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을 읽을 즈음에는 이미 장례식이 끝났으리라.
나는 나의 아들 셋과 딸 둘, 그리고 하인들에게 내가 소유했던 모든 재산을 상속한다.
여기 적힌 내용을 꼼꼼히 읽고 확인하여 시비가 없도록 가지거라.
내 딸들은 아비를 성심껏 부양하고 훌륭한 인품과 재능으로 우리 집안을 부흥시켰으니 그에 합당한 유산을 내린다.
맏딸의 유산은 시골 목초지 □□□ 헥타르이다.
맏딸만 읽을 것
너를 보는 것도 꽤 오랜만이구나.
내가 고향으로 돌아오기 전 무슨 일을 했었는지 아느냐.
방방곡곡 돌아다니며 온갖 짓을 했지만 가장 좋았던 건 목장 일이었다.
목장주는 내 할아버지뻘 되는 친척이었는데 수백 킬로미터 떨어진 곳에서 전화를 걸어댔지.
그가 실종된 후 목장은 내 차지가 되었고 겁 많은 촌뜨기 일꾼들은 모두 달아났다.
내가 떠난 이후로는 믿을 만한 친구가 맡아 관리해 주었다.
네 남편은 성실한 농부지만 머리는 잘 돌아가지 못하는 듯 보이더구나.
그에게는 자기 땅이 있으니 목장 운영은 네게 맡기는 게 좋겠다 생각했다.
목장에 정상적으로 진입할 수 있는 길은 하나뿐이다.
고향 마을 나가는 길을 따라 무조건 왼쪽 갈래로만 가다 보면 약 13일 후 울타리가 보일 것이다.
그 너머의 작은 오두막이 네가 생활할 집이다.
목장의 정확한 모양과 넓이는 확인할 수 없다.
측량이 불가능할 뿐더러 공간 자체가 끊임없이 변화하고 있다.
목장을 일주일 이상 떠나 있지 말거라.
땅은 필요하다면 언제든 너를 영원히 나올 수 없게 가둘 수 있다.
소를 풀어놓든 말을 키우든 마음대로 해도 되지만 사람을 고용해서 관리시키거라.
너는 더 중요한 일을 해야 한다.
매일 일찍 일어나 먹을거리를 충분히 챙겨서 밖으로 나오거라.
너는 목장의 끝인 큰 흰색 울타리를 찾을 때까지 걸어야 한다.
울타리를 찾는 데는 보통 3시간에서 3일 정도 걸린다.
(이 시간은 얼마든지 길어질 수 있음을 명심해라.)
기본적으로 목장은 안개가 낀 드넓은 초원의 모습이다.
(바깥이 다른 풍경으로 보인다면 그날은 절대로 밖에 나가지 말거라.)
네가 다니면서 일꾼들의 가축과 만날 일은 거의 없을 것이다.
무리에서 혼자 떨어진 양을 본다면 조용히 자리를 뜨는 게 상책이다.
초원은 고요하고 평화롭게 움직이고 있다.
일반적으로 느닷없이 크게 들리는 소리는 좋지 못한 징조이다.
나 자신 혼자밖에 없는 대평원에서라면 더더욱 그렇다.
멀리서 찢어지게 높은 소리가 들린다면 그 반대 방향으로 달리거라.
나무 한 그루가 나타날 때까지 달려야 한다.
(조급해할 필요 없다. 네가 뛰는 한 어떤 위험도 없다.)
그 나무에 올라가 소리가 사라질 때까지 기다리거라.
귀가 먹먹해질 정도로 크게 웅웅거리는 소리가 들린다면 위를 보아라.
하늘에 거대한 크기의 장막이 드리워져 있을 것이다.
최대한 빨리 그것의 그림자에서 벗어나야 한다.
충분히 멀어졌다면 바닥을 보면서 가면 된다.
바이올린 연주가 들린다면 귀를 막고 몸을 낮추거라.
그 소리를 들을수록 더 네 몸을 통제할 수 없게 된다.
그 소리에 대한 생각조차 하지 말아야 한다.
크게 노래를 불러서 생각을 돌리는 것이 효과적이다.
만약 사람의 목소리가 들리면 그 목소리가 말하는 대로 따르거라.
