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고 순간 정신을 차렸다.

여기가 어디지?


마치 안개가 자욱히 감싸고 있는 듯이 주변이 어둑하고 흐릿하다.

무언가 생각해볼 틈도 없이 등 뒤에서 이해하지 못할 괴성이 들려온다.


이에 나는 생각할 겨를도 없이 등 뒤로 올라오는 소름을 뒤로 하고 앞으로 내달리기 시작했다.

있는 힘껏 달리고는 있었지만 마치 다리가 내 것이 아닌듯 다리가 땅을 박차는 감각은 미약하기만 하다.


그렇게 비틀거리며 몽롱한 느낌으로 어두운 공간을 얼마나 달렸을까

어느 순간 공간이 잘리기라도 한 것처럼 갑자기 절벽이 나타났다.

넋 놓고 달리다가 떨어질 뻔했다.


힘이 제대로 들어가지 않는 다리로 억지로 멈추어서려 안간힘을 쓰다 차라리 옆으로 넘어진다.

땅바닥을 구르고 또 구르지만 다가오는 통증과 어지러움은 이상하게도 없다.

마치 마취를 당한듯이 모든 감각이 흐릿하고 몽롱하다.


절벽 바로 앞에서 겨우 멈추어 쓰러져 있던 나는 고개를 움직여 그동안 내가 달려온 길을 바라보자 그동안 들려왔던 괴성의 정체를 알 수 있었다.


마치 검은 안개와 같이 이루어진 거대한 그것은 주변의 흐릿한 형상들을 먹어치우며 몸을 불려 수없이 끔찍한 형상으로 계속해서 모습을 바꾸며 나에게 저 멀리서부터 다가오고 있었다.


검은 안개에서 줄기 줄기 나오던 가느다랗게 피어오르던 연기 가닥이 언뜻 눈, 머리카락,이빨, 가시, 찢어진 입 과 같은 형상을 드러내며 어떠한 모습을 드러내는가 싶더니 다시 연기로 되돌아가기를 반복하며 저 멀리서 이해할 수도 없는 괴성을 내지르며 다가오고 있었다.


내가 미치기 일보 직전 억지로 시선을 돌려 주변을 둘러보니 여기 저기 공간이 잘려 나간 듯이 다른 풍경들이 보인다.

발밑에는 절벽이 머리 위에는 어두운 병원 복도가, 오른쪽에는 어딘지 모를 아파트의 엘리베이터가, 왼쪽에는 검은 형상의 도시가 보인다.


왠지 모르게 익숙해 보이는 저 멀리 도시의 풍경을 자세히 바라보니 한 아이가 도시의 입구에 서서 나를 바라보고 있는 것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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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언가 익숙하다..


저 멀리서 정체 모를 것이 시시각각 가까워지고 있는 급박한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나는 아이의 얼굴을 자세히 보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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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아이의 이목구비는 뚜렷해지지는 않았지만 순간적으로 알아챘다


깨달음과 동시에 물에 떠오르는 듯한 기묘한 부유감을 느끼기 시작했다.

나는 웃으며 절벽 아래로 뛰어내렸다.


아찔한 허공이 나를 반긴다.

떨어지며 휙휙 밀려 올라가는 흐릿한 어두운 풍경 사이로 안타깝다는 듯이 저 멀리서 울부짖는 광기의 괴성이 어렴풋이 들려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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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꿈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