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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5월 21일>


머리가 아프다.

오전에는 머리 속이 안개가 낀 것처럼 흐리멍덩했는데 옆 팀 박대리는 직장인의 흔한 평일 증상이라고 했다. 눈가도 시큰거려서 몇 번이나 비볐다. 정말 출근의 부작용인가...인공눈물이나 좀 사둬야지.

사내 서버에 장애가 생겨서 오늘은 늦게까지 야근하게 됐다. 만약 작업이 길어져서 막차 시간이 지나면 휴게실에서 그냥 자는 게 나을지도 모르겠다.

파티션으로 분리해 놓은 구석에 불편한 접이식 침대가 있긴 하니까. 나눠서 할 담당자 없이 혼자 구르는 것도 지겹다.










<2024년 5월 22일>


결국 회사에서 잤다.

빨리 하려고 하면 꼭 잘 안 된다. 어쨌든 끝났지만 끝나도 아직 끝난 게 아니다. 무슨 문제가 있었는지, 뭐가 원인인지, 재발을 막기 위해서 어떻게 해야 하는지 보고해야 한다.

작성한 보고서를 부장한테 공유해 주니 내용이 아주 엉망이라고 짜증을 냈다. 비용을 절감하면서 개선안을 찾으라는 게 말이야 쉽지. 기분이 나빴지만 참았다. 부장이 막말하면서 하나하나 트집 잡는 거야 하루이틀 일도 아니고.

점심 때는 박대리와 구내식당에서 같이 밥을 먹었는데 제육이 나왔다. 오후에는 이것저것 수정하다 보니 시간이 금방 간 것 같다.

몸이 무거운 게 느껴진다. 오늘은 일찍 자야겠다.










<2024년 5월 22일?>


나는 회사 휴게실의 간이 침대에서 깨어났다.

이상하다.

틀림없이 어제 집에 들어가서 잤는데 왜 거기에서 일어났는지 모르겠다.

작업은 분명히 끝냈을 텐데?

더 이상한 것은 휴대폰, 컴퓨터, 포탈 사이트의 날짜가 모두 어제인 22일이라는 것이다. 예지몽이라도 꾼 건가 싶었지만, 내 일기장에는 틀림없이 22일의 내용이 있다. 회사의 다른 사람들에게는 전혀 이상한 낌새가 없었다. 먹었던 점심 메뉴, 부장의 짜증, 업무 내용이 반복되었다.

일단 어리둥절한 상태로 했던 일들을 다시 했다.

여기에 틀림없이 적어 둔다. 오늘도 잠자리에 일찍 들 것이다.










2024년 5월 22일 <세 번째 5월 22일>


또다시 회사 휴게실의 간이 침대에서 깨어났다.

일어나자마자 날짜와 일기장부터 확인하고 뺨까지 몇 대 때려 봤다. 나는 미친 게 아니다.

회사 사람들에게는 여전히 아무것도 달라진 점이 없었다. 나는 일에 집중하지 못하고 책상을 두리번대다가 문득 서류들 사이 꽂혀 있는 붉은색 종이를 발견했다. 이쪽에 이런 색의 종이는 없었는데... 살펴보니 여기에는 마치 내가 겪고 있는 일을 안다는 듯이 <다음 날로 갈 수 있는 방법>이 적혀 있었다.


‘반복되는 시간의 흐름 속에 갇히셨습니까? 불행히도 귀하가 처음은 아닙니다. 이것은 일종의 기회입니다. 마음을 충분히 가다듬고 준비해 주십시오. 삼사소프트웨어에 근무하는 임직원들 중 선택받은 사람들만이 이러한 현상을 겪습니다. 해결책은 간단합니다.’


나는 어이없는 심정으로 이 서문을 읽다가 순간 집중해서 아래쪽을 봤다. 하지만 그 해결책이라는 건 이 따위 식이었다.


‘귀하의 상급자를 한 명 죽이십시오.’










