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뜬금없이 무슨 말이야? 너 글 잘 쓰잖아."



갑작스러운 승현의 말에, 동아리방 한 쪽 구석에 놓여있는 쇼파에 드러누워서 스마트폰으로 게임을 하던 형석이 몸을 일으켰다.



"아뇨아뇨. 선배, 이거보세요. 재야에 묻혀있는 사람들 중에서도 저보다 훨씬 글 잘 쓰는 사람이 있더라구요."



승현이 형석에게 다가가 자신의 스마트폰을 내밀었다.



"나폴리탄 괴담 갤러리 명작선? 이건 또 뭐냐."



"거기에 링크 보시면 ■번째 글 있죠? 한 번 읽어보세요."



"음."



형석이 자세를 고쳐 앉으며 화면을 들여다 보았다. 슥슥 손가락으로 스크롤하면서 글을 읽기 5분 남짓, 그는 스마트폰을 승현에게 돌려주었다.



"잘 썼네. 독백만으로 썼는데도 몰입감이 끊기지 않게 문장이 탄탄하고, 마지막 반전도 좋아. 취미로 글 쓰는 사람 같지는 않고 전문가 수준인 것 같은데."



"맞아요. 저 이 글에 너무 충격받아서 이 사람이 쓴 글 다 찾아봤거든요. 근데 하, 진짜 재능있는 사람의 글은 이런 거구나 싶더라구요. 한 작품 한 작품 거를 타선이 없어요."



"너 공모전 준비하느라 너무 스트레스 받아서 그런 거 아냐? 어느 정도 평가는 물론 할 수 있겠지만, 글이라는 게 애초에 추구하는 방향성도 다 다른 거고, 읽는 사람마다 취향도 타는 건데."



"맞아요. 그치만 이 사람이 쓴 글을 보니까, 난 재능도 없는데 길을 잘못 선택한 사람인가? 싶기도 하고, 열등감도 생기고, 아무튼 복잡한 마음이 들더라구요."



"승현아, 너 우리 동아리 들어와서 글 쓴 지 얼마나 됐지?"



"1학년 때 들어와서, 군대도 갔다오고, 그럭저럭 한 4년 된 것 같은데요."



"너 1만 시간의 법칙이라는 거 들어본 적 있냐?"



"음, 들어본 적 있는 것도 같고... 그게 왜요?"



"어떤 분야에서 전문가 수준이 되려면 그 일을 1만 시간은 반복해서 해야된다고 하더라. 근데 네가 햇수로는 4년이지만, 4년 내내 숨만 쉬고 글쓴 것도 아니잖아.



형석이 쇼파 근처 책상 위에 놓여있던 펜과 이면지를 집어들었다.



"봐봐. 밥먹고, 수업 듣고, 잠자는 시간 빼고, 순수하게 남는 시간에 글만 쓴다고 가정해도, 하루에 4시간 투자하기도 어려울거야. 1만시간을 4로 나누면 2,500이 되지. 2,500을 또 365로 나누면 6.8이야. 아무리 빨라도 6년은 노력해야 글다운 글이 나온다는 건데. 네가 너무 조급해하는 것 같다는 거지."



승현이 슥삭슥삭 종이를 채워나가는 나눗셈 식을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이렇게 제가 1만 시간을 노력해도, 그 글을 쓴 사람은 따라잡지 못할 것 같아요."



"뭐 사실 재능의 영역이라는 게 있는 것도 사실이니까. 그리고 네가 노력하는 동안 그 사람도 놀고만 있지는 않겠지."



"결국 그 사람보다 더 멋진 글을 쓰는 건 불가능 하겠네요."



"너무 그렇게 부정적으로 생각하지 마. 갑자기 네가 포텐이 터질지도 모르는 거 잖아. 그리고 그 사람을 뛰어넘는 게 아니라 네가 만족할 만한 글을 쓰는 걸 목표로 해야지."



"그치만 저 사람은 너무 넘고 싶은 걸요."



망부석처럼 멍하니 이면지를 바라보던 승현이, 무언가 생각났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고는 갑자기 주섬주섬 짐을 챙기기 시작했다.



"어디가게?"



형석이 의아한 목소리로 묻자, 승현이 씩 웃으며 답했다.



"그 사람을 뛰어넘을 수 있는 방법이 생각나서요."



이 말을 남겨놓은 채, 그가 훌쩍 동아리방을 나섰다.



승현이 떠난 자리를 멀거니 바라보고 있던 형석은 갑자기 어떤 예감이 들었다.


식은땀이 흐르는 것을 느끼며, 그는 쇼파 위에 던져놓은 자신의 스마트폰을 주워들었다.


그리고 잠금을 해제하여 실행되어 있던 게임을 종료한 뒤, 바탕화면에 깔려있던 앱을 하나 삭제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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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편 연재작 : 샐러리맨 이규성 시리즈

(완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