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은 처음 보는 이상한 장소에서 정신을 차렸다.


여긴 어디?

나는 누구?


이런 뻔한 걱정들을 할 때가 아니다.

왜냐하면, 당신은 베테랑이니까.


오히려 조금 신이 나기도 했다.


"나폴리탄 괴담 갤러리", 서로 괴담을 창작해 쓰고 공유하던 사이트. 

열심히 활동하던 회원이던 당신은, 주변에 희뿌옇게 깔린 안개와 앞에 놓인 안내판, 안내판 밑의 작은 박스를 보고 입이 찢어져라 웃기 시작했다.


드디어 나도 직접 이런 걸 체험해 볼수 있구나... 하며.



여어 신입, 넌 어떻게 들어왔냐?

넌 어떻게 왔을진 몰라도 나는 괜찮은 집 매물 올라와서 보러 왔다가 여기 갇혔지.

상식적으로 이 가격에 집이 나올 리가 없단 걸 알면서도, 궁금증에서인지 아니면 그냥 절박했던 건지 올 수 밖에 없더라니까...


여튼, '마을'에 온 걸 환영한다.

나도 여길 뭐라 불러야 할 지 잘 모르겠어. 

약간 안개 낀것 빼고는 일반적인, 외진 마을 같아 보이지?

외관상으론 그렇지만, 세부적으로는 다른 게 매우 많으니까 알아둬.


1. 상식은 버려.

여긴 니가 알고 있던... 뭐라 해야하냐.

물리법칙? 그런게 제대로 적용되지가 않는 것 같아. 분명 집 안에서 찾은 권총에 탄창을 꽉 채워서 나왔는데 문을 나서자마자 탄창은 어디 가고 웬 두부 같은 게 대신 끼어있다던가...

아무튼, 그거 말고도 이상한 현상은 많고, 괴기스러운 것도 분명 많이 볼 거다. 

니가 인터넷 혐짤낚시 당해도 눈 깜짝 안하는 수준이면 몰라도, 평범한 사람은 여기서 구토 여러번 할 준비 해둬.

그리고 아무리 당황스럽더라도 평정 유지하고. 4번이랑 연결되니까.


2. 수상한 건물에 함부로 들어가지 마.

원래도 남의 집에 무단침입하면 안되는 건 맞는데, 여긴 그것보다 더 심각하다.

내가 가지 말라는 곳은 다 X표 해놨는데, 그것들 말고도 위험한 것들 있으니까 대충 알아서 눈치까고 돌아서 가라.

나도 마을 전부 돌아다녀 본건 아니야.

길 한복판에 자리잡은 악랄한 새끼들도 있긴 한데, 보통 걔네들은 겁주면 알아서 사라지니까 근처만 안가면 별 위협은 안 돼.

밑에는 특별한 건물들이다.


2-1. 파란 지붕 집

이거는 모양새 불문하고, 지붕 파란색이면 무조건 위험하다 보면 된다.

가끔 진짜 악랄한 놈들이 옥상 납작한 건물에 옥상만 파랗게 칠해놓는 경우도 있어서, 안전한 집인지 한눈에 확인할수 있는 (ex. 창문 다깨진 시꺼먼 집은 무조건 안전. 그 외에도 몇개 적어놨음) 집들을 "망루" 로 써라. 거기 옥상에 올라가서 파란 옥상 있는 집들 대략적으로 파악해 놓으란 거임.

애기 울음소리 들리는거 보면 그 안에 뭐 있는지 대충 알거다.


2-2. 개구리 다리 달린 집.

척 봐도 평범해 보이진 않는 집임. 얘는 너 쫓아온다.

그냥 죽어라 뛰어. 다른 건물에 부딪힐 수 있는 시가지로 들어갈 때까지.

개활지에서 만났다면 나도 별다른 방도가 없다. 그냥 존나 뛰거나 땅굴 파고 숨어.

땅굴은 개인적으로 6번만 조심하면 젤 안전한 곳 같더라.


2-3. 교회

잘하면 너한테 이득이다.

믿던 종교 있다면 그냥 존나 빌어. 나를 살려주세요 하면서.

나랑 같이 온 놈 그렇게 갔다. 

걔가 어디로 간건진 몰라도 뿅하고 사라지더라... 뭐 여기보단 좋은데 갔겠지 뭐.

종교 없으면 옆에 경전집 같은거 있으니까 그거 기도문 외워봐. 난 못 읽겠던데 그거 히브리어? 그런걸로 쓰여진거 같더라.

헌금함도 있던데 내면 좋은건지 안 좋은건지는 나도 모름.


이상한 예수쟁이들이 근처에 돌아다니면서 포교하려고 하던데 신천지 대처하는거마냥 무시까주면 별거 못하더라.

지들 말로는 뭐 폭풍을 숭배한다나 뭐라나...


2-4. 빌딩

그냥 겁나 높은 빌딩이다.

근처에만 있어도 멀미가 나고, 고소공포증 같은게 느껴짐.

나도 잘은 몰라도 그냥 불쾌해서 안 갔다. 안에 뭐가 있는진 나도 모름.

이거 근처에 조금이라도 있으면 며칠간 어디 올라갈 엄두도 안 나더라. 계단 몇칸 올라가는데도 아찔하고 핑 돌음.



3. 가축 조심해.

여기 웬 농장 같은 것도 있고 해서 소, 돼지 같은 것들이 돌아다니거든?

가끔 얘네가 발 다친 채로 드러눕거나 아예 심하게 다친듯이 피흘리고 있는 경우도 있어.

그거 보면 가볍게 묵념 함 해주고 가만히 있어. 곧 농부가 와서 데리고 갈 거고, 감사 인사 할거야.

사례 하겠다고 해도 받지 마. 별로 좋을 건 없어.


그리고 가끔 걔네가 내장이 뽑힌 상태로 둥둥 떠오르는 거 볼 수 있는데, 농부가 니가 했냐고 추궁할 테니까 일단 튀어라.

거기 간식거리 같은거 하나 갖다두고 가면 관심 피하기 좋아. 농부 식탐 많거든.


4. 평정을 유지해라.

가끔 가다 만나는 야구빠따 든 거한은 네가 당황하는 순간을 노려.

어디에 있던, 어디에 숨던 공포를 감지하는 놈이니까 조심하는 게 좋아.

그냥 길거리에서 지나다니다가 만났을 땐, 싸인해 달라고 하면 귀찮아 하며 그냥 갈 거야.

하지만 이미 감지된 상태로 쫓기는 중이면 얄짤없으니 조심해라.


5. 전당포에 물건 맡겨둬.

신기하게도 여기 전당포 같은 게 있어.

주인은 빈대 같이 생긴 놈인데, 전당포에 물건 맡기면 돈은 안 주고, 대신 어...

그냥 나중에 알게 될 거라고만 해 둘게.

혹시 모를 상황을 대비해서 아무거나 하나 맡겨 둬. 


6. 휠체어 타고 다니는 사람 도와줘라.

걔가 안 넘어지게 해야 해서 땅굴 파는 데 제약이 좀 있었다.

보통 다니는 루트로만 다니던데, 거긴 땅굴 파면 안됨. 휠체어 걸려서 넘어짐.

+추가적으로, 얘랑 같이 있으면 잠시 동안은 안전하다. 이상한 것들 쫓아올때 써봐.



...손에 든 야구 방망이를 들어 본다.


드디어 나도 역할 한 개를 맡을 수 있겠군.

첫 작업... 이라고 해야 하려나.




당신은.


입이 찢어져라 웃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