<네 번째 5월 22일>


‘1. 무기 확보: 맨몸으로는 시간도 오래 걸릴 뿐더러 반격에 대비하기 어려우므로, 효과적으로 전진해 나가려면 무기를 입수해야 합니다. 휴대성과 살상력이 우수한 탕비실의 과도를 가장 추천합니다. 일반적인 커터도 가능하지만 내구성이 좋지 않을 것입니다. 둔기류를 선호한다면 범위를 넓혀…’


붉은 종이에는 그 뒤로도 계속 말도 안 되는 지시가 적혀 있었다. 대체 이게 무슨 헛소리지. 멀쩡하게 일하던 회사에서 갑자기 사람을 죽이라는 게 말이 되나?

어제와 오늘은 거의 일을 하지 못했다.

이걸 어제라고 해야 하는지도 모르겠다. 오늘도 날짜는 22일이다.

이 어처구니없는 상황이 되자 무단 결근해서 하루쯤 놀고 다시 자도 22일이 아닐까 싶었다. 하지만 회사에서 깨어난 뒤로 퇴근 시간 전까지는 건물에서 나갈 수가 없었다.

우리 회사는 지식산업센터 건물의 3층에 입주해 있고 나가려면 엘리베이터나 계단을 이용해야 하는데, 갈 수 있는 다른 곳이라고 해 봐야 바로 아래층인 구내식당 뿐이었다. 다른 층은 엘리베이터 버튼도 안 눌리고 계단의 문도 열리지 않았다. 미친 척하고 창문으로 뛰어내릴까 했지만 창문도 안 열리더라.

이 황당한 사태를 다른 사람들에게 말해 봤지만 안 들리는 것처럼 아무런 반응이 없었고 박대리도 무표정하게 날 그저 쳐다보기만 했다.

퇴근 시간이 지나면 집에 오는 건 가능하다. 근데 생각해 보니 오늘 내가 대중교통을 탄 것 같긴 한데, 뭘 타고 퇴근했는지 기억나지 않는다.










<다섯 번째 5월 22일>


부장이 계속 갈궈대서 보고서를 작성하다가 나도 모르게 욕을 했다. 운이 나쁘게도 부장이 그걸 듣는 바람에 또 한참 깨져야 했다. 시간이 되풀이되는데 회사를 못 나가서 놀 수가 없다니.

게다가 밥을 먹으러 갔더니 식당에는 아무도 없었다. 어디서부터 이상하다고 해야 할지 알 수가 없을 지경이다.

대체 왜 이런 현상이 나에게 일어나는지 모르겠다.

예전의 그 유명한 영화처럼 꿈을 연달아 꾸고 있는지도 모른다. 기왕 판타지 같은 일이 일어날 거라면 좀 더 아름답고 행복한 게 좋았을 텐데.

회사에 갇혀서 사람을 죽이라는 내용 말고.











<여섯 번째 5월 22일 지나감>



<일곱 번째 5월 22일 지나감>










<여덟 번째 5월 22일>


별 일은 없었지만 몇 번째 반복인지 기록은 해 놔야 하니까 일기장에 숫자만 써 놓고 있었다. 여덞 번째 22일도 그냥 똑같이 흘러갈 줄 알았는데 아니었다.

일기를 쓰는 지금도 내 손이 떨리는 듯하다.

오늘 나는 붉은 종이의 내용을 다시 읽다가 부장이 뭐라고 하건 말건 커피를 마시고 있었다. 서버에 왜 장애가 일어났는지, 개선안은 어떻게 할 건지 따위는 알지도 못하고 이제 신경이 쓰이지도 않았다. 그런데 5시가 좀 넘은 시간, 내 자리 왼쪽에 있는 2번 회의실에서 비명 소리가 울려 퍼졌다. 이 시간은 박대리가 있는 사업팀이 늘 회의하는 시간이다.


놀라서 달려갔더니 회의실 안에 세 사람이 있었고, 서 있는 박대리 앞에 김과장이 쓰러져 있었다. 김과장의 와이셔츠와 회의실 바닥의 카페트는 온통 피투성이였다. 그 비현실적인 풍경에 나는 완전히 얼어붙었다. 김과장 가슴에는 뭔가 꽂혀 있었는데 지금 생각해 보니 아마 탕비실에 있었던 과도였던 것 같다.

