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우리 가족은 도호쿠지방에 살고 있습니다만, 어머니께서는 다른 지방의 D현 출신입니다.


그곳에서도 지도에도 나오지 않는 외딴 산골 마을인데, 어째서인지 어머니께서는 자신의 고향을 굉장히 싫어하셨으므로, 저는 그곳에 대한 기억은 없습니다.

(앞으로는 그 마을을 S마을이라 하겠습니다)


제가 고교 학생이었을 때 어머니의 고향에 대해 궁금증을 가졌고, 그 마을에 대해 알고싶어져 가출까지 감행한 적이 있었습니다.

(당시 사춘기를 극렬히 겪고 있었어서, 다분히 충동적이고 생각없는 행동이었습니다)


다행이라고나 할까요, 고등학생에 불과했던 저는 돈이 모자라 D현까지 가는 비행기표를 구할 수 없었고, 공항에서 아버지께 뺨 두 대를 맞은 후 집으로 끌려왔습니다.


이 이야기는, 그날 밤 아버지께서 왜 어머니의 고향에 가지 않는지 설명해주시며 알게되었습니다.


아버지가 저의 호기심을 막기 위해 지어낸 이야기일지도 모른단 생각이 강하게 듭니다만, 이렇게 게시합니다.

(가독성을 위해 아버지를 K, 어머니를 T라 칭하겠습니다.)


------------


T는 그런 산골 마을에서는 드문 미인이었습니다.


물론, 얼굴이 출중하다는 뜻도 있지만, 분위기라던지 말투가 우아한 편이라 마을에서 굉장히 인기가 많았습니다. 마을 어른들에게도 각별한 애정을 받았다 합니다.


K는 역사 전공으로, 방학 중 오지에 있는 마을에 보존된 전통 의식이라던지 풍습을 조사하기 위해 S마을에 방문했고, 그곳에서 T를 만났다고 합니다.


영화의 클리셰처럼, 처음에 마을 사람들은 외지에서 온 K를 그다지 반기지 않았습니다.


K는 특유의 친화력과 화술을 발휘하여 마을 사람들과 친해질 수 있도록 각고의 노력을 기울였고, 한 달 정도 거의 매일같이 S마을에 들려 마을의 허드렛일을 도와주는 등 갖은 노력 끝에 마을 사람들의 신임을 얻을 수 있었습니다.

(추측으로는, S마을에 대학을 졸업한 사람이 없던 점도 작용한 것인지도 모릅니다)


덕분에 K는 마을의 오래된 가옥 등을 연구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오래된 건물의 보존 상태가 좋아, K는 예상했던 것 보다 더 오랫동안 마을에 대해 연구하게 되었는데, 그 때 연구에 대한 것을 궁금해한 T가 K와 많은 시간을 보내게 되었고, 둘은 급속도로 친해지게 되었습니다.


K와 T가 시내의 한 카페에서 시간을 보내던 중, T가 K에게 은밀한 이야기를 꺼냈습니다.


"K씨, 사실, 마을의 어른들은 말하지 말라고 했지만... 혹시 K씨의 연구에 도움이 될 것 같은 것이 있어요."


"에, 정말요? 저는 좋지만, 그런데 제가 그걸 알게 되면, 혹시 T씨가 곤란해 지게 되는 건 아닌지..."


"괜찮아요. 우리 둘만의 비밀로 하면 되죠."


T는 S마을에서 10년에 한 번 열리는 '의식'에 대해 말하기 시작했습니다.


"우리 마을에서는, 10년에 한 번 달이 가장 밝고 큰 날에 의식을 해요.


마을에서 가장 현숙하고 빼어난 스무 살의 여자를 골라, 예쁘게 단장시킨 다음 '빈라오니'님께 바치는 의식이죠.


저는 바쳐진다고 생각하지만, 마을의 어른들은 빈라오니(紊鬼)님께 시집간다고 생각해요."


"그거, 꽤나 위험한 의식처럼 들리는데요."


"아뇨, 위험한 것 같지는 않지만....


저도 잘은 모르겠어요.