그들은 이 목장에서 죽은 사람들이다.(대부분 네 먼 친척들일 게다.)
네가 모르는 위협을 알려 주겠지만 그때는 신체 부위의 희생을 각오해야 한다.
초원의 날씨는 흐리다.
안개가 짙어지면 그 속에서 사람이 보일 때가 있다.
그와 적당한 거리를 유지하며 대화를 시도하거라.
그가 하는 말을 알아들을 수 없거나 앞뒤가 맞지 않는다면 무시해도 괜찮다.
안개가 만들어낸 허상일 뿐이다.
하지만 일반적인 대답이 돌아온다면 그는 네게 다가오는 중이다.
그와 대화를 이어나가며 목소리가 들리지 않을 때까지 뒷걸음질 치거라.
안개가 걷히기 전까지는 항상 주위를 경계해야 한다.
발걸음 소리를 귀기울여 들으면 도망칠 방향을 알 수 있다
초원에 비가 내릴 때가 있다.
비가 그치지 않고 계속 내릴수록 빗줄기는 굵어진다.
마침내 초원에 물이 차오르기 시작하면 몸을 가볍게 하거라.
물이 점점 불어나 너는 파도에 휩쓸리고 번개가 내리칠 것이다.
너는 해변가의 모래사장으로 쓸려올 것이다.
(흰색 울타리는 물 아래에 있다.)
작은 부두에 정박한 어선에서 한숨 자면 네 집 침대에서 깨어날 것이다.
초원을 걷는 일은 대부분 지루하다.
새로운 게 보인다고 무작정 다가가지 말아야 한다.
온몸에 망토를 뒤집어쓰고 연극 가면을 쓰고 있는 이들을 제일 많이 볼 수 있다.
그들은 서너 명씩 무리를 지어서 어딘가로 가고 있을 것이다.
네가 있어도 아무 신경도 쓰지 않겠지만 소리를 내는 건 금물이다.
그들을 따라간다면 20분 내로 흰색 울타리를 찾을 수 있을 게다.
다른 일행 없이 혼자 있는 자도 있는데 이때는 굳이 다가가지 않는 편이 낫다.
(그는 버림받았거나 여기 처음 왔다. 어느 쪽이든 네게 좋지 않다.)
당연한 말이지만 그들을 해치지 말거라.
그들은 영원히 산다.
가끔 망토나 가면이 떨어져 있는 게 보일 때가 있다.
그들의 맨몸을 보지 않도록 눈을 감고 도망치거라.
곧 울타리에 부딪칠 테니 안심하거라.
네 다리로 기어다니며 괴상한 소리를 내는 인간들은 빠르고 성질이 포악하다.
그들은 한때 인간이었지만 지금 그들의 지능은 가축 수준으로 떨어졌다.
네가 발을 구르고 소리치면 알아서 도망간다.
만약 그들의 수가 십의 자리 수 이상이라면 목동이 보일 것이다.
목동은 키가 굉장히 크고 지팡이를 가졌다.
그때는 너 역시 사족보행을 하며 그의 의심을 피하거라.
그들의 소리를 흉내내며 천천히 멀어져야 한다.
멀리서 검은 먼지구름이 보인다면 웅크리고 네 머리를 보호하거라.
네 몸이 공중에 뜨는 느낌이 들 테고 옷 속으로 그들이 기어들어올 게다.
네 몸의 모든 구멍을 막아야 한다.
혼자 남겨진 너를 도와줄 사람은 아무도 없다.
네가 지치고 목말랐을 때는 네 눈앞에 건물이 나타난다.
창문이 없는 빨간색 헛간으로 들어가면 암흑이 너를 감쌀 게다.
어둠 속에서 기다리면 131개의 눈이 너를 쳐다보고 있을 것이다.
네 조상들이니 예의를 갖춰서 네가 가진 공포를 상세하게 털어놓거라.
그들이 흘리는 눈물을 받아 마시거라.
밖으로 나오면 비가 내리고 있을 것이다.
네 집처럼 보이는 것에 절대로 들어가지 말거라.
들어가려는 욕구를 최대한 억누르고 계속 나아가야 한다.
울타리를 찾는 동안 초원에 밤은 없다.
걷던 중 주위가 깜깜해지면 무슨 수를 써서든 구덩이를 파야 한다.
