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을 읽을 즈음에는 이미 장례식이 끝났으리라.
나는 나의 아들 셋과 딸 둘, 그리고 하인들에게 내가 소유했던 모든 재산을 상속한다.
여기 적힌 내용을 꼼꼼히 읽고 확인하여 시비가 없도록 가지거라.
내 아들들은 아비를 성심껏 부양하고 훌륭한 인품과 재능으로 우리 집안을 부흥시켰으니 그에 합당한 유산을 내린다.
둘째 아들의 유산은 내 보물들을 보관한 금고이다.
둘째 아들만 읽을 것
네 얼굴을 본 지도 벌써 10년이 넘었구나.
너 또한 형편이 좋지 않아 찾지 못하였다 알고 섭섭해하진 않으마.
오고 있다는 소식은 들었다. 외지에서 사업을 한다더구나.
너도 바쁜 몸이고 네 형 일도 있으니 여기 오래 머물지는 못할 테지.
기실, 이렇게 어수선할 때는 특히 오래 머물러 봤자 좋을 것도 없는 동네다.
너 없는 동안 많은 것들이 변했다만 깜짝 놀랄 정도는 아닐 것이다.
금고는 집 지하실 아래 공간에 있다. 누구에게도 그곳 위치를 말하지 말거라.
(네 형은 다른 입구를 안다만 언젠가 스스로 찾아낼 게다.)
달이 없는 밤에 양초 없이 지하실로 내려가거라.(지하실은 항상 빛이 없을 때만 들어가야 한다.)
어둠 속에서 벽을 왼손으로 짚고 10분 정도 걸어가다 보면 조금씩 시야가 트인다.
눈앞에 전신거울이 보이면 몸을 웅크린 채로 거울 속으로 들어가거라.
다시 어둠이 널 둘러쌀 테니 멀리서 들려오는 노랫소리를 따라가야 한다.
소리에만 집중하면서 앞만 보고 걷다 보면 누군가 보일 것이다.
네 외사촌이니 그에게 금고를 달라고 말하거라.
그가 금고를 가져다주는 순간 너는 수탉 울음소리와 함께 네 침대에서 일어날 게다.
그 후 다시 지하실로 가면 금고를 쉽게 찾을 수 있다.
단, 이곳을 떠나기 전까지는 금고를 열어보지 말거라. 모두에게 불행한 결과만 낳을 뿐이다.
<금고 물품 목록>
진주 7알
초승달 모양 칼 1자루
황금 거북이 1마리
도자기 인형 x명(일정한 외형 없음)
옥으로 만든 개구리 3마리(녹색, 자색, 백색)
청동 거울 1개
태엽 기계 12개
그리스 연극 가면 4개
진주들은 팔아도 괜찮지만 나머지 물품들은 절대 버리면 안 된다.
(네 큰아버지가 죽기 전까지 내가 사용하던 것들이다.)
특히 칼과 거울은 항상 휴대하고 다니거라.
밤길을 다니다가 갑자기 피 냄새와 오한이 느껴지고 목 뒤가 서늘한 느낌이 들 때가 있을 것이다.
가만히 서서 칼을 꺼내 입에 물고 "내가 아닙니다."라고 외쳐라. 오한이 가실 때까지 무릎을 꿇고 있어야 한다.
(내 작은할아버지가 실수로 칼을 삼킨 적이 있으니 조심하거라.)
황금 거북이는 네 사무실이나 가게에서 손님들이 잘 볼 수 있는 곳에 놔두거라.
가끔 이목구비가 흐릿하고 술에 취한 듯이 움직이는 방문객들이 찾아올 것이다.
눈을 깜빡이지 말고 황금 거북이를 노려보아라.
(거북이 외에 아무것도 시야에 들어오지 않는 편이 좋다.)
거북이에 시선을 고정시킨 채 그들이 하는 말에 대답해라. 내용은 상관없으니 시간을 끌다 보면 사라질 것이다.