실은, 제가 이번에 빈라오니님께 바쳐지게 되었거든요.


그래서 말을 하는거에요.


어렸을 때, 빈라오니님께 바쳐진 G 언니는 의식이 끝나고 다시는 마을로 돌아오지 않았어요,


정말 그 빈라오니님께 바쳐진건지, 아니면 다른 곳으로 가 취직을 한건지..."


T는 무서운 듯, 어깨를 감싸며 잠시 떨었지만 잠시 뒤 안정을 찾았습니다.


K는 질문했습니다.


"'10년에 한 번 스무살의 여자를 바친다'라.... 마을의 규모가 크지 않은데, 그런 일이 가능한겁니까?"


"그래서인지 우리 마을에서는 딸을 낳는 게 미덕으로 여겨져요. 집집마다 딸을 둘 씩은 낳아요. 그것도 일정한 주기로."


"그렇군요...."


"그런데 그 의식이 바로 내일이에요."


"네, 네!?"


"K씨... 갑작스럽게 죄송하지만, 저를 도와줄 수 있나요?"


"목숨이 위험하지 않은 선에서야 도와드릴 수 있습니다만, 확실하게 도움이 될 것이라고는 장담을 못하겠군요."


"괜찮아요. 그저... 옆에 누군가 있다는 것 만으로도, 무섭지 않을 것 같아서요."


"T씨가 그렇게까지 말하신다면.... 그럼, 구체적으로 어떻게 도와드리면 되겠습니까?"


T가 말한 부탁은 이것이었습니다.


빈라오니에게 바쳐지는 여자는 의식이 끝날 무렵 마을의 장정 두 사람과 마을의 뒷편에 있는 산으로 올라가는데, 혹시 자신이 해코지를 당한다던가 수상한 곳으로 끌려가게 된다면 자신을 데리고 도망쳐달라는 것이었습니다.


K는 방안에만 틀어박혀 지내는 자신이 그 일을 잘 수행할 수 있을까 걱정되었지만, 당장 눈 앞의 미인이 떨고 있었으므로(진짜냐) 그 부탁을 들어줄 수 밖에 없었다고 합니다.


다음날, 예상대로 마을은 거대한 의식을 준비하는 사람들로 분주해졌고, K는 다행히 의식에 참관할 수 있었습니다.


의식을 준비한다기 보다는 마치 축제를 준비하는 것 처럼 보였다고 합니다.


의식 준비가 완료된 마을은 기묘한 분위기였습니다.


마을에 심어져 있는 대나무들에 수많은 형형색색의 테루테루보즈가 거꾸로 걸려 있었고, 마을 입구에서 신사까지 가는 길은 흰색의 천으로 장식되어 있었으며, 사람들이 그 길 바깥쪽에 서서 무언가 중얼거리며 기도하고 있었다 합니다.


그 이상한 광경에 K는 당장에라도 마을을 떠나고 싶었으나, 부탁받은 일이 있어 그럴 수 없었습니다.


잠시 뒤, 단장을 마친 T가 모습을 드러냈습니다.


마을 입구에서부터, 장정 두 명과 함께 천천히 걸음 옮겨가는데, 그 자태가 마치 천상의 천사같이 보여 K는 입을 다물 수 없었습니다.


그러나 매우 불안한듯, 연신 두리번 거리며 손을 떨고 있었습니다.


K와 눈이 마주친 이후에는 조금 안정을 찾은 듯 보였다 합니다.


듣기에 썩 좋지 않은 샤미센(일본의 현악기)의 가락이 울려퍼지고, T는 신사까지 천천히 걸음을 옮겼습니다.


노래가 이어질수록, 마을 사람들의 기도는 더욱 거세졌습니다.


마을엔 대나무가 가득하여 소리가 울릴 수 없을것인데, 이상하게 소리가 울리는 느낌이었다 합니다.


K와 T를 제외하곤 모두 이상한 기도문을 읊었습니다.


의식의 절차는 아주 간단했습니다.


