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음..이런 말 하긴 좀 쑥쓰럽지만..아무튼 미지의 존재에게 구원을 받아 수칙서를 지닌 사람이다.

세상에 미지의 바이러스가 퍼진지 어언 5일째.. 나는 요즘 집에서 책을 읽거나,

내 최애 브이로거 리나의 라이브 녹화 영상을 보는 중이다.

이런 세상에서도 꼬박꼬박 브이로그를 올리다가, 4일 전 쯤 소식이 끊겼다.

무슨 일 없어야 할텐데.. 너무 걱정된다.


"에이.. 무사하겠지.. 할 것도 없고, 그냥 브이로그나 다시 보자.."


20XX년 X월 XX일


심판의 날 도래 1주일 전 영상.

(카메라를 향해 반갑게 손을 흔들며)

"리하~ 안녕하세요! 시청자 여러분~ 리나입니다! 오늘은 저희 짱친 샬롯의 집들이 브이로그에요~ ㅎㅎ"

"샬롯이 이제 처음 자취를 한다네요! 샬롯을 보니 제가 처음 자취했을 때가 떠오르네요 ㅎㅎ"


"아! 버스가 왔네요 ㅎㅎ 잠시 방송 끄고 이따가 다시 뵐게요! 잠깐 리바!"


(30분 뒤)


"여기가 저희 샬롯의 자취방입니다~ "

(감탄하며) "우와, 생각보다 굉장히 넓네요!)

"여긴 제 친구 샬롯이에요! 샬롯! 인사 한 번만!"


"아 진짜 나 찍지 말라니깐..!...."

(멋쩍게 손을 흔들며) "안녕하세요... 리나 친구 샬롯이에요.."


이후 소소한 잡담을 하다가 영상은 마무리 되었다.

"리나는 친구들도 예쁜 친구들만 사귀나보다.. 샬롯 진짜 이쁘네.."

내심 나는, 둘이 자주 합방해주길 바라며, 다음 영상을 열었다.


심판의 날 도래 3일 전, 영상 기록.

(반갑게 손을 흔들며)

"리하~ 안녕하세요! 시청자 여러분! 리나입니다~"

(채팅창을 보고) "여기가 어디냐구요? ㅎㅎ 제가 자주 다니는 카페입니다~ ㅎㅎ"

"오늘은 제 단골 카페에서 새로운 케이크를 출시했다길래 잠깐 방송 켜봤어요!"

"딸기 초콜릿 생크림 파인애플 케이크! 가격도 4500원으로 되게 저렴해요! ㅎㅎ"

(채팅창을 보고) (고개를 흔들며) "뒷광고 아니에요! ㅠㅠ 제가 이 카페 너무 좋아해서 개인적으로 기록 남기고 싶어서 찍는 거니까 오해는 금지!"


(카운터 앞으로 움직이며) "사장님! 저 초콜릿 딸기 쿠키 쉐이크랑 이번에 새로 나온 케이크 한 조각 주세요"


(다시 자리로 돌아와서) "아! 너무 기대돼요! 진짜 얼마나 맛있을까!"


이후 케이크가 나오고, 리나는 행복하게 디저트를 먹다가 영상이 마무리 되었다.


"저기 내 집 주변 카페네..? 사태가 괜찮아지면 좀 들러야겠다."

....

"사태가 괜찮아지긴 할까.. 수칙서엔 다섯 달이나 뭘 하던데...그동안 살아남을 순 있을까..?"

나는 갑자기 쓸쓸해지는 마음을 뒤로, 다음 영상을 열었다.


심판의 날 도래 다음날, 영상 기록.


"리하~ 시청자 여러분! 리나입니다! 오늘은 제가 자주 다니는 공원에서 간단히 운동하는 브이로그에요! ㅎㅎ"

(채팅창을 보며) "여기는 한강이에요! 저는 항상 여기서 운.."

(갑자기 거대한 굉음이 들린다.)

"엥? 무슨 소리지..? 잠시만요 여러분!"

(5분 뒤, 화면이 다시 켜지며)

"헉..아마도 이 근처에서 차 사고가 났나봐요.. 운전자분들이 무사하신 거 같아서 다행이네요.."

"아무튼, 마저 운동을 해보겠습.. 응?"

(멀리서 리나를 부르는 소리에 고개를 돌아본다.)

"(비정상적으로 눈이 떨리며 리나에게 달려온다.) 리나님!!! 저 팬이에요!!!! 혹시 악수 한 번만 해주실 수 있으실까요??!"

"헉, 안녕하세요!!!!! 물론이죠~"

(악수를 하며)

"혹시 시간 되시면 저랑 같이 운동하실래요?!"

(리나가 떨리는 눈을 바라보며)

"엇.. 혹시 어디 안 좋으세요..? 눈이 많이 떨리시는데.."


(어색하지만 환하게 웃으며)

"아니에요 괜찮아요 ㅎㅎ제가 급한 일이 있..크큭.. 가봐야 할 거 같아요! 아하하하하!!"


(그렇게 순식간에 저 멀리 비정상적인 속도로 달려가며)

"어.. 되게 기분 좋은 일이 있으신가.. 근데.. 달리기가.. 진짜 빠르시네요.. 자동차보다도 빠른 거 같은데.... 잘못 본거겠죠?"


(그렇게 운동과 소통을 병행하며 방송이 마무리)


영상 기록은 이게 끝이다.

.....

"잠깐만..설마..."

"리나랑 악수한 사람... 감염자 아닌가...?"

나는 갑자기 등골이 오싹해졌다.

"에이..아니겠지.."

그 순간, 알림이 울렸다.

"리나의 라이브 방송...?"

"다행이다...감염자가 아니였나보네.."

"그런데 이런 상황에서도 브이로그라니..."


