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어릴때부터 귀신이 보였다.
미친것처럼 들리겠지만 어쩌겠는가, 사실인데.
흐릿하고 뿌옇게, 분명히 보이지만 사물을 가리지않고,
그렇다고 투명한것도 아닌 그러한 형체로 그것들은 존재한다.
'보이는 것' 이지만 시각적 감각이 아니다.
굳이 표현하자면 육감에 가까울것이다.
어린시절부터 귀신을 보았던 탓에,
이미 수차례 주변인들에게도 얘기해봤지만
어느 누구도 이 감각에 대해 이해하지 못했다.
사실, 알려진 속설과는 다르게 귀신들은 악하지 않다.
정확히는 무언가 의지를 가지고 행동하지 않는다.
적어도 여지껏 내가 본 귀신들은 모두 그랬다.
마치 사람이 죽으면 기억과 육신은 그곳에 남겨둔 채,
오로지 혼령만이 그곳에서 빠져 나오는 것 같다.
행동양식은 있지만, 특별하다거나 눈에 띄는 경우는 없었다.
그냥 그것들은 그곳에 존재한다. 단지 그것 뿐.
하지만 그들은 그 존재만으로 주변의 만상을 우울하게한다.
하나하나의 귀신은 악의가 없지만 귀신이 존재하는것만으로
사람은 우울해지고, 무기력해진다.
어떤 원리인지는 나도 모른다.
나는 어릴적 상기한 이 증상으로 인해 정신과를 여러차례
다녔는데, 우울증을 않는 사람들의 주변엔 늘 귀신이 있었다.
한번은 길을 가다 사람들이 웅성대는것을 보고 다가갔는데,
자살사건이 벌어져 경찰이 출동해서라고 그랬다.
그 집의 주변엔 귀신이 빼곡히 서있었다.
물론 어느것이 먼저인지는 나도 모른다.
귀신이 부정적인 것인지, 부정적인 것이 귀신을 부르는건지.
귀신들은 의지가 없다
그들만의 본능에 따라 행동한다.
그렇기에 강령술만은 절대 하지 말아야한다.
분신사바같은 오컬트적 행동이 특히 그렇다.
그런 행동들은 귀신들에게 무언가의 신호로써 작용하고,
틀림없이 귀신을 부른다.
물론 그 귀신들이 무언가 해코지를 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귀신을 주변에 머물게하는것 자체가 문제인것이다.
오컬트에 심취한자들 중 정상인이 없고,
무당이라는 자들 중 평범한 사람이 없다는 것이 그 이유다.
귀신들은 악의가 없고 의지도 없다.
길가에 고양이 밥을 놔두면 길고양이가 찾아와 먹는다.
그리고 그런 행동이 반복되면 고양이는 장소를 기억한다.
더 나아가 먹이를 주는 사람을 기억한다.
그런것이다.
처음엔 귀신이 무서워 종교에 의지했었다.
하지만 어느 종교도 이 증상을 완화시켜주지 못했다.
시간이 지나 귀신의 부정적인 영향을 알고서는
용하다는 무당을 찾아가 부적도 사고 굿도 해보았으나
무엇 하나 의미가 없었다.
지금 나는 그저 주변 사람들에게 그럴듯한 핑계나
이유를 들이밀며 강령술을 막고있다.
내가 할 수 있는건 고작 그정도이다.
귀신들은 의지가 없는 인형이기에 아주 작은 신호에도
반응을 한다. 그렇기에 위험한것이다.
모두가 나와 같은 풍경을 본다면
절대 강령술 따위는 하지않을텐데.
하늘을 빼곡히 메우는 귀신무리를 보면
강령술을 긍정하는 헛소리따윈 듣지도 않을텐데.
그것들이 지금 이 세상에 얼마나 영향을 끼치는지 안다면
다른곳에서 멍청하게 원인을 찾지 않을텐데.
누군가의 시선이 느껴지는것 같은 기분이 들 때,
그 기분이 바로 이 감각에서 기인함을 깨달아야 할텐데,
다음 명절이 오기전에, 모두가 이 감각을 느껴야 할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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