박대리는 가만히 김과장을 내려다보다가 나와 눈이 마주쳤다. 겁에 질리고 두려운 표정이었지만, 어딘지 모르게 후련해 보이기도 했다.


제일 기이했던 것은 회사 사람들이 소리를 지르지도 박대리를 경찰에 신고하지도 않았다는 것이다. 그들은 무표정하게 모여들어 박대리와 김과장을 바라보더니 이내 흩어져 본인의 할 일을 했다.

마치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아홉 번째 5월 22일>


‘어떤 사람을 죽일지 다른 이와 의논하지 않아도 된다는 것을 귀하는 이미 알고 있습니다. 본인의 삶에서 누군가를 치우고 싶다는 생각은 모든 사람이 한 번쯤 해 봤을 것입니다. 그러나 실제로 그렇게 할 수 있는 사람은 제한되어 있으므로 다른 이들을 믿지 마십시오. 행동에 옮기기 전까지 침묵하십시오. 그들은 선택받은 사람들이 아닙니다.’


혹시 박대리에게도 22일이 반복되고 있었을까? 그도 이 종이를 가지고 있다가, 도저히 참을 수 없어서 그런 일을 저지른 걸까?

나는 박대리가 회의실에 들어가는 것을 막을 수 없었다.

또 다시 그 살인 현장이 반복되었다.










<열 번째 5월 22일>


아예 회사에서 깨어나자마자 탕비실로 달려가 과도를 먼저 가져왔다.

박대리는 본부장이 사무실에 놔둔 골프채로 김과장의 머리를 깼다.










<열 한번째 5월 22일 지나감> – 김과장 죽음



<열 두번째 5월 22일 지나감> – 김과장 죽음



<열 세번째 5월 22일 지나감> – 김과장 죽음









<열 네번째 5월 22일>


어떻게 해도 박대리를 막을 수 없었다.

인간은 자주 보는 것에 둔감해진다더니 사실인 모양이다.

이제 두개골이 다 깨지고 피가 줄줄 흐르는 김과장의 시체가 그다지 역겹게 보이지 않았다.










<열 다섯번째 5월 22일>


김과장의 너절한 시체를 내려다보는 내 마음이 다른 의미로 불편했다. 알 수 없는 초조함이 나를 지배하는 듯하다.

이렇게 살 수는 없다. 내 정신이 이상해지는 기분이다.

정말로 날짜가 반복되는 이 개 같은 현상을 없애려면 사람을 죽여야 하는 건가?

만약 그렇다면 누구를 목표로 삼아야 하나 생각하다가, 부장이 눈에 들어왔다.










<열 여섯번째 5월 22일 지나감> – 김과장 죽음



<열 일곱번째 5월 22일 지나감> – 김과장 죽음











<열 여덞번째 5월 22일>


사람을 죽였다. 저지르고 말았다.

나는 결국 아침에 칼을 챙겼고 오후까지 기다렸다가 부장을 다른 회의실로 불러냈다.

그리고 김과장의 비명 소리가 들릴 때 부장을 찔렀다.

생각보다 칼이 잘 들어가지 않아서 당황스러웠다. 찌른 살갗 안의 근육이 바짝 수축하면서 칼을 조이는 느낌이었다.

부장은 억,억 하는 신음을 내다가 곧 조용해졌다. 깔끔하게 찔러 넣지 못해서인지 피가 많이 났다. 어쩔 줄 몰라 하다가 피투성이가 된 채로 회의실을 뛰쳐나왔지만 여전히 회사 사람들은 관심이 없었다. 나는 화장실에서 미친 듯이 손을 씻었고, 셔츠에 묻은 핏자국을 다 지우지 못한 채 반쯤 혼이 나가 돌아왔다.

텅 빈 부장의 자리를 보자 묘한 기분이 들었다.

살인을 저질렀는데, 왜 마음 한 구석에서는 통쾌함이 느껴지는 걸까.


나는 이런 사람이었다나?