흙더미 아래로 숨지 못했다면 반듯하게 눕거라.
심연 속에서 빽빽이 모인 수만개의 손들이 너를 향해 뻗어내려오는 모습을 보며
그들이 너를 붙잡지 못하기를 기도하거라.
밤이 없다는 말은 해질녘도 없다는 뜻이다.
노을이 보일 때가 이곳에서 가장 밝다.
태양이 땅으로 떨어지고 있으니 온 힘을 다해 빛에서 도망치거라.
네가 찾은 흰색 울타리는 지평선을 따라 끝없이 늘어서 있을 것이다.
그 바깥에는 그저 숲일 뿐이다.
울타리에 무너진 부분이 있는지 확인하며 가다 보면 집이 보인다.
(무너진 울타리는 반드시 고쳐야 한다.)
그때부터는 모든 게 정상적으로 돌아갈 것이다.
다음날까지 네 평범한 일상을 보낼 수 있다.
여기 쓴 일이 자주 일어난다고 생각하지는 마라.
조상들이 아주 오랜 시간 동안 조금씩 쌓으면서 대대로 내려온 지식들이다.
내가 알아낸 것은 많지 않다.
몇 개는 살아 있는 사람들에게서, 몇 개는 죽은 사람들에게서 들었다.
하지만 아직도 우리는 이 목장의 불확실함을 밝혀내지 못했다.
나는 초원에서 산 만한 크기의 두개골, 하늘 높이 솟은 기둥, 공중에 떠 있는 사자갈기해파리 등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것들을 수없이 보았지만 부끄럽게도 그냥 도망쳤다.
언젠가는 몇 달 동안 똑같은 풍경의 초원을 걸어가며 이루 말할 수 없는 슬픔에 잠겼다.
너도 그런 경험들을 할 게다.
너도 조상들처럼 이 불행한 땅을 조사하다 죽겠지.
너도 초원의 비밀들에 한 발짝 더 다가서겠지.
느리지만 확실하게 말이다.
행운을 빌겠다.
말딸에게 주는 유산 어디갔어요?
분명히 말딸이었는데
말딸이었음? - dc Ap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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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한테 주는 유산은 트랩, 보상 적절히 섞여서 읽을만 했는데 이건 트랩 밖에 없어서 전보다는 재미가 덜함
너무 무지성 즉사 느낌인가 쩝
망토쓰고 연극 가면 쓴 사람 둘째 아들에서 나온 거네.. 이게 이렇게 이어지노 막내 아들이랑 막내딸도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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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세계관은 자살해도 못 도망갈듯..
진짜 보면 볼수록 보상이 너무짜다 ㄹㅇ 개 부자아니면 니미 씨발 하고 걍 비행기타고 이민갈듯
울타리 찾는데 3달 걸려도 다음날 되면 다시 울타리 찾으러 가야되는거임?
하루마다 최소 3시간 좆되면 몇달씩은 걸어야하고 뻑하면 뒤지는데 이건 딸이 존나 미워서 저주내린거 아니냐 하루걸러 하루 쉬지도 못하고 저만큼 걸으면 초원에서 무슨 일 일어나는 것보다 종아리 터져 뒤지는게 빠를거같은데 저걸 견딜 육체면 뭘 만나도 트라이앵글 초크 걸면 다 조질듯
불쌍해
그들이 옷 안으로 기어들어오니 모든 구멍을 막아야 한다는데 여자면 중요부위랑 생식기관은 어떻게 막음?
ㅓㅜㅑ
그래도 컨셉 진짜 맘에 듦 유산으로 물려주면서 부조리한 것 같아도 안하면 좆된다는게 ㄹㅇ 취저임
아니 ㅆㅂ 안받을래요. 아버지 남녀차별이냐구요
이거 닼던생각나네 거기도 농장 저래됐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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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이 페미에다가 지 아빠 비상금 다 훔친거 같음 그게 아니면 저럴수는 없어 - dc App
그럼 맏딸은 죽을 때까지 저기에 살아야 하는건가 ㄷㄷ
대체 아버지는 자식들을 얼마나 미워한 것일까
지금 읽었는데 개끔찍하네 역시 애비를 죽여야
개같이 상속포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