그들의 얼굴이 뚜렷하게 보이거나 거북이의 빛이 바랜다면 눈을 감고 심호흡을 하거라.
얼굴이 사라져 있을 테니 각오를 단단히 해야 한다.
세 가지 선택지가 있다.
고향으로 돌아간다면 형이 보호해 줄 게다.
형이 싫다면 그리스 연극 가면을 쓰고 가보거라.
마을을 서성거리다 보면 누군가 "이곳이 어디입니까?"라고 물을 텐데
"나의 고향이오."라고 대답하면 그가 알아서 일을 처리해 줄 게다.
고향이 싫다면 가면을 쓰고 탁 트인 평야로 떠나는 방법도 있다.
얼마 동안 걷다 보면 너와 똑같이 가면을 쓴 무리를 발견할 것이다. 그들 역시 네 가족이다.
그들과 함께라면 영원히 죽지 않을 수 있다.
도자기 인형들은 네가 관리할 필요가 없다.
그들은 모양과 갯수가 항상 바뀌며 네가 아는 사람의 모습으로 네 앞에 나타날 것이다.
그들이 갑자기 보인다면 그들의 표정을 살피거라. 그들이 어떤 감정이든 자연스럽게 행동해야 한다.
화난 것들, 이가 보이도록 웃고 있는 것들, 눈물을 흘리는 것들에게
용서를 빌고, 미소지어 주고, 눈물을 닦아 주거라. 그들이 실제 인간인 것처럼 대하라는 말이다.
(표현 불가능한 표정의 얼굴 앞에서는 반드시 예의바르게 큰절을 올려야 한다.)
만약 그들에게 잘못 행동한다면 그들은 즉시 표정 그대로 피눈물을 흘릴 것이며
일주일 내로 인형의 원본 되는 사람들이 너를 죽이러 올 것이다.
(내 사촌 한 명은 공장 직원 70여 명에게 뜯어먹혔다.)
그 경우에 즉시 고향으로 돌아와 네 형에게 보호를 요청하거라.
고향에서도 인형이 보인다면 형에게서 열쇠를 훔쳐서 다락방 속으로 들어가 기다리거라.
이런 말은 정말 하고 싶지 않다만, 너는 다음날 새벽에 네 형의 침대에서 깨어날 것이다.
옥으로 만든 개구리들은 네 침대 머리맡에 두거라.
자다가 깼을 때 문 밖에서 소리가 들릴 때 필요하다.
노크 소리가 나면 개구리들을 올린 이불을 뒤집어쓴 채 아침까지 아무 소리도 내지 말거라.
(노크가 잦을 수록 네 숨소리가 잘 들린다는 신호이다.)
네게 말을 걸 때는 네 입술 각질을 뜯어서 녹색 개구리의 입 안에 넣거라.
문 밖의 목소리는 개구리의 입에서 나오는 소리와 몇 시간 대화하다가 사라질 것이다.
(그들의 말은 꽤나 충격적이나 그에 대해서 깊이 고민하진 말거라.)
웃음소리가 들린다면 자색 개구리의 입에서 나오는 붉은 액체를 마시거라.
그리고 아침이 오기 전까지 반드시 잠에 들도록 노력해야 한다.
꿈에서 나온 광대에게 "외사촌한테 안부 전해주세요."라고 말하거라.
이해할 수 없는 언어가 들린다면 백색 개구리 입에서 나온 검은 액체를 먹고 잠에 들도록 노력해라.
꿈속에서 이목구비가 불분명한 사람들이 그 언어로 말할 것이다.
꿈속에서도 황금 거북이가 보일 테니 버틸 수 있을 게다.
일어나도 계속 소리가 들린다면 곧바로 짐을 챙겨 침실에서 최대한 멀리 떨어져라.
귀에 들리는 언어가 멈추기 전까지 계속 이동해야 한다.
그 언어가 이해되기 시작한다면 반드시 가면을 쓰고 고향으로 돌아가거라.
위에서 설명한 것처럼 나의 고향이라 대답하거라.