<2024년 5월 23일>


집에서 일어나 출근할 수 있었다.

날짜가 바뀌었다.

정말로 그게 해결 방법이었던 것이다.

나는 어제와 다른 풍경, 뉴스, 날씨, 업무에 뛸 듯이 기뻤다. 부장이 살아 돌아오는 일은 없었고, 경찰이 나를 잡아가지도 않았다.

회의실은 아무 일도 없었던 듯이 깨끗하다.

출근하니 인사과에서 오늘부터 나를 부장으로 발령한다는 공지를 전달했다. 갑자기 부장의 처자식이 생각나 기분이 조금 이상해졌다. 집에 돌아오지 않는 가족을 찾으러 오진 않을까.









<2024년 5월 24일>


사업팀의 박대리는 박과장이 되어 있었고, 나는 더 이상 박과장과 대화를 나누지 않는다.

식당에서 밥을 혼자 먹었는데 메뉴는 또 제육이다.

원산지 표기만 바뀌었다.









<2024년 5월 27일>


주말 동안에도 평온했다.

오늘은 우리 팀에 신입이 들어왔었다.

관상을 믿지는 않지만 회사원에 어울리지 않는 인상이었다. 태도도 어딘가 불량했다. 그래도 오랜만의 신입이라 성의껏 회사와 업무를 소개했는데, 난데없이 신입이 사장에게 인사를 하겠다고 자리를 떠난 후 돌아오지 않았다.

인사과에 물어보니 개인 사정이 있어서 당일 퇴사했다고 했다. 김이 빠졌지만, 나갈 거라면 이렇게 빨리 가는 게 차라리 낫다.










<2024년 5월 28일>


또 신입사원이 들어왔다.

인사과에서 이럴 리가 없는데. 우리 팀 인력이 부족하니 신경 써 주는 모양이다.

이번 신입은 예의도 바르고 말끔해 보였지만 어딘가 몸이 불편한지 지팡이를 가지고 있었다. 신입이 내 이야기를 들으면서도 지팡이로 여기저기를 툭툭 건드리길래, 뭐하는 거냐고 하니 아무것도 아니라고 웃으며 얼버무렸다. 본인의 컴퓨터며 창가에 있는 화분까지 두드려 보는 걸 보니 이상한 습관이 있는 모양이다. 내가 점심을 같이 먹자고 권했더니 알레르기가 많다며 거절했다.

그런데 기분 탓인지 이 신입이 마치 뭘 찾는 것처럼 내 책상을 주의 깊게 살펴보는 것 같았다.

붉은 안내문은 내가 늘 가지고 다니기에 책상에는 없다. 착각이라고 생각했지만 경계심이 들어서 오후부터는 좀 거리를 뒀다.









<2024년 5월 29일>


어제의 그 신입사원이 무단 결근했다.

이래서 인상에 속으면 안 된다. 인사과에서는 빠른 시일 내 인원 보충을 약속했다.

박과장은 오늘부터 박부장이 되었다.









<두 번째 5월 29일>


또 이 빌어먹을 현상이 시작되었다.

나는 첫 번째로 날짜를 반복할 때처럼 허둥거리지 않고 차분히 생각했다.


‘귀하는 이미 훌륭하게 이 과제를 해결했습니다. 이제 더 이상 무엇을 해야 하는지 알려주지 않아도 알 것입니다.

그러므로 굳이 반복되는 나날 속에 무의미하게 자신을 방치하지 마십시오. 이번에 시간은 열 여덟번째로 같은 날이 올 때까지 귀하를 기다려 주지 않을 것입니다.

망설이지 말고 뛰어난 능력을 보여 주십시오. 이것은 지극히 안전하고 합리적인 방법입니다.’


붉은 안내문의 말대로라면 시간이 별로 없다.











<세 번째 5월 29일 지나감>











<네 번째 5월 29일>


나는 본부장을 선택했다.

첫 번째 살인보다 두 번째 살인이 훨씬 쉬웠다.









<2024년 5월 30일>


날짜가 바뀌었다.

