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습니다, 좋아요...아니, 사실 좋지 않지만...일단 침착합시다.


선생님 성함이...아, 네. 저는 그냥 김씨라고 불러주시죠.


죄송하지만 저희는 어딜 가도 함부로 본명을 알려주지 않습니다, 섭섭하게 생각마시죠.


아무튼, 진정하고 제 말 잘 들으십시오. 여기서 소리 지르거나 그래봤자 죽기 딱 좋을 뿐이니까.


저희는 지금 인간 도축장이라는 곳에 납치된 상태입니다.


아뇨, 농담 아니에요. 어떤 바보가 농담 한 번 하자고 수갑에 안대까지 찬답니까?


저는 원래 여길 감시, 조사하던 요원입니다. 그러다가 뭐...일이 좀 틀어졌죠.


선생님께 일어난 일은 정말 뭐라 할 말이 없습니다. 죄송합니다.


여길 조사해서 폐쇄할 방법을 찾는 게 저희 임무였는데, 네...일이 좀 많이 틀어졌죠.


여하튼 여길 탈출하는 방법은 제가 알고 있으니, 일단 진정하고 차분하게 들으세요.


흥분해봤자 도움 하나도 안 됩니다. 시간이 많지 않으니 빨리 시작하죠.


우선, 저희는 지금 인간을 납치해서 도축하는 목장 겸 도축장에 있습니다.


우리가 소나 돼지 잡아먹듯이, 저것들은 저희를 전문적으로 키우고 잡아먹는단 말입니다.


가축...그러니까 여기에는 두 가지, 아니 세 가지 부류의 인간이 있습니다.


첫째, 저희처럼 납치당해서 바로 도축당하는 부류.


둘째, 숫자를 유지하기 위해 종마로 쓰는 부류.


셋째, 여길 관리하기 위해서 일꾼으로 쓰는 부류.


일단 저희가 어느 부류인지는 굳이 말 안 해도 되겠죠?


여길 탈출하려면 저희는 둘 중 하나의 부류가 되거나, 아니면 어떻게든 감시를 뚫고

탈출해야 합니다. 둘 다 어렵기는 매한가지죠.


일단 둘 중 하나가 되는 건 포기합시다. 그러기엔 이미 너무 늦었어요.


거기에 그 둘 중 하나가 된다고 해서 좋을 게 하나 없습니다.


종마로 선택받으면 남자는 죽을 때까지 그...액체를 뽑히고, 여자는 끝없이 임신 출산을 반복하는 

고깃덩어리가 됩니다. 선생님은 남자이니 그나마 다행이지만, 그 뽑히는 것도 다 기계로 하더군요.


그리고 무엇보다도, 그 과정에 쉬는 시간 따윈 없습니다. 쾌락 따윈 전혀 못 느낄 겁니다.


세 번째 부류...그러니까 그건 여기에 영구적으로 남아서 일꾼으로 쓰이는 사람들입니다.


물론 일꾼인 상태에서도 탈출을 시도할 순 있고, 훨씬 일이 쉬워지겠지만, 애석하게도

그러기엔 시간이 너무 촉박합니다.


네, 저희는 이미 도축용으로 찍혔어요. 뭘 해보기도 전에 도축당할 겁니다.


...도축 과정이요? 별로 듣기 좋은 내용은 아닌데요.


뭐, 소나 돼지 잡을 때랑 똑같습니다. 대신 조금 더...잔인하죠.


저희는 소돼지 잡을 때 최대한 고통을 안 주고 죽이지만, 저것들은 반대로

최대한의 고통을 주면서 죽이는 걸 선호합니다.


아마 저희랑 달리 좀 더 딱딱해진 고기를 먹는 걸 선호하나보죠.


아무튼 중요한 이야기로 넘어가서, 여길 탈출하는 방법 말입니다.


우선 이 안대랑 수갑을 어떻게든 풀어야합니다, 그것부터가 시작이에요.


풀리십니까? 아마 한 번에 되진 않을 겁니다. 최대한 빨리 하시죠, 전 거의 다 됐습니다.


자, 저희의 최종 목적지는 쓰레기 분리수거장입니다.


