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약에 당신이 이 글을 찾으셨다면, 우선 침착해지십시오. 당신은 위험에 처해있지 않습니다.
당신은 현재 존재하지 않는 정신병동의 1인실에서 이것을 읽고계실 겁니다. 안심하십시오, 이 장소는 당신을 해할 의도가 전혀 없으며 이르면 하루 내 당신의 동의에 따라 원래 있던 현실로 돌아갈 수 있을 것입니다.
현재 병동에 상주하는 직원 인력은 낮시간 3인, 밤 시간 2인으로, 간호사, 간호조무사, 수간호사가 근무하고 있습니다.
병동 생활에 대해서는 복도에 부착된 게시판의 글을 참고해 주시길 바랍니다. 병동 내 생활하시며 지켜야 할 기본적인 규칙 역시 그곳에 적혀져 있을 것입니다. 만약 날짜를 알고싶으실 경우 복도에 부착된 전자시계를 확인하십시오. 직원들이나 환자들에게 물어봐도 괜찮으나 그들에게 너무 쓸데없는 질문을 많이 하지 말아주십시오. 대부분 친절히 대답해 드릴 것이나, 피곤해할 것입니다.
평일 오후 2시에 의사가 병동을 방문하여 환자들을 관리한 뒤 신규환자인 당신을 불러 면담실에서 면담을 할 것입니다. 안심하십시오, 그들은 당신을 성심껏 도와주려고 할 것입니다. 면담 결과에 따라 퇴원 여부가 결정되며 다음날 10시에 퇴소할 수 있습니다. 퇴원 동의를 받은 뒤 병동 문 밖으로 걸어나가면 잠시 뒤 현실로 돌아와있을 것입니다. 면담 결과는 당신이 원하지 않는 한 퇴원 의사를 존중하는 방향으로 이루어질 것입니다. 명심하십시오, 면담 도중 의사에게 진솔하고 개방적으로 대답하고, 무례를 끼치는 행위는 하지 말아주시기 바랍니다.
의사와 마찬가지로 병동 내 생활하실 때 직원들에게 해를 끼치거나 무례를 범하지 않도록 조심하시길 바랍니다. 병동 내 안내 책자에도 여러번 적혀있겠지만, 그들은 이 병동이 있는 한 불멸이나 여전히 상처입을 수 있는 존재들입니다.
병동내 환자 수는 규칙적이지 않습니다. 그들 대부분은 행동이 꽤나 기이해보일 수 있지만, 그것에 대해 경멸이나 놀람을 표현하지 마십시오. 환자들을 화나게 하거나 불편하게 만듭니다. 과도한 불편함이 느껴지신다면 직원들에게 알려주십시오. 그들은 적절한 중재를 취해주실 것입니다. 자기자신을 지키기 위한 정당방위까지는 괜찮으나, 환자들에게 이유없이 위협을 가하거나 무례한 언동을 하는 것은 금합니다.
다시한번 말씀드립니다. 당신은 안전한 장소에 있으며, 해를 끼치는 존재는 없습니다. 직원들은 당신을 도우려 할 것이고, 환자들 또한 대부분 당신과 함께 생활하는 것을 거부하지 않을 것입니다. 혹시 극도의 불안감이나 공포로 환자들과 함께 있을 수 없다면 직원에게 문의하십시오. 격리실에서 퇴원시까지 혼자 머무를 수 있을 것입니다.
만약 직원들이나 환자들에게 과도한 위협이나 해를 가할 경우, 병동에선 조치를 위할 것입니다. 병동 문 밖에서 경호인력들이 들어와 당신을 격리실의 침대에 보호대로 강박한 뒤, 병동 밖으로 이동될 것입니다. 병동 밖으로 이송 시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는 알 수 없으나 절대 권고드리진 않습니다.
퇴원을 성공하셨다면, 번호 010-****-****으로 전화하여 지금까지 있었던 현상에 대해 설명해주십시오. 질문에 솔직하고 기억나는대로 대답해주시면 됩니다.
"선배님, 이 지침서 도대체 얼마나 개정된겁니까? 파일 수정이 어우... 그렇게 위험해 보이지도 않는데."
"어 그거, 재밌는 현상이지."
"선배, 그런데 이 지침 괜찮은 거 맞아요? 너무 현상 편의적으로 서술된 거 아닙니까?"
"야 임마, 그럼 일하는 사람들 존중해야지 뭐 거따 깽판을 치라 해?"
"아니 그게 아니라, 너무 늬앙스가 쫌... 마치 지침서 적은 우리랑 현상이랑 짜고쳐서 쓴 것처럼 느껴지지 않나요? 완전 안전하다는 등, 반항하지 말라는 등..."
"그게 좀 골치긴 한데, 사실인 걸 어떻하냐."
"아니, 것보다 침대에 묶고 끌고나간다 이거 완전 위험한 거 아닙니까? 이래도 위험이 없다 하는 건 좀..."