청동 거울에 비치는 것은 네가 아니다.
뒤틀리고 일그러진 상이 거울의 거친 표면 때문만은 아니란 소리다.
아래 설명할 상황을 제외하고서는 절대로 오래 들여다보면 안 된다.
하지만 만약 네가 좁은 공간에 갇힌 상황에서 어지럽고 주위가 점점 쪼그라드는 느낌을 받을 때
거울을 응시하면 너는 그 반대편의 일그러진 공간으로 들어가게 된다.
반대편에서 거울을 보면 일그러진 네 모습이 고통스럽게 죽어가는 모습이 보일 게다.
그가 사라진 게 확실하면 다시 이곳으로 돌아올 수 있다.
(반대편의 너는 다시 태어날 테니 한눈팔지 말고 빨리 나가야 한다.)
태엽 기계들은 정교하고 아름다운 예술품이다.
네 집에 방문객이 있을 때 음악을 틀어 모두를 즐겁게 해줄 게다.
급전이 필요할 땐 아무에게도 들키지 말고 고향집 지하실을 찾아가거라.
지하실의 전신거울에 청동 거울을 비추면 전신거울에서 속에서 거대한 아가리가 보일 것이다.
(네 조상이니 예의를 갖추거라.)
엎드린 채로 아가리 속으로 들어가서 어둠 속 외사촌에게 돈을 빌리겠다 말하거라.
다시 나오면 아가리가 네 머리 위로 금화들을 토해낼 게다.
침대에서 일어나면 금고를 열어 금화들을 확인하거라.
하지만 너무 자주 빌리지는 말아라.
그들은 네 꿈에 나와 빚 독촉을 할 테고 이자로 무엇을 가져갈 지는 전혀 알 수 없다.
갚느라 일상생활이 불가능할 정도가 되었다면 네 형에게 가는 수밖에 없다.
무슨 기분인지 이해한다.
당황스럽고 불쾌하겠지. 하지만 여기 온 일을 후회하진 말아라.
금고 속 물건들 덕에 내가 고향으로 돌아오기 전까지 살아남을 수 있었다.
유산을 받지 못했더라면 넌 죽거나 아무도 모르는 기관 건물에서 평생을 고문당하며 살게 되었을 게다.
무자비한 운명은 내 형을 죽임으로써 나를 고향으로 끌어들였고 너희들까지 고통받게 만들었지.
다른 여자의 피가 섞인 네 자손들은 평범하게 살겠지만
네겐 살아있는 동안 너를 따라다니고 죽어서도 놓아주지 않고 결국 이 우울한 땅에 묻어 버릴 조상들이 있다.
버틸 수 없을 지경이라면 언제든지 오거라. 고향은 항상 너를 환영한다.
아무리 멀리 도망쳐도 피는 속일수 없단다.
나를 너무 원망하지 말아 다오.
결국 모든 게 다 운명인 것을.
존나 재밌네
널널해보이는데 전작까지 보면 즉사트랩 은근 많노
둘째는 쾌락없는 책임이네 ㅜㅜ
개존잼이다
근세 유럽 다크 판타지 느낌나서 너무 좋아
가면쓰고 고향가서 내 고향이라 하면 형한테 죽고, 인형 보여서 고향갔는데 고향에서도 인형보여서 형 열쇠 훔쳐 다락방 가면 형이 죽고, 참 절망적인 상황이네
다락방 가면 형이 왜죽음?
형 역할 대체되는거 아닌가
글 잘 보고 감 조상들이나 이 글 속 애비나 폐급 그 자체네
야 그냥 편하게 목숨 끊는게 낫겠는데 글 보면 어디서 조용히 편하게 죽지도 못하겠네 ㅋㅋ
좆같은집안이노 ㅋㅋ
둘째 난이도가 개씹헬이네
맏이한테는 동생의 요청 거절하래매 ㅋㅋㅋ
아니 ㅅㅂ 아버지 이러시는 이유가 있을 거 아니예요? 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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