정말 드러운 짓이지만- 저희는 분쇄된 인간 쓰레기 사이에 껴서 분리수거장으로 가야 합니다.


저것들도 인간의 모든 부위를 먹는 건 아닙니다. 남은 부위는 분리수거장으로 보내는데,

여기에 껴서 가면 바깥으로 탈출할 수 있습니다.


그럼 이제 거기까지 가는 게 문제에요.


우선 여기 시설은 정말 더럽게 넓습니다, 어지간한 공장 단지만큼 크다고 생각하세요.


구역은 크게 1, 2, 3구역으로 나뉘는데, 저희는 지금 1구역에 있습니다.


그리고 빌어먹을 분리수거장은 3구역에 있고요. 네, 저희는 걸어서 거기까지 가야합니다.


문제는 여길 돌아다니는 것들한테 붙잡히면 안 된다는 거예요.


우선 아까 말했던 일꾼들 있죠? 그들은 같은 인간으로 보지 마세요.


보통 여기서 오래 일한 일꾼들은 세뇌 과정을 거쳐서 인간성이 거의 남아있질 않습니다.


발각되자마자 경보를 울릴 거예요. 그럼 바로 끝장이고요.


다만 세뇌를 빡세게 받은 탓에, 생각이 단순하고 행동도 느릿느릿합니다.


...뭐, 몇몇 놈들은 자의로 일하는 터라 무작정 안심할 순 없지만요.


일꾼들은 목에 방울을 달고 있어서, 움직이는 동안 소리가 납니다.


그러니 종소리가 들린다 싶으면 근처에 있는 거니까 바로 숨으세요.


혹시나 싶어서 말하는데, 일꾼이랑 싸울 생각마세요. 세뇌 작업만 받은 게 아니라서요.


또 혹시 싶어서 말하겠는데, 여기에 선생님이 아는 사람을 만나더라도 무시하세요.


저희 힘으로는 아무도 구할 수 없습니다. 그걸 명심하세요.


다음으로 위험한 것들은 백정들입니다. 사실 이것들이 제일 위험해요.


보면 딱 알 겁니다. 왜 여기 잡혀온 사람들이 아무것도 못하고 당하는지를.


걸어다니는 초거대 소, 돼지 괴물이 보이면 무조건 도망치세요. 숨지 말고요.


왜냐고요? 그것들은 후각이 엄청나게 뛰어납니다. 어느 정도냐면, 이 썩은내 나는

도축장 내에서도 민감하게 냄새를 맡을 줄 알아요.


어느 정도로 민감하냐면, 놈들은 후각만으로 도망치는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을 구별할 수 있습니다. 


원리는 저도 모릅니다. 다만 10미터 이내로 가까이 가면 바로 추격당할 거라는 것만

알아두세요.


다행히 놈들은 느려터지고 멍청하지만, 문제는 놈들이 데리고 다니는 사냥개에요.


아뇨, 개라고 해도 진짜 개는 아니에요. 사람입니다, 그것들도.


...그 꼴이 되어서도 사람이라고 부를 수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백정이 사냥개를 풀면 그 뒤엔 어떻게든 3동까지 죽어라 뛰는 수밖에 없어요.


사냥개로 개조당한 인간들은 더럽게 빠르고 지치지도 않아요, 선생님 발이 느리면

그것들한테 1분도 못 버티고 잡힐 겁니다. 


그러니 최선은 들키지 않고 3동까지 가는 겁니다.


1동은 도축동, 2동은 목장, 3동은 판매 및 처리장입니다.


2동은 비교적 상황이 낫습니다만...거기서 뭘 보게 되더라도 너무 놀라거나

충격받지 마세요.


인간이 인간 취급을 못 받는 꼴이 보기 나쁘다는 건 저도 압니다.


그래도 도와줄 방법도 없고, 만약 풀어줬다간 바로 경보가 울릴 테니

그냥 무시하고 최대한 자연스럽게, 빠르게 빠져나가세요.


저랑 같이 갈 테니 경로는 설명 안 해드려도 되겠지만...