"안 위험해 그거. 구라야."
"네?"
"묶여서 쫓겨나면 좆된다는 거 그거 구라라고. 생각해봐라, 병동에서 폭력 휘두른 사람 있으면 어쩌겠냐? 병동도 아 이건 아니지 하면서 밖에 쫓아내겠지. 그렇게 묶여서 나온 사람들 지금 다 멀쩡하다."
"아니 그걸 어떻게 아나요?"
"야 너 이거 설명서 제대로 안 읽었지? 여기 환자들 다 돌아올때마다 의사 소견선가 뭔가 종이 한장씩 같이 보내준다 하잖아. 거기에 세세하게 다 적혀져 있어. 그 정신과 의사 실력 보니 유능한 거 같더라. 본인도 모르던 혹시나의 정신질환 소견까지 다 상세히 적어 보냈대."
"와, 소름끼치네요. 우리나라에 좀 출장 와줬으면. 근데 귀환자들을 왜 환자들이라 말합니까?"
"설명서 읽으라고. 졸았냐?"
"네. 어제 야근했어요."
"미친 새끼. 이거 끝내고 바로 자라. 아무튼 이 의사가 집어준 질환들이라는 게 꽤 정확하단 말이야. 심지어 무슨 마음 뚫어보는 눈이라도 있는지 어떤 사람들은 소견서에 범죄 이력까지 다 적혀져 있더라니깐? 그래서 면담을 진행하다 보면 대부분은 신기하게 자기 자신에 대해 더 잘 알아가게 된 느낌이었다고 말해. 어떤 사람들은 자신의 더 큰 문제에 대해 그때서야 깨닫게 되고."
"어, 선배... 혹시 환자 수가 변동이 있다는 게..."
"그래, 이제 그 환자들이 어디서 왔는지 알겠냐? 그 환자들 수랑 신원이 매번 바뀌는지도?"
"진짜 다 스스로 동의해서 남는 거예요? 그 병동에?"
"뭐, 질환이 심하니 뭐니 해서 의사가 말해도 본인이 끝까지 동의하지 않으면 강요는 안한댄다. 하지만 너도 알잖아, 정말 어디론가 도망치고 잠깐이라도 편히 쉬고싶은 사람들도 있다는 거."
"그건 좀 슬프네요."
"슬픈 현실이지. 아무튼 거기 쫓겨나면 좆된다 한거, 우리가 일부러 허튼 짓 하지 말라고 적어놓은 거 맞다."
"근데 이렇게 적어놓아도 지랄하는 누군가가 꼭 생기지 않을까요?"
"그럼 뭐 할 수 없지, 우리가 아직 그 현상에 투입할 수 있는 상황도 아니고... 제발 그 지랄이 누군가 단단히 미친놈이 아니길 빌어야지."
"미친놈이요?"
"그래 미친놈. 어떤 새끼는 볼펜으로 거기 있던 애 한명 어깨 찔러서 바로 쫓겨났다더라. 얼마 안가 바로 어깨에 응급처치한 피해자도 돌아왔고. 소견서에는 거기 시설엔 더 적절한 치료를 위한 자원이 없으니 신속히 병원 보내달라 적혀져있더라."
"이야, 진짜 미친놈이네요."
"그래, 이보다 더 미친놈이 나오지 않길 빌자고."
다 좋은데 후기는 댓글에
수정함. 조언 고맙다.
만약 괴이현상이 사실 사람을 해치는 게 아니라 돕는 곳이라면 어떨까 생각하면서 씀 병원 용어 알아보느라 뒤질 뻔. 고증 지키는 건 어려워. 처음 쓰는 거라 어차피 재미도 없고 문제도 많은 글인데 읽어줘서 감사함. 근데 이거 규칙서 적긴 했는데 규칙서 탭에 놓는거 맞냐.
개인적으로 몇문장마다 띄어쓰는거 추천함. 그래야 읽기 편해서 - dc App
넘 재밌음.괴이가 치료해주는건 신박하네.근데 온갖 정신병자들 병의 종류도 안가리고 데려오는거면 의료수준이 좀 높아야하지 않나?볼펜으로 찍은것도 치료못하면 진짜 미친놈 들어와서 환자들 전멸하는거 아니냐;;이건 이거대로 무섭네 - dc App
예리하네. 그것도 사실 의도한 바임. 위험환자를 분류하는 정상적인 병원과 달리 이것은 가리지 않고 누구든 들어올 수 있으니깐. 괴이조차도 어쩌할 수 없는 인간성에 대해 살짝 표현해보고 싶었음. 사족이지만 볼펜 사고 이후 이제 저 병동은 더이상 볼펜이 환자들에게 허용되지 않게 됐다는 됐다는 듯.
간호사이쁘냐?
의료인과 환자간 필요이상의 사적 교류는 금지다 말이다 어허이
이젠 괴이한테도 크르릉거리는 겁니까... - dc Ap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