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야우중 (1)
秋夜雨中
秋風惟苦吟,
擧世少知音.
窓外三更雨,
燈前萬里心.
-孤雲 崔致遠
가을 바람 괴로이 읊는 맘,
세상에 내 속을 아는 이 없고.
창 밖에는 늦은 밤비,
등불 앞 만 리 떨어진 마음.
-고운 최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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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날 같이 밥을 먹었던 친구는 자퇴/휴학생들의 학적을 정리하라고 공문이 내려와서, 그렇게 처리를 했다고 말해줬다.
- 니가 돌아올 줄은 몰랐는데.
- 돌아왔다, 어쨌든.
- 선생님들 뵈러가면 간간히 니 얘기 꺼내셨으니까…
- 택도 아닌 소리한다. 언제 신경이나 썼나?
- 잘못이라고 생각하고 계신 분도 있어.
- 허… 그 뭐 언젯적 일 가지고.
- 나는 오죽했겠냐?
그 날 먹은 칼국수는 김치 맛이 일품이었다. 짭쪼름한 걸 먹고, 우리는 커피를 마셨다. 내가 담배를 꺼내들거라고 생각했는지 거리를 두고 앉으려는 게 재밌었다.
- 자포자기하는 건 좀 그랬어.
- 살아야지. 산 사람은.
- 하고 싶은 거 많았잖아, 니.
- 지나갔다, 다…
- 마음 쓰지마라, 이제는…
- 요즘도 계속 글쓰냐?
생각해보면 녀석과 나의 인연은 소설 동아리에서 시작되었다. 그렇지 않았다면 친해질 수 없었으니까. 예술대학 앞 벤치는 적당히 고즈넉했다. 무언가 일어났던 곳이라고 하기에는 너무나도.
- 주구장창 썼다가 지웠다가… 반복이지.
- 글쓰는 애들이 다 그렇지, 뭐.
- ‘거의’ , 라고 해줘.
- 아…
- 니는 마감은 잘 지켰잖아.
- 자랑스럽긴 해?
- 나는… 모임 당일 오전에 올리고 그랬으니까.
날이 좋아서 슬펐다. 없는 계절이 되었던 봄과 여름을 생각하려니 담배 생각이 나서 일어섰다. 눈짓을 하는 친구에게 손사래를 치며 나는 서너 걸음 정도 떨어져서 불을 붙혔다. 녀석은 얼굴을 찌푸리더니 고개를 내저었다.
- 아직도 피냐?
- 쉬운 거 아냐, 끊는 게.
- 어지간히 펴댔어야지.
- 하… 맞다.
- 지원 선배가 니 저번에 정문에서 피는 거 봤대.
- 맙소사. 아직 졸업 안 하셨대?
그 언니, 대학원 휴학하고 근처에서 자취하면서 쉬고 계셔. 그 양반은 또 왜 그런다냐? 나도 모르지. 정도의 대화가 오갔고, 단어 사이 사이로 연기를 내뿜으며 나는 고개를 돌려 침을 밭고 담배를 털었다.
- 이제 시간 얼추 다 됐다.
- 재학생으로 만나자, 다음 학기부터는.
어이없다는 표정으로 물끄러미 쳐다보는 시선 앞에서 우스꽝스럽게 몸짓을 하며, 나는 녀석이 일어나기를 기다리고.
- 털어라, 어깨에 묻었다.
- 어.. 그래.
- 내 아직까지도 명부에 있제?
- 나는 그래서 볼 때 마다 어이가 없다…
다 먹은 커피를 툭, 하고 쓰레기통에 던져 넣고선 (또 놔두고 가려고 했제? 란 핀잔을 괜히 듣고야 만 것이다) 녀석을 배웅해주러 다시 인문대학으로 걸어갔다. 가을이었고, 다시 돌아가 서류 더미에 파묻혀 있을 친구가 조금은 부러워졌다.
- 써놓은 거 있으면 보내라. 읽어줄게.
- 억까할라고?
- 어.
- 간다.
- 다 정리된 거 맞지?
걱정하는 듯한 말에, 애매한 미소를 띄우며 나는 손사래를 치듯이 인사를 건넸다.
- 마지막이다, 이래 징징대는 것도.
- 음음…
- 이칸다, 또. 간다.
사람을 만나러 나온 게 너무 오랜만이어서, 다시 돌아가봐야만 할 것 같은 기분이 들었기 때문에. 해가 지기 전에 그림자에 따라 잡히지 않으려 나는 더 빨리 걸었다.
문학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