아, 혹시 모르니 가르쳐달라고요? 알겠습니다.


2동은 계단도 없는 드넓은 목장만 있습니다. 말그대로 실내 목장입니다.


거기에 몇 가지 시설이 있긴 하지만, 대부분은 인간을 가둬놓고 기르는 곳이에요.


...뭐, 그런 질문은 탈출에 별로 도움이 안 될 것 같지만...


당연하지만, 가축으로 쓰기엔 인간의 성장 속도는 너무나도 느립니다.


그래서 놈들은 어떤 장치? 를 써서 인간을 강제로 성장시킵니다.


고작 1년도 안 지나서 아기가 성인이 되더군요.


하지만 당연하게도 그렇게 어른이 된 인간은 멀쩡하지 않습니다.


지성도 없고...그냥 몸만 커버린 아기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아무튼 목장에는 백정은 없고, 일꾼들만 잔뜩 돌아다닐 겁니다. 그걸 이용해야 해요.


잘 살펴보면 일꾼들이 입다가 버린 옷이 떨어져있는데, 그걸 주워서 입으세요.


그럼 놈들도 별 의심 없이 선생님을 일꾼이라고 인지할 겁니다.


물론, 눈에 띄는 행동은 금물입니다. 발각되는 순간 포위 당할 거예요.


2동은 길이 어렵지 않으니 본 통로를 써도 되지만, 위장을 하지 못했다면

환풍구를 통해 3동으로 갈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환풍구로 가는 건 플랜 B입니다.


환풍구 내부에 뭐가 있는 건 아니지만, 그 안을 기어다니면 필연적으로 큰 소음이 납니다.


일꾼들의 주의를 끌게 될 텐데, 잘못하면 그 안에서 오도가도 못하고 잡히게 될 겁니다.


아무튼 이 방법 둘 중 하나를 써서 3동으로 가면...거기서부터 진짜 문제가 시작됩니다.


3동 내부에는 일꾼은 없고 백정이 많습니다. 그런데 내부 구조가 복잡하고 좁아서,

놈들하고 맞부딪힐 일이 잦습니다. 


무엇보다도 3동에는 인간이 직접 들어갈 일이 없어요.


돌아다니다가 발각되면 바로 추격 당할 겁니다.


3동은 운하고 시간이 관건입니다.


최대한 백정하고 마주치는 일은 피해서, 어떻게든 3동 가장 안쪽에 있는 

분쇄실로 들어가야 해요.


분쇄실 내부에는 시체- 고깃덩어리가 어마어마하게 쌓여있을 텐데, 

중요한 건 이미 갈려나간 쪽에 숨어들어가야 한다는 겁니다.


절대로 비교적 멀쩡한 쪽으로 들어가지 마세요.

그 안에 한 번 들어가면 자력으로 빠져나오는 건 불가능하고, 곧장

분쇄기로 들어가서 갈려나갈 겁니다.


어떻게든 밖으로 나가면 저희 요원들이 도와줄 거예요.


근데, 아직도 수갑 못 푸신 겁니까? 정말 시간이 없단 말입니다.


...뭐?


아니, 잠깐, 너 씨발 설마-


안 돼, 안 돼, 기다려, 기다려 씨발! 안 돼!!


제발, 누구 들리는 사람 있나!? E5 상황이다!! E5!!


정보가 유출됐다!! 놈들이 탈출법을 알았다, 반복한다, 정보가 유-
























인간 목장 담당관, 김혁준의 사망 확인.

더해, E5 상황 발생으로 기존의 탈출법이 모두 무력화되었음.

담당관을 새로이 배정하고, 새로운 탈출법을 개발할 것.

















기존에 쓴 것들


https://gall.dcinside.com/napolitan/7916 (지금 당장 옷을 벗어)


https://gall.dcinside.com/napolitan/7956 (창꼬 관리를 부탁하마)


https://gall.dcinside.com/napolitan/8266 (후방 20미터, 접근 중입니다.)


https://gall.dcinside.com/napolitan/8575 (전파 테러 대처 수칙서)


https://gall.dcinside.com/napolitan/9438 (엄마의 유언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