출근하니 인사과에서 오늘부터 나를 본부장으로 발령한다는 공지를 전달했다.

왠지 기분이 상쾌하다.









<2024년 5월 31일>


내가 있었던 팀에 신입이 들어왔었다.

왜 과거형이냐면, 점심 시간에 탕비실에서 그 신입이 인사팀의 이대리와 치고 받는 걸 봤기 때문이다. 이대리가 여자라서 방심했는지 신입은 이대리가 휘두르는 소화기에 정통으로 얻어맞아 고꾸라졌다.

오늘 들어온 신입이 왜 바로 이대리랑 싸우고 있는 거지?

의문을 가지던 중 다 죽어가던 신입이 나를 보고 힘겹게 기어와서 내 발목을 붙잡았다. 뭐라고 웅얼대길래 들어보니 ‘정신 차려라, 넌 여기 직원 같은 게 아니다.’ 같은 얘기를 했다. 그 때는 머리가 잠깐 아팠는데 지금은 괜찮다. 내가 헛소리하는 신입을 떨쳐내자 이대리가 소화기로 끝장을 냈다.

인력 관리가 정말 엉망이다.









<2024년 6월 3일>


다른 본부장들과 사장이 매주 월요일마다 하는 주간회의에 참석했다. 난 이제 본부장이니까.

사장이 이래가지고 삼사소프트웨어가 대기업이 될 수 있겠냐며 성질을 냈다. 납품 실적도 부족하고, 직원들의 실력도 형편없다면서 말이다.

듣다 보니 열불이 났다.

윗물이 맑아야 아랫물이 맑다고, 사장이 똑바로 못 하니까 이 모양인 거다.









<2024년 6월 4일>


똘똘해 보이는 신입이 또 들어왔다.

성실히 업무 설명을 들으면서 열성적으로 수첩에 필기를 하는 유형이었다. 수첩 커버의 구석을 흘끗 보니 ‘현장 2팀 27번’ 이라고 적혀 있었다. 다른 회사에서 현장직으로 일하다 온 건가.

요즘엔 중고 신입도 흔하니까 드문 일은 아니다.









<2024년 6월 5일>


어제 입사한 신입이 정상 출근했다.

드디어 정상적인 직원을 하나 건질 수 있게 되었다.

일 할 때는 빠릿빠릿한데, 점심시간에는 쉴 새 없이 사무실과 구내식당을 돌아다니는 것 같다. 심지어 창가에 있는 화분 이파리까지 열성적으로 닦는 모습도 봤다.

물어보니 본인이 사무직이 된 게 처음이라 신기해서 그렇다고 했다.









<2024년 6월 6일>


내가 본부장이 된 뒤로 박부장의 눈빛이 수상쩍다.

억울한 마음이 들었다. 본부장이 나만 있는 것도 아닌데 굳이 나를 노리겠다면 가만히 맞아줄 이유는 없다.

아니, 생각해 보면 날짜가 굳이 반복되기를 기다릴 필요가 있을까?

잘 설명은 못하겠지만 큰 깨달음을 얻은 느낌이다.









<2024년 6월 7일>


역시 사장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

삼사소프트웨어를 이끄는 자리에 어울리지 않는 사람이다.

오늘 신입은 혹시 회사에서 특별히 조심해야 할 사항이 없냐고 내게 공손히 물었다. 나는 없다고 대답했다. 여긴 나쁘지 않은 회사다. 내 대답에 신입은 열심히 하겠다며 의욕적인 태도로 대답했다.

그리고 퇴근할 시간 즈음, 내가 가지고 있던 붉은 안내문이 어느새 사라졌다는 사실을 알아차렸다.

이제 내용을 거의 외우다시피 해서 상관은 없지만.









<2024년 6월 10일>


박부장을 처리했다. 목구멍의 가시를 뺀 것처럼 개운하다.









<2024년 6월 11일>


대기업 T사와의 적대적 인수합병을 사내에서 모의 진행함

결과: 몹시 긍정적









<두 번째 6월 11일>


사장을 죽일 때가 왔다.

