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리베이터에서 내리자, 어두운 복도가 나를 반긴다.

우리 집은 복도의 시작점에 있다.

발걸음을 옮겨 문 앞에 서보지만,

센서등은 켜질 생각이 없다.

이렇게 완연한 어둠 속에서 열쇠구멍이 보일 리가 없다.

"후..."

예상은 했지만, 생각보다 더 후지다.

싸게 입주한 데에는 대가가 따르는 법이지.

낡은 건물도 건물이지만, 여긴 별 이상한 주의사항들이 붙는 것이었다.

공동현관에 금줄은 손대지 말라는 둥

새벽에 울리는 초인종은 반응하지 말라는 둥

쓰레기장에 항상 있는 벽장은 건드리지 말라는 둥

보아하니 아파트 관리인이 미신 같은걸 제법 믿는 모양인데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개인습관부터 애들 장난같은 짓까지 통제하려 드니
짜증이 날수밖에 없다.

내가 미신을 안 믿는 편이라 더 그런건지...

그중에서도 제일 어이없던 건

'새벽에 복도에서 손인사하지 말 것.'

그럼 뭐, 절이라도 하라고?

애초에 주민끼리 만나도 목례나 하고 지나가지 손인사는 또 뭔가.

입주 전부터 쌓인 스트레스가 이상한 데서 터진다.

뭐 어쩌겠나, 다 내 선택이지.

센서등 하나 안 들어온거 가지고 생각이 길어졌다.

혹시라도 불이 켜지지 않을까 싶어 머리 위로 가볍게 손을 흔든다.








틱-




"오 뭐야, 켜지네."








틱..




"...허?"


이거

불이 켜진 것 까진 좋은데

저어~기 복도 끝에 불은 왜 연달아 같이 켜지는지,

헛웃음이 나올 지경이다.

불이 꺼지기 전에 서둘러 문고리에 열쇠를 끼운다.

"이게 씨, 잘 돌아가지도 않네..."


.

.

.


오늘 아침, 관리사무소에 센서등 얘기를 해봤다.

반응이 시원찮은걸 봐서 바로 고쳐줄지는 미지수지만.

어차피 크게 기대도 안 한다.

매일같이 새벽에 귀가해야 하는 사정이라

아무래도 당분간 작은 수고를 감수해야 할 것 같다.

어두운 복도에 들어서자마자

문 앞에 선 뒤

머리 위로, 가볍게 손을 흔든다.

불이 켜진다.








틱-















틱..




또 이러네 이거.

이번에도 내 쪽 불이 켜지고
조금 뒤에 복도 끝쪽 등에서 불이...

아, 잘 보니 끝에서 두번째 등이다.

어제는 끝에서 켜진 것 같았는데...

잘 기억이 안 난다.

중요한 일은 아니니까, 그렇게 생각하며 열쇠를 문고리에 끼운다.

힘차게 돌리자 겨우 문이 열린다.

조금만 참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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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사흘째지만

이것도 제법 익숙해졌다.

어두운 복도에 들어선다.

손을 흔든다.

불이 켜진다.








틱-





















틱..




또 잠깐의 차이를 두고 등이 하나 더 켜진다.

이것도 사흘째 되니까 슬슬 익숙하다.

익숙하지 않은 건

오늘은 끝에서 세번째 등이 켜졌다는 거다.

어제는 헷갈렸을지 몰라도, 오늘은 알겠다.

참 이상한 일이긴 해도 어차피 크게 신경쓸 거리는 아니다.

그냥 불이 켜지는 것 뿐이다.

그것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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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을 흔든다.

불이 켜진다.






틱-







틱..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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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을 흔든다.

불이 켜진다.




틱-




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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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지금까지 뭘 했는지

절실하게 깨닫는다.

아니, 정확히는 이미 깨닫고 있었다.

단지 어제까지는 애써 부정했을 뿐.

미신 같은건 안 믿는다고 생각했고

실제로도 그랬을 텐데

바로 옆까지 오니까 알겠다.

불이 켜지는 순간 소름이 끼쳤다.

뭔가 잘못됐다는게 본능적으로 느껴졌다.

하루하루 다가오고 있었다.

이제 뒤는 없다.

내일이 마지막일 테지.

하지만 괜찮다.

내일 점심, 수리기사가 온다.

그렇게 시큰둥하더니 결국 들어주긴 했나보다.

내일이면 끝이다.

더이상

인사하게 되는 일은 없을 거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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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을 흔든다.


불이 켜진다.


...


손을

흔들었다
저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