까꾸리.
까꾸리가 돌아왔다.
801호에 사는 아저씨가 엘리베이터에서 눈 코 입이 뒤집힌 채로 발견되었을 때 어른들이 외친 말이다.
어른들은 그것을 까꾸리라고 불렀다.


곧 우리 아파트에는 엘리베이터 탑승 금지를 시작으로 다양한 규칙들이 만들어졌다.
육회 등 익히지 않은 육류 반입 금지, 옥상 및 지하실 출입 금지, 복도에서 부르는 소리 나면 절대 대답하지 않기 같은 이상한 규칙들.
그중 주민들이 가장 지키기 어려워한 규칙은 엘리베이터 탑승 금지로 불편함을 이기지 못한 이들의 눈 코 입이 여럿 뒤집혔다. 


얼마 안 가 아파트 반상회가 열렸다.
아이들은 절대 반상회 근처에 얼씬도 못하게 하며 열린 긴급 반상회는 쉽게 끝날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해가 어둑어둑 저물고 집으로 돌아온 엄마의 얼굴은 눈물범벅이었다. 엄마는 그야말로 대성통곡하며 나에게 오랜 시간을 가만히 꼭 안겨있었다.
마음속 깊은 곳에서 불길한 그림자가 일렁이는 기분이었다.
집의 가격이 왜 이렇게 저렴했는지. 이 땅에 얽힌 비밀이 무엇인지. 어떠한 조건으로 이 집에 들어왔는지. 엄마는 그동안 내가 미처 몰랐던 사실을 내가 충분히 받아들일 수 있을 때까지 설명했다.


그날을 기점으로 주민들의 태도가 변했다. 
정확히는 우리를 대하는 주민들의 태도가 변했다.
하고 싶은 것 맘대로 다 하라며 용돈을 주기도 했고, 대문 손잡이에 음식을 걸어놓고 가기도 했다. 
우리를 보고 손바닥을 비비며 기도하거나 절을 하는 주민도 있었다.
까꾸리 정도면 그래도 괜찮다며 위로 아닌 위로를 건네는 주민도 있었다.


약속한 날. 우리는 102호로 모였다.
우리 중 한 명은 오늘 밤 까꾸리에게 선택받는다.
며칠 뒤에 까꾸리에게 끌려간다.
그 사실이 우리를 미치도록 두렵게 만들었다.
나는 미영이 언니의 품 속을 파고들며 오들오들 떨었다. 
옆집에 살며 친자매처럼 지낸 언니였기에 말하지 않아도 통하는 게 있었다.
제발 까꾸리가 나와 언니를 선택하지 않기를. 제발 나와 언니를 비켜가 주기를.
언니는 그런 내 마음을 읽었다는 듯 말없이 내 손을 꼭 잡아주었다.
제발 이것이 마지막이 아니길.



102호 주인을 마지막으로 어른들은 모두 아파트를 빠져나갔다.
우리는 각자의 집으로 돌아가 까꾸리를 맞이할 준비를 했다. 
괜찮을 거야. 괜찮을 거야. 마지막으로 미영이 언니와 인사를 하고 동시에 집 비밀번호를 눌렀다.
까꾸리가 들어올 수 있도록 현관문을 살짝 열어두었다.
등 뒤에서 느껴지는 소름 끼치는 느낌을 뒤로하고 엄마가 준비해 준 옷으로 갈아입었다. 
역한 냄새가 올라왔다. 
동시에 죄의식이 옷을 타고 스멀스멀 올라왔다.
어떻게 해서든 내 자식은 선택받지 않았으면 하는 이기적인 행동.
무력한 기분을 느끼며 그대로 거실 바닥에 엎드렸다.



세상이 너무도 고요하다.
그 고요함에 이 넓은 공간에 나 혼자밖에 없다는 착각마저 든다.
어느덧 해가 저물고 집 안에 어둠이 찾아온다.
문밖으로 들리는 우당탕 소리.
쿵쿵쿵 거리는 소리.
쿵쿵쿵. 쿵쿵쿵.
쿵쿵쿵. 쿵쿵쿵. 쿵쿵쿵. 쿵쿵쿵. 쿵쿵쿵. 쿵쿵쿵.
까꾸리다.
현관문이 밀렸다.
그 소리에 눈을 꽉 감았다.
딱. 딱. 딱. 딱. 딱. 딱. 딱. 딱. 딱. 딱. 딱. 딱. 딱. 딱. 딱. 딱. 딱. 딱.
딱. 딱. 딱. 딱. 딱. 딱. 딱. 딱. 딱. 
딱. 딱. 딱. 딱. 딱. 딱.
딱. 딱. 딱.
딱.
요란한 소리가 조금씩 가까워지다 이내 소리가 멈췄다.
심장이 미친 듯이 뛴다.
쿵. 쿵. 쿵. 쿵.
정신을 잃을 것만 같다.
살려줘.
제발 살려줘.
엄마. 엄마. 엄마.
언니. 언니. 언니.
얼마의 시간이 흘렀을까.
몇 시간? 
며칠?
감았던 눈을 살짝 떴다.
눈이 마주쳤다.
뒤집힌 눈 코 입.
한참 아래에 놓인 얼굴.
까꾸리다.
까꾸리는 나를 향해 찢어질 듯 미소를 짓더니.
이내 미친듯한 속도로 집을 빠져나갔다.
엄마. 엄마. 엄마.
언니. 언니. 언니.
어떡해. 어떡해.
나 선택받은 거면 어떡해.
떨리는 다리를 어떻게든 부여잡고 현관문을 빠져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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옆집의 문이 굳게 닫혀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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