나는 집에서 가져다 놨던 식칼을 챙겨 본부장실을 나섰다.

하지만 그 때 신입이 당황한 표정으로 허둥지둥 뛰어와서 나를 붙잡았다. 그러더니 ‘틀림없이 어제가 6월 11일이었는데 오늘도 6월 11일이다.’ 라고 하면서 본인 정신이 이상해진 거냐며 내 옷깃을 잡고 늘어지기 시작했다.

겨우 떼 놓고 갔더니 사장이 외부 미팅이 있다고 외출한 직후였다. 짜증이 나서 신입을 처리할까 생각했지만 이런 잔챙이는 죽여 봐야 시시하다.

이 녀석도 곧 회사의 규칙을 깨닫게 될 것이다.









<세 번째 6월 11일>


오늘이야말로 방해 없이 사장을 처리하러 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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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뒤로 다른 필체의 내용이 있다)

저는 등대지기 재단 소속, 현장 2팀의 27번입니다.

일기 내용은 모두 외웠으니 일기장은 남겨두고 가겠습니다. 임 본부장은 ‘사장’을 만나러 가기 전에 처리했습니다.


이 일기장이 사라지기 전에 이걸 읽을 수 있는 사람이 있을 수도 있으니 알려드리겠습니다.

당신은 삼사소프트웨어의 직원이 아닙니다.

여기는 현실이 아니며 이곳은 오염되었습니다.

당신은 그저 베타테스터일 뿐입니다.

그것을 깨닫는다면 여기서 벗어나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닐 겁니다.

그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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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상현실 기반 모 게임, 베타테스터 수십 명 단체 실종…납치 가능성 제기>

입력 2024.06.03 20:55


가상현실 기반의 모 게임에 베타테스터로 모집된 인원들이 실종돼 경찰이 사흘째 수색작업을 벌이고 있다.

서울중부경찰서에 따르면 지난 29일, 방에서 VR 기기로 게임을 하는 줄 알았던 아들인 임 모씨(28)가 이틀째 보이지 않는다는 가족의 신고가 오후 6시12분께 최초로 접수됐다. 그 후 31일까지 접수된 실종 신고들의 연관성으로 이 가상현실 게임이 지목되었다.


해당 게임은 가상현실을 기반으로 현실에서 얻을 수 없는 판타지를 실현하겠다는 광고 문구로 주목받았으며, 게임 내 시나리오와 인물 구현에 인공지능을 도입하여 현실과 구별할 수 없는 몰입감을 선사한다고 홍보한 바 있다.


베타테스터들이 참여한 대표적인 테스트 시나리오에는 하는 일마다 승승장구하여 고속 승진하는 ‘3주만에 사장되기’ 등이 포함되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해당 게임 관계자와는 현재 연락이 닿지 않는 상태이며, 경찰은 임 모씨를 비롯한 사람들이 다른 범죄에 연루되었을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인원을 추가 투입해 목격 제보 수집 및 CCTV 조사를 이어가고 있다.





댓글


dksa**** (2024.06.03 20:59)

요즘 세상이 왜 이리 흉흉하죠?



zero**** (2024.06.03 21:01)

해도 뭐 저딴 걸 하냐ㅋㅋ3주만에 사장되기ㅋㅋㅋㅋㅋㅋ



cheo**** (2024.06.03 21:02)

한국 높은 치안수준도 이제 옛말이다. 이럴바엔 경찰 다 없애라



acd1**** (2024.06.03 21:06)

별일 없이 무사히 찾을 수 있기를 바랍니다



wthi*** (2024.06.03 21:11)

최근 국내에 실종자도 많고 뭔가 이상한거 같아요ㅜㅜ

불안하네요…



csrg*** (2024.06.03 21:13)

나 이 기사 다른 사이트에서 봤는데 지금은 없어졌음

진짜 언론통제라도 하는건가 싶음




vvvc*** (2024.06.03 21:15)

와 데자뷰인 줄 알았네

나도 봤었는데 없어짐




lk27*** (2024.06.03 21:16)

이것도 곧 삭제될 듯?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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