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8년 여름이었다.


근처 편의점에서 요깃거리를 사고 돌아오던 중이었다.


?


'기분 탓인가?'


거무튀튀한 아저씨들만 사는 빌라에서 돌연 어린아이들이 노는 소리가 들려오는 것 같았다.


'더위라도 먹었나..'


그러던중 집에 도착했고, 문에 붙어 있는 구인 전단에 눈길이 갔다.


['사람 구함'
'■■■만원'
...(생략)...
'■■■-■■■■으로 연락.']


'■■■만원?! 이렇게나 많이 준다고?'


취업에도 실패하고 부모님이 구해주신 자취방에서 빈둥거린 지 어언 2년. 언제까지고 부모님에게 손을 벌릴 수 없던 나는 재빨리 전단에 적힌 번호로 연락했다.


그때 전단을 자세히 봤어야 했다...


뚜르르르르-


'덜컥'


"여보세요? 전단지보고 연락드렸는데요."


"아, 네! 정말 감사드립니다! 저희가 인력이 지금 당장 필요한 상태거든요? 혹시 바로 오실 수 있으신가요? 위치는 저희가 알려드릴게요."


"네! 지금 바로 갈게요!"


"알겠습니다, 어디로 오시면 되냐면...."





연락하신분이 안내해 준 장소는 한 외딴 시골 동네였다.
구석진 곳에 있는 시골 마을치고는 규모가 매우 크고 여러 시설도 구비되어 있는 등 마치 시골과 도시가 서로 조화롭게 섞인 것과 같은 풍경이었다.


마을 입구에 차를 세우고 서 있자 이국적인 외모의 젊은 여성과 작은 키에 다부진 체격의 중년 남성이 다가왔다. 최근 유행하는 전통마을인지 뭐인건지 둘 다 한복을 입고 짚신을 신고 있다. 잠시 후, 중년 남성이 나에게 말을 걸었다.


"연락하셨던 ■■씨 맞으십니까?"


"네, 여기에서 대기하라고 하셔서..."


"정말 고맙습니다..!"


중년 남성은 나의 손을 꽉 붙잡으며 말했다. 그의 표정은 흡사 신을 영접한 신도의 모습이요, 어머니를 만난 아이의 모습이었다.
내가 당혹스러운 제스처를 취하자 민망했는지 손을 놓으며 말했다.



"으흠..! 그럼, 지금부터 ■■씨가 해야 할 일은 '나무를 지키는 것'입니다."


"나무를 지킨다니…. 정원사 같은 건가요?"


"아닙니다, 가면서 설명하겠습니다, 따라와 주시죠."


그는 나를 어디론가 안내하며 말을 이었다.



"저희 마을에는 어느 전설이 있습니다... 저도 자세히는 모릅니다만..
그 전설로 인하여 저희 마을 중앙에 있는 나무를 둘러싸고 무언가를 기린다는 의미에서 열두게의 불상을 세워두었습니다."


"무언가...요?"


"네, '무언가' 입니다. 신을 기리는 것인지 혹은 특정 인물 혹은 단체를 기리는 것인지 모릅니다마는.. 일단 무언가를 기리기 위해 세워진 것만은 분명합니다."


그는 한숨을 쉬며 말을 이었다.


"그런데 얼마 전 태풍이 불어 불상 하나가 파손되고 말았지요.
불상을 만드는 데에는 오랜 시간이 걸리기에 불상이 완성될 때까지
법력을 가진 무언가가 필요했고, 저희는 고명한 스님에게 부탁을 드려 불상이 완성될 동안 스님이 불상이 있던 자리에서 수행을 하기로 합의를 봤습니다.."


"...스님이 지키고 있으면 제가 할 일은 없는 것 아닌가요?"


".....스님이 지키고 있으시다면 그랬겠지요.."


때마침 마을 중앙의 나무에 도착했고, 나는 뭐라 형용할 수 없는 충격적인 광경을 보게 되었다.


"으아아아악!!"


시체였다, 어느 노인의 시체가 참혹하게 짓이겨져 나무에 매달려 있었고, 경찰이 그것을 옮기려 애를 쓰고 있었다.


"...어찌저찌 ■■씨가 앉을 수 있는 자리는 확보할 수 있었습니다.
경찰분들도 어느 정도 사정을 이해해 주시는 것 같더군요.."


순간 나는 속으로 비명을 질렀다. 말도 안 돼, 지금 저곳에 앉아 있으라고? 바로 위에서 짓이겨진 시체가 피를 쏟으며 지켜보고 있는 곳에서
불상이 도착할 때까지 수십 또는 수백 시간을 앉아있어야 한다고?
원망과 두려움이 섞인 눈으로 그 남자를 쳐다볼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그 잔인한 남자는 아랑곳하지 않고 말을 이어 나갔다.


"의식주는 전부 저희가 지원해 드릴 겁니다.
충격이 크신 건 저희 측도 잘 압니다. 그러나 이 사안은 저희 마을의 운명이 걸린 일이기도 한지라, 불행히도 귀하를 보내드리지는 못할 것 같습니다."


도망치려던 그 순간, 목뒤에 날카로운 무언가가 닿았다.


분명 그 여자이리라.


나는 순순히 녀석들에게 복종할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2시간 정도가 지난 후, 알바 첫 번째 날이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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