나는 뭔가 이상한 기분이 들었다.

그러면서 영상을 클릭했다.


"리하~ 안녕하세요! 인간 여러분, 리나입니다~ 오늘은 주변 사람들 갑자기 안아주고 반응 확인하기 몰카를 해볼 거에요! ㅎㅎ"

(리나는 심하게 떨리는 눈으로 주변을 둘러본다.)

"음, 어디보자.."

(후드를 뒤집어쓴 채 도망가는 사람을 보며)

"아! 저기! 저 인간이 좋겠어요!"

"안녕하세요!!!!!!! 잠시만 기다려주세요~ ㅎㅎ"

(리나는 엄청난 속도로 카메라와 함께 가리킨 사람에게 달려갔다.)



툭. 갑자기 카메라가 떨어지는 소리와 함께 화면이 보이지 않고 소리만 들린다.

찢어질듯한 남자의 비명 소리.

저항하는 몸싸움 소리가 들린다.


다시 화면이 켜지고, 망연자실하고 앉아 있는 후드티의 사람과 활짝, 기괴하게 웃고 있는 리나.


"아! 좋은 친구가 생길 것 같아요! ㅎㅎ 제 생각보다 훨씬 적극적으로 반응해주셨네요!"

"인터뷰를 좀 해봐야겠어요! 안녕하세요 인간님!"

"안돼안돼안돼안돼..안돼안돼안돼안돼......"

남자는 조용히 속삭이며 눈물만을 흘렸다.


"아! 너무 당황하셨나...? 뭐.. 저희는 다른 곳으로 가죠!"


나는 알 수 없는 역겨움과 혐오감 및 공포심이 몰려들었다.

"미친, 말도 안 돼... 시발..뭐야...? 진짜 감염된 거야..? 아니겠지..? 그냥 장난이겠지..? 미친.. 아.."

생각해보니 말이 안 된다.

감염 확산 3일 째, 이미 접촉 감염인 것은 보도되어 모든 사람이 확진자의 특성 및 감염 방법을 알고 있다.

그래서 웬만해선 밖으로 나오지 않는데, 애초에 브이로그를 찍으며 돌아다니는 게 말이 안 된다.


"잠깐.. 근데 공공기관이 거의 마비됐을텐데.. 어떻게 통신이 되는 거지...?"

"무언가..구원자라 부르는 그 사람이.. 어떤 손을 쓴 건가..?"

너무 혼란스럽다. 내 화면 안에서 벌어진 상황이 너무 어지럽다.

숨이 턱 막히고 눈 앞이 까맣게 변하는 느낌이다.

내가 혼란스러워하는 사이, 갑자기 들리는 리나의 말소리.


"음.. 왜인지 인간분들이 보이질 않네요.. 길거리엔 다 친구들 뿐이고.."

"아니면 제가 못 봤을 수도..? 인간 여러분들도 혹시나 보시면 꼭 알려주세요!"

"아! 저기 날아다니는 친구한테 도움을 요청해야겠어요!"

"날아다니면 더 넓은 시야가 보이겠죠?"

"거기 날아다니는 친구!! 여기에요!"

(어떤 인간 비스무리한 생명체가 리나를 잽싸게 낚아채고, 하늘로 올라간다.)


"와~ 여러분! 이거 보세요! 제가 하늘을 날고 있어요!"

"한강에서의 그 일 전에는 상상도 못 했던 일인데.. 다시 만나면 꼭 감사를 표해야겠어요!"

"이게 진화라는 걸까요? ㅎㅎ"

"아, 친구! 여기서 내려주세요~ 여기 제 팬분이 계신 거 같아서요 ㅎㅎ"

족히 15층은 되어 보이는 하늘에서, 리나가 추락했다.


그러나, 카메라에 다시 비친 그녀의 모습은 정말 멀쩡했다.


너무나도 두렵다. 눈 앞에 벌어지는 일들이.

"이 모든 게 꿈이 아니라 현실이라고...?"

나는 역겨움과 혼란스러움에 방송을 보는 것을 그만 두고, 휴식을 취하기로 했다.


...



방송을 끈 그 순간, 갑자기 리나의 목소리가 들린다.

"여기 근처에 팬분이 계신 거 같은데.."

"아! 저 파란 지붕 집이네요!"


순간 나는, 숨막히는 공포감에 압도되었다.

"파란 지붕 집, 팬, 설마..시발..진짜..말도 안 돼.. 이건 수칙서에서도 없었는데.. 왜..?"

그 순간 들리는 노크 소리.


(문을 약하게 두드리며)

"안녕하세요~ 리나에요~ 시청자 참여 컨텐츠 때문에 그런데 혹시 문좀 열어주실래요?"

나는 숨소리도 내지 않고 이불을 덮어 썼다.

(문을 강하게 두드리며)

(쾅쾅쾅쾅쾅)"안녕하세요~ 리나에요~ 시청자 참여 컨텐츠 때문에 그런데 혹시 문 좀 열어주실래요?"

"열어주시지 않는다면 실례를 좀 해야할 거 같네요~"


"하.. 저항하지 마시지.."


(문이 부숴지는 소리)

"안녕하세요, 구원을 받으신 시청자님! 혹시 저에게도 "수칙서"에 대해서 좀 알려주실 수 있을까요?"

(리나의 입 안에서 또 다른 리나가 나오며 기괴한 목소리로 내 귀에 속삭인다.)



"보시다시피.. 제 또다른 친구가 질투가 좀 많아서요~"

"운이 좀 안좋았다고 생각하세요~"




...






I-12. "리나" 라는 특수 개체의 방송을 절대 시청하지 마십시오.

시청하시는 순간 당신의 위치가 그녀에게 발각될 것이며, 당신은 저항할 수 없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