신부가 길을 따라 신사까지 간 다음, 사당 앞에서 절을 두 번 하고 "서방님, 이 신부가 드디어 가옵니다"라고 말한 후, 뒷산의 입구까지 가는 것이었습니다.


K는 마을 사람들이 정신없이 기도문을 읊는 틈을 타, 몰래 T를 따라갔습니다.


예상대로, 얼마 지나지 않아 T 옆에 있던 두 장정은 갑작스레 T를 포박했습니다.


T는 비명을 질렀으나, 마을 사람들의 기도 읊는 소리가 너무 커서 비명이 묻히는 것 같았습니다.


K는, 거센 저항 탓에 어쩔 줄 몰라하는 장정을 제치고, T의 팔목을 붙잡아 뒷길로 달렸습니다.


마을의 조사를 하며, 산에서 시내로 내려갈 수 있는 길을 미리 봐둔 덕이었습니다.


체력은 바닥이었으나 달리기 하나는 자신있던 K였으므로, 거침없이 산길을 내려갔습니다.


그런데 이상하게, 낮에는 걸어서 20분 정도면 끝나던 산길이 이상하게 30분을 넘게 가도 끝나지 않았습니다.


중간에 너무나 지쳐, 두 사람은 잠시 걸음을 멈출 수 밖에 없었는데, 뒤에서 이상한 소리가 들려왔다 합니다.


"어- 어-디-가아-"


그것은 목소리보다도 쇠를 긁어 억지로 인간의 언어에 맞췄다는 느낌이었습니다.


K는 직감적으로, 위험한 것이 다가오고 있다는 것을 느꼈습니다.


뒤를 돌아보니, 달빛이 밝았음에도 빠르게 어둠이 지고 있었습니다.


그 어둠에 삼켜진다면, 돌이킬 수 없단 생각이 들었기에, K는 억지로 체력을 끌어올려 T와 다시 산길을 내달렸습니다.


T는, 평소엔 지나치게 활달했으나, 이상하게도 자꾸 다리에 힘이 풀려 종국엔 K의 등에 업히게 되었습니다.


K는 숨이 너무 차올랐지만, 속으로 관세음보살을 계속 읊으며 정신을 붙잡았습니다.


문득 뒤를 돌아보니, 마을 사람들이 횃불을 들고 무섭게 두 사람을 쫓아오고 있었습니다.


그들은 뭐라 알 수 없는 말을 토해내며, 눈이 벌게져 무서운 속도로 쫓아왔습니다.


개중엔 네 발로 기는 사람까지 있었다 합니다.


K는 독실한 불자였는데, 자신이 아는 모든 부처님의 이름을 뱉으며 무사히 돌아갈 수 있게 염원했다 합니다.


기도가 통한 것일까, K는 얼마 지나지 않아 시내의 불빛을 볼 수 있었습니다.


이상하게 마을 사람들은 시내로는 들어오지 못하고, 떠나는 K와 T를 보며 울부짖었습니다.


그 뒤로는 뻔한 이야기 입니다.


K는 T를 자신이 살던 지방까지 데려와 정착할 수 있게 도움을 주고, 그 인연으로 둘은 결혼까지 하게 되었습니다.


우스갯소리로, 아버지는 종종 "T는 어떻게 보면 이혼녀라 할 수 있지~"라고 말하시고는 합니다.


물론, 그런 말을 할 때마다 어머니께 뒷통수를 세게 얻어맞지만...


어머니는, 마을의 뒷산에서 무슨 일을 당하기 직전, 위쪽에서 섬뜩한 형체를 목격했다 합니다.


비정상적으로 키가 크고, 팔다리가 늘어진 괴이한 생명체처럼 보였다 합니다.


어두워서 그 모습은 온통 검정으로 보였다 합니다만, 자세히 보려 한 순간 옆에 있던 장정 둘이 몸을 붙잡으려 해 어쩔 수 없이 탈출에 주력했다 합니다.


설마, 이런 허무맹랑한 이야기가 온전히 실화일리는 없겠습니다만, 왠지 섬짓하고 흥미로운 이야기라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