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에 타게 된 이유가 어디 있겠는가.


그저 많은 돈을 벌 수가 있으니까, 나도 그리고 다른 선원들도


우리 선장까지도 모두 돈을 벌기 위해 이 배에 올라탔다.


항해가 막바지에 다다랐다.


모두가 들뜬 마음을 얼굴에 숨기지 못한다.


이제 잠을 두세 번만 자고 나면 육지에 발을 디딜 수 있다.


다들 돈을 받으면 무얼 할지 이야기하기 바빴다.


어떤 동생은 술집에 있는 여자를 이번에는 기필코 자빠뜨려보겠다고 투지를 불태운다.


어떤 형님은 이번에는 노름판에서 꼭 돈을 따고 오겠다고 한다.


하지만 선장만은 무언가 달랐다.


그는 근심 어린 표정으로 먹구름이 가득한 하늘을 올려다보고 있었다.


배의 닻이 항구에 닿기 하루 전 날 밤이었다.


유달리 거센 폭풍우를 만나고야 말았다.


배가 심하게 흔들려 속이 울렁거렸다.


요란한 소리가 들려오지만 천둥마저 먹구름에 집어삼켜진 듯 창밖은 어두웠다.


하늘에선 일말의 빛줄기조차 내려오지 않았다.


큰 소리로 외치는 선장의 목소리를 들었다.


다들 갑판으로 허겁지겁 뛰어올라갔다.


선장은 분주히 상자 같은 것을 배 아래로 집어던지고 있었다.


그가 우리를 보고 무어라 소리치기 시작했다.


폭풍과 파도, 그리고 천둥소리에 묻혀서 잘 들리지 않았다.


그에게 가까이 다가가서야 그가 하는 말을 들을 수 있었다.


"배 아래에서 수백수천 개의 손이 배를 밀고 있다."


"저 손들 때문에 배가 기울기 시작했다."


우리는 서로를 쳐다보고는 본능적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아, 선장이 드디어 미치고 말았구나


가끔 있는 일이다. 오랜 항해 끝에 정신을 놓아버리는 사람은


사이렌들의 노래도, 크라켄의 전설도


결국 뱃멀미를 견디지 못한 이들의 말로일 뿐이다.


선장이 배의 물건을 아래로 던지기 시작한다.


이러다간 뱃삯은커녕 감옥에 갇힐지도 모른다.


선원들이 선장에게 다가가 그의 몸을 붙잡는다.


격렬한 몸싸움이 벌어지고, 순간 배가 크게 흔들린다.


균형을 잃은 선장이 바다 아래로 떨어져 버렸다.


파도가 너무 거세다. 구할 방법은 없었다.


갑판 위에 있다간 우리까지 위험해진다.


어쩔 수 없이 우리는 선내로 들어선다.


밖에서는 선장의 비명소리가 들려오는 것 같았다.


다음 날, 항구에 닻을 내린 우리는 경악하였다.


배의 측면에 마치 손톱으로 긁은듯한 수천 개의 자국들이 남아 있었다.


나는 아직도 그날의 일을 떠올린다.


배에 남아 있던 자국들은 대체 무엇이었을까


암초 따위에게 긁혀서 난 자국이었을까


허우적거리던 선장이 필사적으로 배에 들러붙으면서 난 자국이었을까


아니면 그의 말이 사실이었을까?


유달리 거센 파도가 몰아치던 밤이었다.


천둥소리는 들려도, 하늘의 빛은 보이지 않았다.


선장의 눈에는 총기가 가득했었다.


그는 정말 무언가에 홀렸던 게 맞을까?


어쩌면 홀린건 우리들이 아니었을까?


그날, 폭풍우가 들려줬던 노랫소리가 귓가에 맴도는 것 같다.