.
이해되지 않는 현상에 대한 궁금증이. 실체를 확인하고 싶다는 갈망이.
가슴속 가려움이 폭발하던 순간,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철판을 있는 힘껏 밀어버렸다.
둔탁한 소리를 내며 우물을 막고 있던 철판이 굴러 떨어젔다.
나는 빨간 우물과 마주했다.
뭘봣는지알려주고가씨발련아
나폴리탄 레스토랑 처음 읽었을 때마냥 뭐 어쩌라고 밖에 생각이 안 나는게 이 글에서 그거랑 똑같은 정통적인 맛이 난다
하지말라는거 하면 뒤져야지
진짜 원조 나폴리탄 맛이다 개추
허무할 확률이 높음 ㅋㅋㅋ
제대로 홀렸노 ㅋㅋ - dc App
ㄷㄷ